Mediram Health Column

메디람 건강칼럼

파킨슨병 약효는 왜 사람마다 다를까?
2026. 09. 21

같은 약, 같은 용량인데 왜 효과가 다를까요? — 레보도파 흡수부터 신호까지

파킨슨병 약효는 왜 사람마다 다를까?


지난 글에서는 흑색질 안에 남은 도파민 신경세포 내부에서 레보도파가 마침내 도파민으로 탈바꿈하는 장면을 짚어봤어요.
전체 세포 가운데 살아남은 20~30%가 소규모 공장처럼 움직이면서, 바깥에서 들어온 원료인 레보도파를 완성된 도파민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이었죠.


그런데 여기서 끝난 게 아닙니다.
만들어진 도파민이 세포 안에만 머물러 있다면 환자의 운동 회로는 여전히 멈춰 있을 수밖에 없어요.
이 도파민이 시냅스 틈으로 빠져나가 옆에 있는 신경세포의 수용체와 결합하고, 그 신호가 기저핵 운동 회로 전체로 퍼져야만 비로소 몸이 다시 부드럽게 움직이기 시작하죠.


이번 글에서는 마지막 다섯 번째 단계, 즉 도파민이 진짜 신호로 바뀌는 순간을 따라가 보고요.
지금까지 거쳐온 다섯 단계 전체를 한꺼번에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저장고에서 방출까지 — 신호를 기다리는 도파민

앞 글 말미에서 언급했듯, 도파민 신경세포 안에서 만들어진 도파민은 시냅스 소포라는 작은 주머니 속에 담겨 보관돼요.


이 저장 방식은 꽤나 치밀한 시스템입니다.
신경세포가 평소 도파민을 미리 합성해 쌓아두다가, 신경 신호가 도착하는 정확한 타이밍에 필요한 만큼만 시냅스 공간으로 내보내기 위한 사전 준비인 셈이죠.


신경 신호가 도달하면 도파민 신경세포 끝부분의 시냅스 소포들이 세포막 쪽으로 다가가면서, 담고 있던 도파민을 시냅스 틈으로 흘려보냅니다.
한 번의 신호마다 아주 미세한 양의 도파민이 짧은 순간에만 분비되는 거예요.
손가락 하나를 까딱하는 그 찰나를 위해, 흑색질에 남은 도파민 신경세포들이 정교하게 손발을 맞추며 도파민을 한 방울씩 내보내는 셈이죠.



시냅스 틈을 가로질러 — 다음 신경세포의 수용체에 도달하다

방출된 도파민은 아주 좁은 시냅스 틈을 건너, 맞은편 신경세포 표면까지 도달해요.
그 표면에는 도파민을 받아들이는 전용 단백질, 수용체가 자리하고 있고요.


도파민이 이 수용체에 결합하는 순간, 다음 신경세포 안으로 "신호가 왔다"는 메시지가 전달됩니다.
그러면 그 세포는 곧바로 자기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하죠.


뇌 안의 도파민 수용체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중 운동 조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두 가지예요.
의학에서는 이를 간단히 D1 수용체와 D2 수용체라고 부릅니다(D는 dopamine의 첫 글자입니다).


D1 수용체가 도파민을 받아들이면 다음 신경세포가 켜집니다.
운동을 개시하라는 방향의 신호인 셈이에요.
반대로 D2 수용체가 도파민을 받으면 다음 신경세포는 억제되고요.
불필요한 동작을 눌러두라는 신호로 작동하는 것이죠.
이 두 수용체가 짝을 이뤄 동시에 작동하면서, 기저핵 운동 회로 안에 정교한 균형이 형성됩니다.





앞서 다뤘던 도파민의 세 가지 역할이 다시 살아나다

이전 글에서 도파민이 기저핵 안에서 매 순간 함께 수행하는 세 가지 역할을 살펴본 적이 있어요.
동작 개시를 위한 문의 열쇠 역할, 두 근육 사이의 조화를 맞추는 역할, 불필요한 움직임을 골라내는 필터 역할, 이렇게 세 가지였죠.


레보도파가 외부에서 공급되어 흑색질에 남은 공장에서 도파민으로 바뀌고,
시냅스 틈으로 방출되어 D1·D2 수용체와 결합하기 시작하면 이 세 가지 기능이 일제히 재가동됩니다.


운동 명령이 지나가는 문이 다시 활짝 열리면서, 환자가 "일어나야겠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몸이 바로 따라줍니다.
굽힘근과 폄근 사이의 협조가 되살아나면서 팔도 부드럽게 굽혀지고 펴지고요.
불필요한 신호를 걸러내는 필터 기능도 다시 살아나, 가만히 있을 때 나타나던 떨림이 줄어듭니다.


도파민 부족이 환자의 일상 전반에 가져왔던 수많은 변화들이, 약 한 알 덕분에 부분적으로나마 거꾸로 돌아가는 셈이에요.
이 변화를 환자가 실제로 일상 속에서 어떻게 느끼는지, 예컨대 몸이 한결 가벼워지는 감각이나 표정이 되살아나는 순간,
첫걸음을 떼기가 훨씬 수월해지는 경험 같은 것들은 다음 글에서 개인의 하루라는 관점으로 본격적으로 다뤄보겠습니다.



