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ram Health Column

메디람 건강칼럼

파킨슨병 원인 루이소체부터 알파시뉴클린까지
2026. 07. 06

닥터 구의 임상 인사이트(5)
파킨슨병의 200년 — 외부 증상에서 분자까지, 네 개의 결정적 해

파킨슨병 원인 루이소체부터 알파시뉴클린까지


환자분들과 가족분들이 파킨슨병이라는 낯선 이름표를 처음 마주하셨을 때의 막막함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고자,
이 병이 지나온 200년의 발자취를 알기 쉽게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파킨슨병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미지의 질환이 아닙니다.
지난 200년 동안 전 세계의 수많은 의사와 과학자들이 네 번의 큰 도약을 거치며 그 비밀을 하나씩 벗겨낸 땀과 노력의 결과물입니다.


파킨슨병



1. 눈에 보이는 변화를 기록하다 (1817년, 1872년)

1817년: 거리에서 찾아낸 공통점


약 200년 전 영국의 의사 제임스 파킨슨은 길을 걷는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하다가 특이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손발이 떨리고, 행동이 눈에 띄게 느려지며, 몸이 앞으로 굽은 채 잰걸음을 걷는 사람들의 모습이 비슷했던 것이죠.
그는 이것이 그저 나이가 들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이 아니라 '하나의 뚜렷한 질병'이라고 세상에 처음 알렸습니다.
특히 그가 남긴 "기억력이나 감각은 멀쩡하게 유지된다"는 기록은 오늘날까지도 아주 중요한 특징으로 꼽힙니다.



1872년: 마침내 이름을 얻다

그로부터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 프랑스의 의사 장 마르탱 샤르코가 여기에 '몸이 뻣뻣해지는 굳음(강직)' 증상을 새롭게 찾아내어 덧붙였습니다.
그리고 이 병의 특징을 처음으로 세상에 알린 의사의 공로를 기려 '파킨슨병'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죠
첫 100년의 아쉬움이 두 의사 덕분에 환자의 겉모습과 증상을 정확히 묶어낼 수는 있었지만, 답답한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만 알 뿐, 도대체 왜 이런 증상이 생기는지 '환자의 머릿속'은 들여다볼 재주가 그 당시에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장 마르탱 샤르코



2. 뇌 속으로 들어간 현미경 (1912년)

시간이 흘러 1912년, 독일의 프리드리히 루이라는 의사가 마침내 환자의 뇌 신경세포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아주 낯선 동그란 찌꺼기 덩어리들을 발견합니다.
훗날 그의 이름을 따 '루이소체'라고 불리게 된 이 덩어리를 통해,
의학계는 파킨슨병이 겉으로만 나타나는 병이 아니라 '뇌 조직 내부에 찌꺼기가 쌓여 생기는 병'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두 눈으로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기술로는 그 찌꺼기가 도대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는 알아낼 길이 없었습니다.


루이소체



3. 마침내 찾아낸 병의 씨앗 (1997년)

현미경 아래의 덩어리가 무엇인지 밝혀지기까지는 그로부터 무려 85년이라는 긴 기다림이 필요했습니다
1997년에 이르러서야 미국과 영국의 연구팀이 루이가 발견했던 그 동그란 덩어리의 정체를 밝혀냅니다.
바로 '알파-시뉴클린'이라는 아주 작은 단백질들이 뭉쳐서 생긴 것이었죠.
사람의 걷는 모습을 관찰하던 데서 출발한 연구가, 200년 만에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미세한 분자 단위까지 파고들어 병의 진짜 원인을 찾아낸 가슴 벅찬 순간이었습니다
200년의 역사가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우리가 파킨슨병을 이해해 온 과정은 마치 돋보기에서 시작해 최고급 현미경으로 렌즈를 바꿔 끼워온 과정과 같습니다.

 
연도 핵심 사건 병을 바라보는 시야
1817년 병의 겉모습을 처음 묶어서 발표 환자의 행동과 증상
1872년 '파킨슨병' 이름 탄생 및 분류 증상의 정확한 체계화
1912년 뇌 속 찌꺼기 덩어리(루이소체) 발견 뇌 신경세포 내부
1997년 덩어리의 정체(알파-시뉴클린 단백질) 확인 보이지 않는 미세 분자


알파시뉴클린


처음 진단을 받으시면 덜컥 겁이 나고 두려우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200년의 역사가 주는 위로를 꼭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환자분은 절대 혼자가 아닙니다.
뒤에는 1817년부터 이 병과 싸우며 조금이라도 더 나은 길을 찾기 위해 매달려 온 수많은 의료진과 과학자들의 200년 역사가 든든하게 버티고 있습니다.


파킨슨병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막막한 병이 아닙니다.
원인을 정확히 알고 있고, 분자 단위에서 병을 멈추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가 끊임없이 연구를 이어가고 있는 질환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1912년 뇌 속에서 처음 발견되었던 그 낯선 찌꺼기 덩어리, '루이소체'가 도대체 어떤 녀석인지,
그리고 뇌 안에서 어떤 일을 벌이는지 조금 더 쉽고 편안하게 풀어보겠습니다.



참고자료

1차 사료 (회상 차원)
Parkinson J. An Essay on the Shaking Palsy. London: Sherwood, Neely, and Jones; 1817.
Charcot J-M. Leçons sur les maladies du système nerveux faites à la Salpêtrière. Vol 1. Paris; 1872.

학술 2차 문헌
Goetz CG. The history of Parkinson's disease: early clinical descriptions and neurological therapies. Cold Spring Harb Perspect Med. 2011;1(1):a008862.
Goetz CG. Charcot on Parkinson's disease. Mov Disord. 1986;1(1):27-32.
Lees AJ. Unresolved issues relating to the shaking palsy on the celebration of James Parkinson's 250th birthday. Mov Disord. 2007;22(S17):S327-S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