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구의 임상 인사이트 (2)
떨림과 느려짐, 우연한 증상들이 단일 질환으로 명명되기까지의 과정

제임스 파킨슨, 손 떨리는 노인을 지나치지 않은 의사1817년, 런던의 한 인쇄소에서 얇은 소책자가 세상에 나왔습니다.
저자는 고작 여섯 사람을 관찰한 것만으로 지금껏 누구도 분류하지 않았던 신경계 증후군을 하나의 독립된 질환으로 선언했습니다.
무모해 보이는 이 시도가 어떻게 의학사에 남을 수 있었을까요?
그 답은 저자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어느 거리를 걸었는지, 그리고 사람을 어떤 눈으로 바라봤는지에서 찾아야 합니다.
의사이기 전에 관찰자였던 사람제임스 파킨슨(James Parkinson, 1755–1824)은 런던에서 태어나 같은 도시에서 숨을 거뒀습니다.
그의 직함은 하나로 요약하기가 까다롭습니다.
수술 도구를 손에 쥐기도 했고, 약을 달이기도 했으며, 사회 부조리에 맞서는 글을 펴내기도 했고,
땅속에서 캐낸 화석을 분류하는 일에도 열정을 쏟았습니다.
그가 활동하던 시절 영국 의료계는 내과의, 외과의, 약제사라는 세 직군으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대학에서 정통 의학을 배운 내과의(physician)는 상층 사회를 상대했고,
외과의(surgeon)는 몸에 직접 개입하는 처치를 담당했으며,
약제사(apothecary)는 조제와 간단한 진료를 함께 맡았습니다.
파킨슨은 외과의이면서 동시에 약제사였습니다.
그가 하루에 마주치는 사람들은 귀족이 아니라 동네에서 밥벌이를 하는 보통 시민들이었습니다.
오늘날의 표현을 빌리자면 지역 밀착형 1차 진료 의사에 가장 근접한 존재였습니다.
한 가지 더 눈에 띄는 점은, 그의 지적 에너지가 결코 의학 한 곳에만 묶여 있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어린이 노동 착취 문제를 고발하는 팸플릿, 의료인 자격 기준을 촉구하는 글,
정신질환자 처우 개선을 주장하는 문서가 그의 손에서 나왔습니다.
영국 각지의 지층과 화석을 정리한 《영국의 유기적 잔존물(Organic Remains of a Former World)》이라는 방대한 저작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보고 기록하고 분류하는 행위가 그에게는 의학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었습니다.
그가 살던 동네가 중요한 이유파킨슨의 진료실은 런던 북동부 호크스턴(Hoxton)에 있었습니다.
19세기 초 이 일대는 도심 인접 노동자 거주 지역이었고,
영국 초창기 민간 정신 요양시설인 호크스턴 하우스(Hoxton House)가 위치한 곳이기도 했습니다.
마차와 행상인과 공장 노동자가 뒤엉키고,
나이 들거나 다쳐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거리를 배회하는 풍경이 그의 일상적 배경이었습니다.
이 맥락을 그냥 지나치면 핵심을 놓칩니다.
여섯 명이라는 작은 표본에서 새로운 질환을 식별해낸 그의 방법은 이 동네의 풍경과 떼어놓고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진료실 안 셋, 길 위의 셋소책자 후반부에는 여섯 개의 증례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여섯 명 모두가 그의 진료실 문을 두드린 환자는 아니었습니다.
셋은 진료실을 직접 찾아온 사람들이었지만, 나머지 셋은 그가 호크스턴 거리와 광장을 걷다가 우연히 시선이 머문 사람들이었습니다.
파킨슨은 그들에게서 무언가 특이한 점을 포착하면 걸음을 멈추고 떨어진 거리에서 꼼꼼히 살폈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말을 걸었습니다.
언제부터 그런 상태였는지,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직접 물었습니다.
지금의 의료 윤리와 관행 속에서는 선뜻 떠올리기 어려운 장면입니다.
하지만 당시 의학에서 환자에 대한 정보는 거의 두 통로로만 유입되었습니다.
진료실을 방문한 환자의 직접적인 호소, 그리고 사망 후 시행되는 해부.
일상 속 거리에서 한 사람의 움직임을 장기간 따라가며 변화를 추적하는 일은 의사들이 일반적으로 하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파킨슨이 이 방법을 택했다는 것은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환자를 '어느 날 진료실에 앉아 있는 상태'가 아니라 '시간과 함께 변해가는 한 사람'으로 파악하겠다는 태도였습니다.
겨우 여섯 명에게서 하나의 공통된 패턴을 건져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바로 이 접근법이 있었습니다.
여섯 명의 공통분모증례들을 가로지르며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운동 이상이 네 가지 있었습니다.
사지의 떨림, 움직임 전체가 굼뜨고 느려지는 현상, 몸통이 앞으로 쏠리는 자세 변화,
그리고 걷는 도중 보폭과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양상.
서로 아무 연관이 없는 여섯 명의 몸에서 이 변화들이 같은 방식으로 나타났습니다.
파킨슨은 이를 우연한 중복이 아니라 단일 질환이 표출되는 공통 언어라고 읽었습니다.
이 네 가지 운동 이상을 파킨슨이 어떤 논리로 단일 질병의 틀에 묶었는지,
그리고 그가 소책자 곳곳에서 반복해서 강조한 또 하나의 임상 관찰이 무엇이었는지는 다음 글에서 이어갑니다.지금도 진료실에 살아 있는 그 시선영국 신경학자이자 의학사 연구자인 앤드루 리스(Andrew Lees)는 2007년 파킨슨 탄생 250주년 기념 논문에서,
파킨슨이 남긴 관찰 방식의 정밀함이 현재의 신경과 임상에서도 여전히 살아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검사 장비라고는 변변한 것이 없던 시대에, 의사가 오직 눈과 귀만으로 환자의 움직임을
시간 축 위에서 추적하는 그 방법이 신경과 진료의 기초로 남아 있다는 뜻입니다.
낯선 사람의 걸음걸이에서 무언가를 감지하고, 그냥 지나치는 대신 발을 멈추고 오래 들여다본 어느 의사의 태도.
그 태도가 200년이라는 시간을 건너, 오늘 신경과 진료실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환자의 걸음을
끝까지 지켜보는 의사의 눈 속에 살아 있습니다.
참고자료1차 사료
• Parkinson J. An Essay on the Shaking Palsy. London: Sherwood, Neely, and Jones; 1817. — Chapter I "Illustrative Cases" (Case I~VI). (퍼블릭 도메인)
학술 2차 문헌
• Lees AJ. Unresolved issues relating to the shaking palsy on the celebration of James Parkinson's 250th birthday. Mov Disord. 2007;22(S17):S327–S334.
• Pearce JMS. Aspects of the history of Parkinson's disease. J Neurol Neurosurg Psychiatry. 1989;Suppl:6–10.
역사 기관 자료
• Royal College of Surgeons of England — James Parkinson archive.
• Wellcome Collection — James Parkinson 관련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