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ram Health Column

메디람 건강칼럼

파킨슨병 유래 역사 어떻게 질병이 되었을까?
2026. 06. 17

닥터구의 임상 인사이트(1)
청진기도 없던 1817년, 의사 제임스 파킨슨은 어떻게 새로운 병을 찾아냈을까요?




파킨슨병은 언제 처음 '질병'으로 인정받았을까 — 1817년 런던의 결정적 한 권



파킨슨병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이 병이 의학사에 언제 처음 등장했는지 떠올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너무 익숙한 이름이라 늘 거기 있었을 것 같지만,
사실 이 병이 '하나의 질병'으로 의학계에 등록된 출발점은 정확히 1817년이라는 한 해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해 런던에서 한 편의 얇은 에세이가 출간되었습니다.
제목은 An Essay on the Shaking Palsy, 한국어로는 《진전 마비에 관한 에세이》입니다. 66페이지 분량의 짧은 글이었지만,
이 한 편이 노년기의 떨림과 굳어짐을 처음으로 '하나의 정의된 질병'으로 묶어낸 의학사적 사건이 되었습니다.





- 출처: Volume208,Issue9, Parkinson disease,May 2018,Pages 384-386

 

1817년의 의학을 잠시 떠올려 봐야 합니다



1817년의 의학 환경은 지금과 매우 달랐습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진찰 도구들은 그때 막 등장하던 시기였습니다.
의사가 환자의 가슴 소리를 듣는 청진기조차 그 전 해인 1816년에 프랑스의 의사 르네 라에네크가 막 발명한 직후였습니다.
뇌와 신경계를 따로 다루는 '신경학(neurology)'이라는 의학 분과는 아직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신경 질환은 일반 내과의나 외과의가 다른 모든 병과 함께 보던 영역이었습니다.

 

영상 검사도, 혈액 검사도, 뇌 활동을 들여다볼 어떤 장비도 없었습니다.
의사가 신경계 질환에 대해 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도구는 정밀한 관찰과 기록이었습니다.
환자의 움직임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그것을 글로 남기는 일 — 그것이 신경 질환을 다루는 19세기 초 의학의 거의 전부였습니다.

 

1817년 런던에서 한 사람이 바로 이 도구만으로 새로운 질병을 정의해낸 것입니다.



파킨슨병



그 전까지 — '노쇠'와 '중풍'으로 묻혀 있던 증상



1817년 이전까지 노년의 떨림과 굳어진 움직임은 따로 떼어 보지 않았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손이 떨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노쇠(senility)'의 결과로 여겨졌습니다.
몸이 잘 움직이지 않는 것은 '중풍(palsy)'이나 '마비'의 일종으로 분류되었습니다.

 

여기서 'palsy'라는 영어 단어 자체가 중요합니다.
당시 의학 용어로서의 'palsy'는 오늘날 우리가 '뇌졸중 후 마비'를 떠올릴 때보다 훨씬 넓은 의미였습니다.
떨림, 근력 약화, 마비 비슷한 모든 운동 이상을 통칭하는 일종의 '광범위 진단명'이었습니다.
이 용어 아래에는 사실 서로 다른 여러 질병이 뒤섞여 있었지만,
당시 의학은 그것들을 구별할 도구도, 그것들이 서로 다르다는 개념도 갖추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노년에 손이 떨리고 걸음이 굳어지는 사람을 보면,
의사는 보통 '늙어서 그렇다' 또는 '중풍의 일종이다' 정도의 설명으로 넘어갔습니다.
이것이 1817년 이전 의학의 표준 관점이었습니다.
노년기 신체 변화는 '질병'이 아니라 '늙음'으로 분류되었고, 따라서 적극적인 연구의 대상도 되지 못했습니다.




파킨슨



파킨슨의 출발점 — "이것은 노화가 아니라 질병이다"



제임스 파킨슨이 이 에세이에서 한 가장 중요한 일은, 이 모호함에 처음으로 정면으로 도전한 것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관찰한 환자들에게서 본 떨림·동작 둔화·자세 변화·보행 변화의 패턴이 단순한 노화의 자연스러운 결과가 아니라,
특정한 원인을 가진 하나의 정의된 질병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가 남긴 글의 도입부에 나오는 한 문장이 이 출발점을 잘 보여줍니다.

"So slight and nearly imperceptible are the first inroads of this malady,
and so extremely slow is its progress, that it rarely happens,
that the patient can form any recollection of the precise period of its commencement."

