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닥터구의 임상 인사이트
왜 '파킨슨병'이라고 부르게 되었을까요?

파킨슨병 이름 유래와 진단 기준1817년 런던에서 한 외과 의사가 펴낸 작은 책자가 있었습니다.
제임스 파킨슨이 쓴 그 글은 출판 직후부터 약 반세기 동안 의학계의 주목을 거의 받지 못했습니다.
이 긴 공백을 끝낸 것은 도버 해협 건너편, 파리에서 활동하던 한 신경과 의사였습니다.
그는 파킨슨의 기술에서 빠진 증상 하나를 새로 더하고, 오래된 병명을 지금 우리가 아는 이름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19세기 파리의 살페트리에르 병원파리의 살페트리에르(Hôpital de la Salpêtrière)는 오늘날 신경학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병원입니다.
17세기에는 여성 수용 시설로 운영되었으나,
19세기 중후반에 들어서면서 다양한 신경계 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함께 입원해 있는 대규모 임상 공간으로 바뀌었습니다.
다발성 경화증, 근위축성 측삭경화증, 히스테리, 진전 마비 환자들이 같은 병동에 머물렀고,
의사들은 이들을 나란히 살피며 질환 간 차이를 비교할 수 있었습니다.
이 병원에서 신경학이라는 분과를 독립적인 학문으로 세운 인물이 장 마르탱 샤르코(Jean-Martin Charcot, 1825–1893)입니다.
그는 1862년부터 살페트리에르의 책임 의사로 재직하면서 매주 화요일마다 강의를 열었습니다.
이 강의에는 유럽 각국의 의사들이 참석했으며, 당시 신경학 교육의 중심으로 평가받았습니다.
파킨슨의 에세이를 다시 꺼내다수많은 환자들을 장기간 비교 관찰하던 샤르코는 어느 시점에 파킨슨의 1817년 에세이를 직접 검토하게 됩니다.
5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음에도 파킨슨의 임상 기술은 자신의 환자들과 놀랍도록 잘 맞아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샤르코는 동시에, 파킨슨의 기술에는 자신이 병동에서 직접 확인한 한 가지 중요한 신체 징후가 빠져 있다는 점도 알아챘습니다.
1872년, 샤르코는 강의록 《신경계 질환에 관한 강의(Leçons sur les maladies du système nerveux faites à la Salpêtrière)》첫 권을 출판했습니다.
그 안에는 진전 마비를 별도로 다룬 장이 포함되어 있었고, 그 장에서 그는 두 가지 작업을 함께 수행했습니다.
하나는 파킨슨이 놓친 증상을 추가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병의 이름을 바꾸자고 제안하는 것이었습니다.
샤르코가 새로 더한 것 — 강직파킨슨의 원래 기술에는 손발의 떨림, 행동의 둔화, 앞으로 기울어지는 자세, 점점 빨라지는 걸음걸이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근육과 관련해서는 '근력이 떨어진다'는 표현이 쓰였습니다.
샤르코는 환자의 팔다리를 직접 구부리고 펴는 방식으로 진찰하면서 다른 현상을 포착했습니다.
환자의 팔에 힘이 없는 것이 아니라, 관절을 움직이려 할 때마다 일정한 저항이 느껴졌습니다.
납관을 천천히 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는 그 느낌은, 근력 자체의 손실과는 성격이 달랐습니다.
샤르코는 이를 '강직(rigidité / rigidity)'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이 강직은 파킨슨의 1817년 기술에 명시되지 않았던 운동 증상입니다.
샤르코의 관찰 덕분에 진전 마비의 임상 양상은 떨림, 운동 둔화, 강직, 자세 및 보행 변화를 아우르는 형태로 완성되었습니다.
이 네 가지 운동 증상의 묶음은 200년이 지난 지금도 파킨슨병 진단 기준의 핵심 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샤르코가 문제 삼은 것 — '진전 마비'라는 이름강직을 추가하는 것과 함께, 샤르코는 파킨슨이 붙인 병명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의 문제 제기는 두 방향이었습니다.
첫째, 떨림이 없는 환자들이 존재한다.
살페트리에르 병동에는 진전 마비의 다른 특징은 뚜렷이 보이면서도 떨림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 환자들이 있었습니다.
'진전(agitans, 흔들린다는 뜻)'을 병명의 일부로 쓰는 한, 이런 환자들을 같은 질환으로 분류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이 관찰은 이후 신경학에서도 거듭 확인되었으며, 떨림이 두드러지지 않는 임상형은 오늘날에도 잘 알려진 아형(subtype)으로 남아 있습니다.
둘째, 실제 마비는 일어나지 않는다.
'palsy'는 원래 신경 손상에 의해 근력 자체가 사라지는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환자들에게서는 강직으로 인해 움직임이 느려질 뿐, 근력 자체가 소실되지는 않습니다.
샤르코의 판단으로는, 'palsy'라는 단어를 이 질환에 쓰는 것은 정확하지 않았습니다.
병명의 두 단어가 모두 이 질환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다면, 다른 이름이 필요했습니다.
'파킨슨병'이라는 이름의 등장샤르코가 택한 방법은 이 질환을 최초로 체계적으로 기술한 사람의 이름을 붙이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살페트리에르 강의에서 이 질환을 'maladie de Parkinson', 즉 파킨슨병이라 부를 것을 제안했습니다.
이 명명은 단순한 이름 교체가 아니었습니다.
임상적으로는, 특정 증상의 유무에 좌우되지 않고 이 환자군 전체를 하나의 질병 단위로 묶을 수 있는 이름이 생긴 것이었습니다.
의학사적으로는, 반세기 넘게 주목받지 못하던 파킨슨의 기술이 당대 신경학의 최고 권위자에 의해 공식적으로 의학사에 등재된 것이기도 했습니다.
'maladie de Parkinson'은 이후 독일어 'Parkinson-Krankheit',
영어 'Parkinson's disease'로 옮겨지면서 유럽 의학계 전반으로 확산되었습니다.
미국 신경학자 크리스토퍼 괴츠(Christopher Goetz)는 1986년 논문에서,
샤르코의 강직 추가와 명명 변경이 파킨슨병을 19세기 후반 신경학의 표준 임상 단위로 자리잡게 만든 핵심 기여라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다음으로 이어지는 질문증상을 정밀하게 기술하는 것과, 뇌 안에서 어떤 변화가 그 증상을 만들어내는지를 밝히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작업입니다.
샤르코가 파킨슨병이라는 이름을 제안하고 나서도, 이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한동안 나오지 않았습니다.
실마리는 샤르코의 명명으로부터 약 40년이 더 지난 20세기 초에 처음 등장했습니다.
환자의 뇌 조직에서 발견된 작고 둥근 구조물, 그리고 그것이 파킨슨병의 이해를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는 다음 글에서 이어집니다.참고자료Parkinson J. An Essay on the Shaking Palsy. London: Sherwood, Neely, and Jones; 1817.
Charcot J-M. Leçons sur les maladies du système nerveux faites à la Salpêtrière. Vol 1. Paris; 1872. (원문: gallica.bnf.fr)
Goetz CG. Charcot on Parkinson's disease. Mov Disord. 1986;1(1):27–32.
Goetz CG. The history of Parkinson's disease: early clinical descriptions and neurological therapies. Cold Spring Harb Perspect Med. 2011;1(1):a0088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