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ram Health Column

메디람 건강칼럼

공생의학을 이해하면 ‘만성질환을 보는 눈’이 바뀐다 [건강한겨레]
2026. 04. 03

김지호 원장의 ‘공생의학' 1

공생의학을 이해하면 ‘만성질환을 보는 눈’이 바뀐다 [건강한겨레]
김지호 원장의 ‘공생의학' 1

우리 몸속 전기를 만드는 발전소인 세포 속 미토콘드리아와, 식이섬유로 연료를 만들어 보내는 공급업체인 장 속 유익균의 동업관계가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우리 몸은 만성질환의 폭발을 경험할 수 있다. 퍼플렉시티 그림
우리 몸속 전기를 만드는 발전소인 세포 속 미토콘드리아와, 식이섬유로 연료를 만들어 보내는 공급업체인 장 속 유익균의 동업관계가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우리 몸은 만성질환의 폭발을 경험할 수 있다. 퍼플렉시티 그림


한 사람이 병원에서 받아드는 진단명이 네 개씩인 시대다. 당뇨, 고혈압, 심장병, 치매. 우리는 이것을 네 개의 각기 다른 병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있다. 똑같이 혈당을 낮추는 당뇨약인데, ㄱ약을 먹은 환자는 심장병 위험까지 줄었고 ㄴ약을 먹은 환자는 혈당만 떨어졌을 뿐 심장에는 아무 변화가 없었다. 둘 다 혈당을 낮추는 약인데, 왜 하나는 심장까지 살리고 다른 하나는 못 살릴까. 항생제를 먹인 뒤 운동을 시키면 똑같은 강도로 뛰어도 근육이 예전만큼 반응하지 않는다는 연구도 있다. 장 속 미생물을 죽였을 뿐인데, 왜 근육의 에너지 공장까지 힘을 잃는 걸까. 혈당은 혈당이고 심장은 심장이며 근육은 근육인데, 이것들은 마치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서 하나로 연결된 것처럼 행동한다.

현대 의학의 공식, 즉 ‘한 질환, 한 표적, 한 약물’로는 이 현상이 설명되지 않는다. 감염병 시대에는 이 공식이 잘 통했다. 하나의 세균이 하나의 병을 일으키니 그 세균을 죽이면 병이 나았다. 그러나 전세계 20억 명 이상이 여러 만성질환을 동시에 달고 사는 지금, 이 공식은 심각한 벽에 부딪혔다. 아무리 정밀하게 혈당을 조절해도 심장병과 치매의 위험은 따라온다. 왜 만성질환은 이렇게 몰려다닐까. 만약 이것들이 각기 다른 병이 아니라 같은 뿌리에서 갈라져 나온 가지들이라면?

 

이 질문에 답하는 것이 공생의학이다. 답을 찾고 나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 핵심은 놀랍도록 단순하다. 우리 몸속에 전기를 만드는 발전소와 그 발전소에 연료를 납품하는 공급업체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발전소는 세포 안의 미토콘드리아, 공급업체는 장 속 유익균이다. 유익균은 우리가 먹는 식이섬유로 연료를 만들어 발전소에 보내고, 발전소는 그 연료를 태우면서 공급업체가 영업할 수 있는 환경을 지켜준다. 이 둘은 서로가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 거래처가 망하면 발전소도 멈추고, 발전소가 멈추면 거래처도 문을 닫는다. 이것이 공생의 결합이다.

이 동업 관계는 동물이 장을 갖게 된 약 5억 년 전부터 이어져왔다. 수없이 많은 환경 변화 속에서도 끊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불과 100여 년 만에 무너지고 있다. 산업화가 만들어낸 가공식품이 유익균의 먹이인 섬유질을 빼앗고, 문명이 가져온 좌식 생활이 미토콘드리아를 고장 내고, 밤을 잊은 인공조명이 발전소의 회복 시간을 빼앗고, 끊이지 않는 스트레스가 장 속 유익균을 몰아내고, 항생제 남용이 장 생태계를 초토화하고 있다. 만성질환의 폭발이 산업화된 사회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제 처음의 수수께끼가 풀린다. ㄱ약이 심장까지 살린 것은 혈당을 더 잘 낮췄기 때문이 아니라 이 동업 관계를 일부 복원했기 때문이다. ㄴ약은 혈당만 낮췄을 뿐 결합에는 손대지 못했다. 미토콘드리아만 살려서도, 장내 미생물만 살려서도 안 된다. 둘은 하나의 결합으로 연결돼 있기에 한쪽만 고쳐서는 금방 다시 무너진다. 이 둘의 결합을 동시에 되살리는 것, 이것이 공생의학이다.

이 환자에게 병은 네 개가 아니었다. 하나다. 이름만 네 개였을 뿐이다. 우리가 네 개의 병이라고 부르던 것은 하나의 결합이 깨지면서 각기 다른 장기에 나타난 그림자였다. 다음 회부터, 그 하나의 병이 어떻게 당뇨라는 이름을 얻게 되는지 이야기하려 한다.

메디람한방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