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구의 건강 칼럼 (54)
COMT 억제제는 안전할까? 파킨슨병 약 개발사 ①
검수자 : 김지호 대표원장
파킨슨병 치료제 COMT 억제제는 안전할까? 개발 역사앞선 다섯 편에서는 카비도파/레보도파라는 핵심 약물을 차근차근 짚어 봤습니다.
약이 어떻게 발견되었는지부터 약리, 제형, 임상 사용, 부작용까지 폭넓게 다뤘지요.
카비도파/벤세라지드 덕분에 전신의 탈탄산효소가 차단되었고, 뇌에 닿는 레보도파의 양이 4~5배까지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카비도파/벤세라지드가 막는 효소는 탈탄산효소(AADC) 단 한 종류예요.
우리 몸에는 레보도파를 분해하는 효소가 하나 더 있습니다.
이 효소를 겨냥한 두 번째 보조약이 1990년대 후반부터 임상에 도입되었는데요.
그 효소가 COMT(카테콜-O-메틸전이효소)이고, 이를 막는 약이 COMT 억제제(COMT inhibitor)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두 번째 보조약이 어떤 흐름 속에서 발견되고 진료실까지 오게 되었는지 따라가 보겠습니다.
그 과정에서 일어난 중대한 안전성 사건이 남긴 의미도 함께 짚어 볼 거예요.
핀란드 헬싱키의 작은 연구실에서 시작해 2020년 포르투갈 리스본의 제약회사가 새로운 약을 선보이기까지, 약 40년에 걸친 여정입니다.
1980년대, 헬싱키에서 시작된 연구COMT는 의학계에 일찍부터 알려져 있던 효소입니다.
1958년 미국의 생화학자 줄리어스 액셀로드(Julius Axelrod, 1970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가 처음 규명했습니다.
이후 COMT는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같은 카테콜아민을 몸이 대사하는 중요한 경로 중 하나로 인정받았지요.
그러나 COMT가 레보도파 치료의 효율을 깎아 먹는 주요 원인이라는 점이 분명히 인식된 것은 훨씬 뒤의 일입니다.
이를 차단하는 약을 만들려는 노력이 본격화된 곳은 1980년대 핀란드 헬싱키 대학이었습니다.
약리학자 페카 멘니스토(Pekka Männistö), 신경학자 세포 카콜라(Seppo Kaakkola), 생화학자 에르키 닛시넨(Erkki Nissinen)이 이 시기 기초 연구를 이끌었습니다.
이들은 중요한 사실을 밝혀냈는데요.
카비도파/벤세라지드로 말초의 탈탄산효소를 막아도 COMT가 여전히 레보도파를 분해해서 약효의 상당 부분이 사라진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탈탄산효소 다음으로 막아야 할 대상이 COMT라는 결론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지요.
이러한 인식을 토대로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에 걸쳐 핀란드와 스위스의 제약회사 두 곳이 COMT 선택적 차단제 개발에 거의 동시에 착수합니다.1990년대, 두 제약회사의 나란한 도전핀란드의 오리온 파마(Orion Pharma)는 멘니스토와 닛시넨의 연구를 바탕으로 엔타카폰(entacapone)을 만들었습니다.
엔타카폰은 혈관, 간, 소장 같은 말초 조직에서 작용하도록 설계된 분자예요.
카비도파와 마찬가지로 혈뇌장벽을 통과하지 못하는 구조여서 뇌 속까지는 들어가지 않습니다.
1990년대 중반의 임상 시험에서는 엔타카폰이 레보도파의 작용 시간을 유의하게 연장한다는 결과가 확인되었습니다.
거의 같은 때에 스위스의 로슈(Roche)는 또 다른 COMT 억제제인 톨카폰(tolcapone)을 개발했습니다.
톨카폰은 엔타카폰과 결정적으로 달랐습니다.
엔타카폰이 말초에서만 작용하는 반면, 톨카폰은 혈뇌장벽을 넘어 뇌 안의 COMT까지 차단할 수 있었거든요.
이 특징은 장점이면서 동시에 단점이었습니다.
