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구의 건강 칼럼 (31)
어깨가 계속 결리는데 오십견이 아니라고요? 강직이라는 증상
파킨슨병 오십견 강직 몸 굳는 이유는?지난 편에서는 보상 능력이 한계에 다다른 순간 환자가 처음으로 겪는 변화를 다뤘습니다.
동작이 느려지고, 폭이 좁아지고, 첫 움직임을 떼기가 어려워지는 서동이었죠.
그런데 이 무렵 환자들이 함께 자주 호소하는 증상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몸이 뻣뻣해졌다"는 느낌인데요.
한자로 강직(强直)이라 표현하는 이 증상은 동작 속도와는 전혀 다른 성질의 불편함을 만들어냅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강직이라는 변화가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 그리고 환자들이 실제로 어떻게 겪는지를 짚어보려 합니다.
강직은 단지 '근육이 딱딱해지는 현상'이 아닙니다먼저 자주 생기는 오해 하나부터 바로잡고 시작하겠습니다.
강직을 그저 '근육이 굳는 것'으로만 이해하면 이 증상의 본질을 놓치기 쉽습니다.
이전 글에서도 짧게 다뤘듯, 팔이 매끄럽게 굽혀지려면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굽히는 근육인 이두근이 힘을 낼 때, 펴는 근육인 삼두근은 힘을 빼줘야 한다는 거죠.
반대로 팔을 펼 때는 삼두근이 일을 하고 이두근은 쉬어야 합니다.
이렇게 한쪽이 움직이면 다른 쪽은 물러서는 절묘한 호흡이 있어야 부드러운 동작이 완성됩니다.
강직은 바로 이 호흡, 즉 두 근육 간의 조화가 무너진 상태를 가리킵니다.
양쪽 근육이 동시에 팽팽해지기 시작하는 겁니다.
그 결과 팔이 마치 양방향에서 잡아당겨지듯 어느 쪽으로도 매끄럽게 움직이지 못하고 낯선 저항감만 남게 되죠.
결국 환자가 호소하는 '뻣뻣함'은 근육 하나가 굳은 게 아니라, 두 근육이 동시에 긴장된 결과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일상에서 환자들이 강직을 실감하는 순간들① 셔츠 단추를 채우거나 풀 때
손가락이 평소만큼 자연스럽게 접히지 않습니다.
단추 하나 채우는 데도 이전보다 힘이 더 필요하고, 관절 부위에 뭔가 걸려 있는 듯한 느낌이 함께 옵니다.
② 외투나 점퍼 소매에 팔을 넣을 때
팔을 소매 안으로 밀어 넣으려는데 평소처럼 스르륵 들어가지 않습니다.
팔의 어느 지점에서 살짝 걸리는 느낌이 나고, 그저 옷을 입는 단순한 동작이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③ 잠결에 몸을 뒤척일 때
자다가 자세를 바꾸려고 몸을 돌리는 동작이 평소보다 훨씬 버겁게 느껴집니다.
원래는 무심코 지나가던 한 번의 회전이, 온몸을 통째로 옮기는 큰 작업처럼 다가옵니다.
④ 어깨, 목, 허리에 반복되는 만성 통증
사실 이 부분이 강직의 뜻밖의 얼굴입니다.
강직을 겪는 환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가장 먼저 호소하는 건 떨림도 느림도 아닌, 만성적인 어깨나 목의 통증인 경우가 많습니다.
환자 본인은 신경계 질환일 거라고는 생각조차 못 한 채, 어깨 결림이나 오십견을 의심해 정형외과부터 찾는 경우도 흔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통증 치료로는 잘 낫지 않고,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신경과 진료에서 강직이 확인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본인보다 가족이 먼저 눈치채는 경우가 많습니다강직의 흥미로운 점 하나는, 환자 스스로는 이 변화를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사실입니다.
몸의 변화는 매일 조금씩 쌓여가기 때문에, "내가 예전보다 뻣뻣해졌다"는 걸 스스로 자연스럽게 느끼기가 쉽지 않은 거예요.
이 변화를 가장 먼저 감지하는 건 대개 가족입니다.
