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ram Health Column

메디람 건강칼럼

파킨슨병 오십견 강직 몸 굳는 이유는?
2026. 08. 26

닥터 구의 건강 칼럼 (31)
어깨가 계속 결리는데 오십견이 아니라고요? 강직이라는 증상

파킨슨병 오십견 강직 몸 굳는 이유는?


지난 편에서는 보상 능력이 한계에 다다른 순간 환자가 처음으로 겪는 변화를 다뤘습니다.
동작이 느려지고, 폭이 좁아지고, 첫 움직임을 떼기가 어려워지는 서동이었죠.


그런데 이 무렵 환자들이 함께 자주 호소하는 증상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몸이 뻣뻣해졌다"는 느낌인데요.
한자로 강직(强直)이라 표현하는 이 증상은 동작 속도와는 전혀 다른 성질의 불편함을 만들어냅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강직이라는 변화가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 그리고 환자들이 실제로 어떻게 겪는지를 짚어보려 합니다.





강직은 단지 '근육이 딱딱해지는 현상'이 아닙니다

먼저 자주 생기는 오해 하나부터 바로잡고 시작하겠습니다.
강직을 그저 '근육이 굳는 것'으로만 이해하면 이 증상의 본질을 놓치기 쉽습니다.

이전 글에서도 짧게 다뤘듯, 팔이 매끄럽게 굽혀지려면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굽히는 근육인 이두근이 힘을 낼 때, 펴는 근육인 삼두근은 힘을 빼줘야 한다는 거죠.
반대로 팔을 펼 때는 삼두근이 일을 하고 이두근은 쉬어야 합니다.
이렇게 한쪽이 움직이면 다른 쪽은 물러서는 절묘한 호흡이 있어야 부드러운 동작이 완성됩니다.

강직은 바로 이 호흡, 즉 두 근육 간의 조화가 무너진 상태를 가리킵니다.
양쪽 근육이 동시에 팽팽해지기 시작하는 겁니다.
그 결과 팔이 마치 양방향에서 잡아당겨지듯 어느 쪽으로도 매끄럽게 움직이지 못하고 낯선 저항감만 남게 되죠.
결국 환자가 호소하는 '뻣뻣함'은 근육 하나가 굳은 게 아니라, 두 근육이 동시에 긴장된 결과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일상에서 환자들이 강직을 실감하는 순간들

① 셔츠 단추를 채우거나 풀 때
손가락이 평소만큼 자연스럽게 접히지 않습니다.
단추 하나 채우는 데도 이전보다 힘이 더 필요하고, 관절 부위에 뭔가 걸려 있는 듯한 느낌이 함께 옵니다.


② 외투나 점퍼 소매에 팔을 넣을 때
팔을 소매 안으로 밀어 넣으려는데 평소처럼 스르륵 들어가지 않습니다.
팔의 어느 지점에서 살짝 걸리는 느낌이 나고, 그저 옷을 입는 단순한 동작이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③ 잠결에 몸을 뒤척일 때
자다가 자세를 바꾸려고 몸을 돌리는 동작이 평소보다 훨씬 버겁게 느껴집니다.
원래는 무심코 지나가던 한 번의 회전이, 온몸을 통째로 옮기는 큰 작업처럼 다가옵니다.


④ 어깨, 목, 허리에 반복되는 만성 통증
사실 이 부분이 강직의 뜻밖의 얼굴입니다.
강직을 겪는 환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가장 먼저 호소하는 건 떨림도 느림도 아닌, 만성적인 어깨나 목의 통증인 경우가 많습니다.
환자 본인은 신경계 질환일 거라고는 생각조차 못 한 채, 어깨 결림이나 오십견을 의심해 정형외과부터 찾는 경우도 흔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통증 치료로는 잘 낫지 않고,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신경과 진료에서 강직이 확인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본인보다 가족이 먼저 눈치채는 경우가 많습니다

강직의 흥미로운 점 하나는, 환자 스스로는 이 변화를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사실입니다.
몸의 변화는 매일 조금씩 쌓여가기 때문에, "내가 예전보다 뻣뻣해졌다"는 걸 스스로 자연스럽게 느끼기가 쉽지 않은 거예요.