더 강하고 오래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대신, 부작용의 가능성 역시 함께 커졌으니까요.
두 약은 1990년대 후반에 비슷한 시기에 시장에 나왔습니다.
톨카폰(Tasmar, 로슈): 1997년 유럽 승인, 1998년 미국 FDA 승인
엔타카폰(Comtan, 오리온/노바티스 공동): 1998년 유럽 승인, 1999년 미국 FDA 승인
두 약 모두 레보도파로 치료받는 환자의 약효 지속 시간을 대략 1~1.5시간 늘려 주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의학계는 카비도파에 이어 또 한 단계 발전된 보조약을 얻게 된 셈입니다.
1998년, 톨카폰에 닥친 충격적인 사건하지만 톨카폰은 출시 직후 매우 충격적인 사건에 휘말립니다.
출시 후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이 약을 복용하던 환자 중 일부에서 급성 간부전 등 심각한 간 손상이 잇따라 보고되었습니다.
1998년 11월에 이르기까지 급성 간부전으로 사망한 환자는 3명이 누적되었고, 중증 간 손상 사례도 여러 건 더 있었습니다.
유럽 의약품청은 1998년 톨카폰을 유럽 시장에서 즉각 철수시켰습니다.
미국 FDA는 시장에서 완전히 빼지는 않았지만 사용에 매우 엄격한 제한을 두었습니다.
엔타카폰 등 다른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에게만 쓰는 이차 선택약으로 지위가 낮아졌고,
복용 환자는 모두 정기적인 간 기능 검사(첫 1년간 2~4주 간격)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했습니다.
이 사건이 의학계에 남긴 교훈은 깊었습니다.
같은 계열의 약이라도 분자 구조의 미묘한 차이가 안전성을 크게 좌우할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엔타카폰과 톨카폰은 둘 다 COMT 억제제이지만, 톨카폰의 화학 구조(니트로카테콜 골격에 추가된 부분)가 간세포에 산화 스트레스를 일으킬 수 있음이 후속 연구에서 밝혀졌습니다.
혈뇌장벽을 통과하는 약물은 신체의 다른 부위에도 더 넓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일반 원칙이 이 사건을 통해 더욱 선명해졌습니다.
그 결과 임상 현장에서는 엔타카폰이 톨카폰보다 훨씬 널리 쓰이는 표준 약이 되었고, 톨카폰은 극히 제한된 상황에서만 조심스럽게 처방되는 약이 되었습니다.2003년, 삼중 복합제 Stalevo의 출시엔타카폰이 임상에서 성과를 내자, 오리온/노바티스는 한 걸음 더 나아가 Stalevo라는 삼중 복합제를 내놓았습니다.
레보도파, 카비도파, 엔타카폰을 한 알로 묶어 환자가 삼켜야 하는 알약의 개수를 줄인 제품이에요.
카비도파/레보도파를 복용할 때마다 엔타카폰을 따로 챙겨야 했던 불편을 한 알로 덜어 낸 시도였습니다.
Stalevo는 2003년 미국 FDA 승인 후 빠르게 보급되었습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예상 밖의 논쟁을 맞닥뜨립니다.2010년, STRIDE-PD를 둘러싼 논쟁2010년 즈음 Stalevo의 대규모 임상 시험(STRIDE-PD) 결과가 공개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일부 분석에서 Stalevo를 복용한 환자들에게 심혈관 사건(심근경색 등)이 통계적으로 약간 더 많이 보고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결과는 곧장 의학계의 정밀한 검토 대상이 되었고, FDA를 비롯한 여러 규제 기관이 후속 분석을 진행했습니다.
분석 결과는 대략 다음과 같이 정리되었습니다.
통계적 신호는 미미했으며, 일관되게 재현되지도 않았습니다.
Stalevo를 복용한 경우와 카비도파/레보도파에 엔타카폰을 따로 복용한 경우 사이의 차이도 뚜렷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Stalevo가 심혈관 위험을 분명하게 높인다고 결론 내리기는 어려웠습니다.
결과적으로 Stalevo는 시장에서 그대로 유지되었고, 의료진이 환자의 심혈관 위험 요인을 살펴 가며 처방하는 약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 논쟁에는 또 하나의 의미가 있었습니다.