환자가 어깨가 뭉친다고 할 때 가족이 어깨를 주물러주다 보면, 평소와는 다른 딱딱함이 손끝으로 전해지는 게 한 가지 신호가 됩니다.
또는 옷 입는 걸 돕거나 외출 준비를 거들면서 환자의 팔을 살짝 움직여보면, 마치 굳어버린 가구를 옮기듯 부드러운 호응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죠.
진료실에서 의사가 강직을 확인하는 방법의사가 강직을 판단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환자의 팔이나 손목을 붙잡고 힘을 빼달라고 요청한 뒤, 의사가 직접 관절을 천천히 굽혔다가 펴보는 겁니다.
정상적인 팔이라면 의사가 굽힐 때 굽히는 근육이 자연스럽게 풀리면서 거의 저항 없이 부드럽게 굽혀집니다.
반면 강직이 있는 환자에게서는 아래 두 양상 중 하나가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납 파이프 양상 (lead-pipe rigidity) — 부드럽지만 단단한 납 파이프를 구부리듯, 굽히는 동안 내내 일정한 저항이 계속 느껴집니다.
톱니바퀴 양상 (cogwheel rigidity) — 떨림이 동반된 환자라면, 굽히는 도중 톱니가 맞물리듯 저항이 끊겼다 이어지는 게 특징입니다.
이 두 소견은 의사의 손끝에 아주 선명하게 전달되는 객관적 증거라서, 짧은 진찰만으로도 강직 여부를 곧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런 현상이 생기는 이유앞에서 다룬 원인, 즉 도파민 부족이 여기서도 핵심 역할을 합니다.
흑색질에서 만들어져 기저핵으로 전달되는 도파민이 맡은 여러 역할 중 하나가 바로 두 근육 사이의 균형을 잡아주는 일이었습니다.
한쪽이 움직일 때 다른 쪽은 쉬도록 신호를 조율하는 역할이었죠.
도파민이 부족해지면 이 조율 기능이 무너집니다.
두 근육 모두에 "긴장하라"는 신호가 동시에 전달되면서, 팔이 매끄럽게 움직이지 못하고 뻣뻣해지는 상태가 만들어지는 거예요.
결국 한 신경전달물질이 부족해지면서 생기는 여러 결과 중 하나가, 이렇게 환자의 일상 동작 전체를 굳게 만드는 변화로 나타나는 셈입니다.강직의 임상적 무게 — 모르는 사이 진행되는 변화강직이 임상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한 가지로 압축됩니다.
바로 환자 본인이 알아차리기 힘든 증상이라는 점이에요.
떨림은 환자가 즉시 느끼고, 동작이 느려지는 것도 가족이 일상 속에서 금방 알아챕니다.
그러나 강직만큼은 본인이 잘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가족이나 진료실의 의사가 먼저 발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만성적인 어깨나 목 통증 혹은 원인 모를 근육 뻣뻣함이 한쪽으로 치우쳐 나타나면서 일반적인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다면,
한 번쯤 신경과 진료를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마치며강직이라는 단어에 담긴 뜻, 환자들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네 가지 장면, 가족과 의사가 이 변화를 알아차리는 방식, 그리고 두 근육의 조화가 무너지는 분자 수준의 이유까지 함께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환자와 가족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모습이 하나 더 있죠.
바로 떨림입니다.
가만히 있어도 손이 저절로 흔들리는 그 모습인데요.
다음 글에서는 이 변화를 다뤄보겠습니다.참고자료1차 사료 / 진단 기준
Postuma RB, Berg D, Stern M, et al. MDS clinical diagnostic criteria for Parkinson's disease. Mov Disord. 2015;30(12):1591-1601.
학술 2차 문헌
Jankovic J. Parkinson's disease: clinical features and diagnosis. J Neurol Neurosurg Psychiatry. 2008;79(4):368-376.
Delwaide PJ. Parkinsonian rigidity. Funct Neurol. 2001;16(2):147-156.
Berardelli A, Sabra AF, Hallett M. Physiological mechanisms of rigidity in Parkinson's disease. J Neurol Neurosurg Psychiatry. 1983;46(1):45-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