다섯 단계의 긴 여정, 한자리에서 정리해보기

지금까지 알약 한 알이 지나온 기나긴 여정을 다섯 단계로 나눠 따라왔습니다.
한꺼번에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단계 — 위장에서의 흡수
알약을 삼키고 나면 위에서는 거의 흡수되지 않고, 소장까지 내려가야 본격적으로 흡수가 시작됩니다.
위 배출이 더딘 환자라면 약효가 나타나는 시점도 늦어지고요.
식사로 섭취한 단백질이 흡수 통로 자리를 놓고 경쟁하기도 합니다.


2단계 — 혈관 속 이동과 95%의 손실
흡수된 레보도파 중 약 95%는 몸 여기저기의 분해 효소(탈탄산효소·COMT)에 의해 뇌에 이르기도 전에 사라집니다.
뇌 바깥에서 만들어진 도파민은 구역질이나 심계항진 같은 부작용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해요.


3단계 — 혈뇌장벽 통과
남은 5%가 뇌의 관문에 도달합니다.
레보도파는 아미노산을 실어 나르는 통로(LAT1)를 이용해 이곳을 통과하는데요.
여기서도 다른 아미노산과 통로 자리를 두고 경쟁이 벌어집니다.


4단계 — 뇌 안에서 도파민으로의 전환
흑색질에 남은 도파민 신경세포 내부에서, 탈탄산효소가 레보도파를 도파민으로 바꿔줍니다.
이 전환 공장 역할을 맡을 세포가 환자에게 얼마나 남아 있는지가 약효의 크기를 결정짓죠.


5단계 — 도파민이 신호로 전환되어 운동 회로가 다시 켜지다
전환된 도파민이 시냅스 소포에서 방출되고, 수용체와 결합하면서 운동 회로의 세 가지 기능(시작·협조·필터)이 다시 작동을 시작합니다.


이 다섯 단계는 환자가 알약 한 알을 삼킨 뒤 몇십 분에서 한 시간 사이에 걸쳐 벌어지는 일이에요.
우리가 무심코 약을 삼키는 그 짧은 순간이, 사실은 이토록 정교한 신경생물학적 다리를 완성하는 과정인 셈이죠.





알약 한 알에 담긴 무게

지금까지 짚어본 다섯 단계가 말해주는 건,
레보도파 한 알이 환자의 일상을 잠시나마 되돌려놓는 그 작은 변화의 이면에 세포와 시냅스 차원의 정밀한 과정들이 촘촘히 맞물려 있다는 사실입니다.


위가 제때 비워져야 하고요.
소장의 흡수 통로에 여유가 있어야 하고요.
몸속 곳곳의 분해 효소가 일정 수준 이상 차단돼 있어야 하고요.
혈뇌장벽의 운반체가 통과를 허락해줘야 하고요.
뇌 속 전환 공장이 살아 있어야 하고요.
그렇게 만들어진 도파민이 수용체까지 무사히 도달해야 합니다.


이 모든 단계가 정확히 맞물릴 때, 환자가 약효를 또렷이 느끼는 한 시간이 만들어져요.
어느 한 단계라도 삐끗하면, 같은 약을 같은 용량으로 먹어도 효과가 줄거나 잘 드러나지 않는 변동이 생기고요.



마치며 — 이 다섯 단계는 시간 위에서 어떤 리듬을 그릴까

지금까지는 알약 한 알이 거치는 공간적 여정을 다섯 단계로 따라왔습니다.
하지만 아직 남은 차원이 하나 있어요.
바로 이 모든 과정이 시간 위에서 어떤 리듬으로 펼쳐지느냐입니다.


약을 삼킨 뒤 효과는 몇 분 만에 나타나는지, 얼마나 오래 유지되는지,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왜 약효가 점점 옅어져 다시 복용이 필요해지는지.
이 시간의 리듬이야말로 환자가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를 직접 좌우하는 요소예요.
그 리듬의 정체와 의미는 다음 글에서 본격적으로 다뤄보겠습니다.



참고자료

1차 사료 / 핵심 연구

Albin RL, Young AB, Penney JB. The functional anatomy of basal ganglia disorders. Trends Neurosci. 1989;12(10):366-375.
Surmeier DJ, Graves SM, Shen W. Dopaminergic modulation of striatal networks in health and Parkinson's disease. Curr Opin Neurobiol. 2014;29:109-117.


학술 2차 문헌

Surmeier DJ, Obeso JA, Halliday GM. Selective neuronal vulnerability in Parkinson disease. Nat Rev Neurosci. 2017;18(2):101-113.
LeWitt PA. Levodopa therapy for Parkinson's disease: Pharmacokinetics and pharmacodynamics. Mov Disord. 2015;30(1):64-72.
Gerfen CR, Surmeier DJ. Modulation of striatal projection systems by dopamine. Annu Rev Neurosci. 2011;34:441-4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