이 변화를 가장 먼저 감지하는 건 대개 가족입니다.
환자가 어깨가 뭉친다고 할 때 가족이 어깨를 주물러주다 보면, 평소와는 다른 딱딱함이 손끝으로 전해지는 게 한 가지 신호가 됩니다.
또는 옷 입는 걸 돕거나 외출 준비를 거들면서 환자의 팔을 살짝 움직여보면, 마치 굳어버린 가구를 옮기듯 부드러운 호응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죠.





진료실에서 의사가 강직을 확인하는 방법

의사가 강직을 판단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환자의 팔이나 손목을 붙잡고 힘을 빼달라고 요청한 뒤, 의사가 직접 관절을 천천히 굽혔다가 펴보는 겁니다.


정상적인 팔이라면 의사가 굽힐 때 굽히는 근육이 자연스럽게 풀리면서 거의 저항 없이 부드럽게 굽혀집니다.
반면 강직이 있는 환자에게서는 아래 두 양상 중 하나가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납 파이프 양상 (lead-pipe rigidity) — 부드럽지만 단단한 납 파이프를 구부리듯, 굽히는 동안 내내 일정한 저항이 계속 느껴집니다.
톱니바퀴 양상 (cogwheel rigidity) — 떨림이 동반된 환자라면, 굽히는 도중 톱니가 맞물리듯 저항이 끊겼다 이어지는 게 특징입니다.


이 두 소견은 의사의 손끝에 아주 선명하게 전달되는 객관적 증거라서, 짧은 진찰만으로도 강직 여부를 곧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런 현상이 생기는 이유

앞에서 다룬 원인, 즉 도파민 부족이 여기서도 핵심 역할을 합니다.
흑색질에서 만들어져 기저핵으로 전달되는 도파민이 맡은 여러 역할 중 하나가 바로 두 근육 사이의 균형을 잡아주는 일이었습니다.
한쪽이 움직일 때 다른 쪽은 쉬도록 신호를 조율하는 역할이었죠.


도파민이 부족해지면 이 조율 기능이 무너집니다.
두 근육 모두에 "긴장하라"는 신호가 동시에 전달되면서, 팔이 매끄럽게 움직이지 못하고 뻣뻣해지는 상태가 만들어지는 거예요.
결국 한 신경전달물질이 부족해지면서 생기는 여러 결과 중 하나가, 이렇게 환자의 일상 동작 전체를 굳게 만드는 변화로 나타나는 셈입니다.



강직의 임상적 무게 — 모르는 사이 진행되는 변화

강직이 임상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한 가지로 압축됩니다.
바로 환자 본인이 알아차리기 힘든 증상이라는 점이에요.
떨림은 환자가 즉시 느끼고, 동작이 느려지는 것도 가족이 일상 속에서 금방 알아챕니다.
그러나 강직만큼은 본인이 잘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가족이나 진료실의 의사가 먼저 발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만성적인 어깨나 목 통증 혹은 원인 모를 근육 뻣뻣함이 한쪽으로 치우쳐 나타나면서 일반적인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다면,
한 번쯤 신경과 진료를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마치며

강직이라는 단어에 담긴 뜻, 환자들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네 가지 장면, 가족과 의사가 이 변화를 알아차리는 방식, 그리고 두 근육의 조화가 무너지는 분자 수준의 이유까지 함께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환자와 가족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모습이 하나 더 있죠.
바로 떨림입니다.
가만히 있어도 손이 저절로 흔들리는 그 모습인데요.
다음 글에서는 이 변화를 다뤄보겠습니다.



참고자료

1차 사료 / 진단 기준
Postuma RB, Berg D, Stern M, et al. MDS clinical diagnostic criteria for Parkinson's disease. Mov Disord. 2015;30(12):1591-1601.

학술 2차 문헌
Jankovic J. Parkinson's disease: clinical features and diagnosis. J Neurol Neurosurg Psychiatry. 2008;79(4):368-376.
Delwaide PJ. Parkinsonian rigidity. Funct Neurol. 2001;16(2):147-156.
Berardelli A, Sabra AF, Hallett M. Physiological mechanisms of rigidity in Parkinson's disease. J Neurol Neurosurg Psychiatry. 1983;46(1):45-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