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세 글에서 나는 만성질환이 서로 다른 병이 아니라 세포 속 발전소인 미토콘드리아와 장 속 공급업체인 유익균의 동업이 깨지면서 생긴 문제라고 말해왔다. 당뇨와 치매에 이어 이번에는 심장병이다.
심장병은 계속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심장질환 진료 환자는 2018년 약 153만 명에서 2022년 183만 명으로 5년 새 약 20% 늘었다. 왜 한창 일할 나이의 40대, 50대가 갑자기 쓰러질까. 한 가지 원인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들의 하루에는 공통된 장면이 있다. 오래 앉아 있고, 긴장이 풀리지 않고, 잠과 식사가 무너져 있다.
심장은 평생 쉬지 않고 뛰며 많은 산소와 에너지를 쓴다. 그래서 심장근육 세포에는 미토콘드리아가 빽빽하다. 그러나 심장을 지키는 일은 심장 안에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심장 바깥의 세 축, 하체와 스트레스 회로와 장이 함께 지켜야 한다.
첫째 축은 하체다. 우리 조상들은 위기가 오면 뛰었다. 솟구친 코르티솔과 교감신경 반응은 다리 근육을 움직이는 데 쓰였고, 심장에서 나간 피는 허벅지와 종아리를 지나 다시 돌아왔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화가 나도 앉아 있고, 불안해도 앉아 있다. 몸은 움직일 준비를 하는데 하체는 멈춰 있다. 이때 혈관 저항과 혈압이 올라가면 심장은 더 큰 압력을 이겨내며 피를 내보내야 한다.
하체는 제2의 심장이다. 심장이 피를 밀어내는 기관이라면 허벅지와 종아리는 피를 다시 돌려보내는 기관이다. 대규모 연구들도 계단을 자주 오르는 사람일수록 심혈관질환 위험이 낮고, 심근경색 뒤 허벅지 근력이 좋은 사람일수록 이후 심부전 위험이 낮게 나타난다는 방향을 보여준다. 등산, 빠른 걷기, 계단 오르기, 스쾃이 심장에 좋은 이유는 단순히 칼로리를 태워서가 아니다. 하체 근육이 심장의 부담을 나누어 지기 때문이다.
둘째 축은 스트레스 회로다. 현대인의 스트레스는 짧게 끝나지 않는다. 밀린 업무, 억눌린 분노, 잠 부족이 반복되면 교감신경과 코르티솔 반응이 오래 지속된다. 그러면 혈관은 더 쉽게 수축하고, 혈압과 심박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한국인에게 익숙한 화병도 이 회로와 닿아 있다. 오래 참은 분노가 가슴 답답함, 두근거림, 열감, 불면으로 나타나는 것은 마음만의 문제가 아니다. 몸이 오래 긴장 상태에 머문 결과다.
셋째 축은 장이다. 장 속 유익균은 식이섬유를 발효해 짧은사슬지방산을 만든다. 이 물질은 장벽을 지키고, 염증을 조절하며, 혈관과 심장이 에너지를 쓰는 방식에도 영향을 준다. 반대로 스트레스, 수면 부족, 가공식품이 겹치면 장벽은 약해지고 유익균은 줄어든다. 장이 흔들리면 혈관도 조용히 영향을 받는다.
심장병은 어느 한 곳의 문제만은 아니다. 하체가 멈추면 심장은 더 큰 압력을 떠안고, 스트레스 회로가 가라앉지 않으면 혈관과 미토콘드리아가 지치고, 장이 무너지면 염증 신호가 늘어난다. 약물치료가 중요하더라도 약만으로 이 생활의 세 축을 모두 대신할 수는 없다.
물론 가슴 통증, 식은땀, 호흡곤란이 갑자기 나타나면 즉시 응급실로 가야 한다. 일상에서는 무엇을 해야 하나. 화가 치미는 순간 5분만 빠르게 걷자. 계단을 오르고, 등산과 스쾃으로 하체와 심폐를 함께 쓰자. 늦은 시간에는 카페인을 줄이고 다양한 채소와 발효 음식으로 장 속 유익균을 다시 키우자.
심장병은 심장 하나가 고장 난 병이 아니다. 심장은 혼자 뛰지 않는다. 하체가 움직이고, 스트레스 반응이 가라앉고, 장이 건강을 되찾을 때 심장은 오래 버틸 힘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