— James Parkinson, An Essay on the Shaking Palsy (1817)


번역하면 다음과 같은 의미입니다.

"이 병의 첫 침입은 너무 미미하고 거의 인지하기 어려우며, 진행은 극도로 느려서,
환자가 그 시작 시점을 정확히 기억해내는 경우는 드물다."


파킨슨은 이 병의 첫 번째 특징을 '거의 인지하기 어려울 만큼 천천히 시작된다'는 점으로 잡았습니다.
환자가 자신의 몸에서 이 변화가 정확히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떠올리기 어려울 정도로 느린 진행.
이것이 1817년 이전까지 이 병이 '노쇠'와 분리되지 못했던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너무 천천히 시작되니, 환자도 의사도 그것을 '나이가 들어서 그렇다'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것입니다.

 

파킨슨이 한 일은 바로 이 천천히 진행되는 변화의 일정한 패턴을 여러 환자에게서 공통적으로 찾아내고,
"이것은 자연스러운 늙음이 아니라 하나의 정의된 질병"이라고 선언한 것이었습니다.

(파킨슨이 환자들을 어떻게 관찰했는지, 그리고 그가 본 사람들은 누구였는지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제임슨 파킨슨
-사진: 제임스 파킨슨(James Parkinson) (출처: pn.bmj.com)




이것이 왜 패러다임 전환이었나



지금의 시점에서 보면 '노년의 떨림'과 '뇌졸중 후 마비'를 구별하는 것은 너무 당연해 보입니다.
그러나 1817년의 시점에서 이것은 결코 당연하지 않았습니다.
노년기에 나타나는 신체 변화를 자연스러운 늙음이 아니라 '치료와 연구의 대상이 되는 질병 단위'로 분리해 낸 것은 그 자체로 의학사의 한 분기점입니다.

 

미국 신경학자 크리스토퍼 괴츠(Christopher Goetz)는 파킨슨병의 의학사를 정리한 2011년 논문에서,
파킨슨의 1817년 에세이를 19세기 신경학이 임상 관찰에 기반한
정밀 기술(precise clinical description)의 학문으로 자리잡는 출발점 중 하나로 평가합니다.
영국의 의학사가 앤드루 리스(Andrew Lees)도 파킨슨 탄생 250주년 기념 논문(2007)에서,
파킨슨이 1817년에 남긴 관찰이 20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거의 그대로 통용되는 정밀함을 보였다고 지적합니다.

 

즉 1817년의 사건은 단지 한 가지 새로운 병이 알려진 것이 아닙니다.
'노년의 신체 변화 = 자연스러운 노쇠'라는 오랜 관점을 깨고,
그것을 '연구하고 치료할 수 있는 질병'으로 끌어내린 패러다임 전환이었습니다.
이후 200년 동안 파킨슨병이 신경학·약리학·뇌과학 연구의 한 축이 되고,
환자와 가족이 '진단을 받고 치료의 길에 들어설 수 있게' 된 출발점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파킨슨병 논문
- 출처: Goetz CG. The history of Parkinson's disease: early clinical descriptions and neurological therapies. Cold Spring Harb Perspect Med. 2011;1(1):a008862.





마치며



그러나 1817년 출간 당시 이 에세이는 의학계의 주목을 거의 받지 못했습니다.
출간 부수는 적었고, 당시 영국 의학계의 시선은 외과 수술과 새로운 진단 도구 쪽으로 향해 있었습니다.
그 안에 담긴 정밀한 관찰이 의학사의 본격적인 평가를 받기까지는 그로부터 다시 약 60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이 작은 에세이를 쓴 사람은 누구였을까요?
외과의이자 약제사였던 한 런던의 의사가, 어떻게 거리에서 마주친 사람들을 따라가며 새로운 질병을 정의해낼 수 있었을까요?
이 질문은 다음 글에서 이어가겠습니다.

 



참고자료



1차 사료

  • Parkinson J. An Essay on the Shaking Palsy. London: Sherwood, Neely, and Jones; 1817. (퍼블릭 도메인. 원문은 Internet Archive에서 열람 가능)

학술 2차 문헌

  • Goetz CG. The history of Parkinson's disease: early clinical descriptions and neurological therapies. Cold Spring Harb Perspect Med. 2011;1(1):a008862.
  • Lees AJ. Unresolved issues relating to the shaking palsy on the celebration of James Parkinson's 250th birthday. Mov Disord. 2007;22(S17):S327-S334.

환자 교육 기관 자료

  • Parkinson's Foundation — About Parkinson's: History of Parkinson's Disea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