톨카폰 사건과 STRIDE-PD 논쟁을 거치며, 신약 출시 이후의 시판 후 감시(post-marketing surveillance)가 환자 안전에 결정적이라는 인식이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는 점입니다.
2016~2020년, 하루 한 번 복용의 혁신을 이룬 포르투갈엔타카폰과 톨카폰이 임상에 안착한 뒤 약 20년 동안은 새로운 COMT 억제제가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2010년대에 포르투갈의 제약회사가 흥미로운 신약을 선보입니다.
포르투갈의 Bial(비알)은 1990년대 후반부터 새로운 COMT 억제제 연구에 꾸준히 투자해 왔고,
마침내 오피카폰(opicapone, Ongentys)이라는 분자를 완성했습니다.
이 약의 가장 큰 차별점은 단 한 번의 복용으로 강력하고 오래 지속되는 COMT 차단이 가능하다는 것이에요.
엔타카폰은 카비도파/레보도파를 먹을 때마다 함께 복용해야 했습니다.
하루에 네 번 카비도파/레보도파를 복용하는 환자라면 엔타카폰도 네 번 챙겨야 했지요.
반면 오피카폰은 하루 한 번 복용만으로 24시간 동안 COMT를 안정적으로 차단합니다.
잠들기 전에 한 알을 먹으면 다음 날 복용하는 모든 카비도파/레보도파에 COMT 차단 효과가 이어지는 거예요.
오피카폰의 임상 도입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2016년: 유럽 EMA 승인
2020년: 미국 FDA 승인
오피카폰의 등장은 약 20년 만에 COMT 억제제 분야에서 이뤄진 의미 있는 진전이었습니다.
복용해야 하는 알약 수가 눈에 띄게 줄면서 환자들의 일상 부담도 한결 가벼워졌지요.마치며, COMT는 도대체 어떻게 작동할까요?우리는 지금까지 COMT 억제제 개발의 약 40년 역사를 따라왔습니다.
1980년대 핀란드의 연구에서 출발해, 1998년 톨카폰 간독성 사건, 2003년 Stalevo 출시,
2010년 STRIDE-PD 논쟁을 거쳐, 2020년 오피카폰의 하루 한 번 복용 혁신까지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궁금증이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COMT라는 효소는 정확히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 걸까요?
이 효소를 막는 약들은 신경생물학적으로 어떻게 레보도파를 보호해 주는 걸까요?
다음 글에서는 COMT의 분자 메커니즘과, 이를 차단하는 보조약들의 신경생물학적 설계를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참고자료1차 사료 / 핵심 임상 연구
Männistö PT, Kaakkola S. Catechol-O-methyltransferase (COMT): biochemistry, molecular biology, pharmacology, and clinical efficacy of the new selective COMT inhibitors. Pharmacol Rev. 1999;51(4):593-628.
Olanow CW; Tasmar Advisory Panel. Tolcapone and hepatotoxic effects. Arch Neurol. 2000;57(2):263-267. (톨카폰 간 독성 종합)
Stocchi F, Rascol O, Kieburtz K, et al. Initiating levodopa/carbidopa therapy with and without entacapone in early Parkinson disease: the STRIDE-PD study. Ann Neurol. 2010;68(1):18-27.
Ferreira JJ, Lees A, Rocha JF, et al. Opicapone as an adjunct to levodopa in patients with Parkinson’s disease and end-of-dose motor fluctuations: a randomised, double-blind, controlled trial. Lancet Neurol. 2016;15(2):154-165. (BIPARK-I)
의사학 종합 문헌
Müller T. Catechol-O-methyltransferase inhibitors in Parkinson’s disease. Drugs. 2015;75(2):157-174.
Scott LJ. Opicapone: a review in Parkinson’s disease. Drugs. 2016;76(13):1293-1300.
Bonifácio MJ, Palma PN, Almeida L, Soares-da-Silva P. Catechol-O-methyltransferase and its inhibitors in Parkinson’s disease. CNS Drug Rev. 2007;13(3):352-3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