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ram Health Column

메디람 건강칼럼

파킨슨병 초기 증상 4가지
2026. 06. 25

닥터구의 임상 인사이트 (3)
떨림, 느려짐, 자세 쏠림, 종종걸음:단 한 줄의 문장으로 압축된 파킨슨병 초기 증상의 모든 것




파킨슨병 초기 증상 4가지


여섯 명을 관찰한 기록은 출발점일 뿐입니다.
그 기록들을 가로지르는 공통의 줄기를 찾아내고, 그것을 의학적 언어로 압축하는 일이 남아 있었습니다.
파킨슨이 1817년에 해낸 것은 바로 그 두 번째 작업이었습니다.



얇지만 촘촘한 책

그해 런던에서 나온 이 소책자의 이름은 An Essay on the Shaking Palsy입니다.
66페이지라는 분량은 얇지만, 내용의 배치는 허술하지 않습니다.
앞에서 질환을 정의하고 사례를 제시한 뒤, 뒤로 갈수록 증상 분석, 다른 질환과의 비교, 원인에 대한 추론, 치료 가능성 탐색 순서로 논의가 깊어집니다.





파킨슨이 이 질환에 붙인 이름은 라틴어로는 Paralysis Agitans, 영어로는 Shaking Palsy였습니다.
명칭 안에는 두 가지 판단이 들어 있었습니다.
하나는, 이 질환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떨림이라는 인식입니다.
다른 하나는, 그 떨림이 노년에 흔히 볼 수 있는 단순한 종류가 아니라 여러 운동 이상과 함께 나타나는 신경계 질환의 일부라는 판단입니다.
이 명칭이 결국 부정확하다는 지적은 60년 뒤 파리에서 나옵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 글로 넘깁니다.



한 문장이 200년을 버텼다

파킨슨이 이 질환에 내린 정의는 긴 설명이 아니었습니다. 단 하나의 문장이었습니다.

"Involuntary tremulous motion, with lessened muscular power, in parts not in action and even when supported;
with a propensity to bend the trunk forwards, and to pass from a walking to a running pace: the senses and intellects being uninjured."

— James Parkinson, An Essay on the Shaking Palsy (1817)

우리말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몸이 지지를 받고 있는 상태에서도 의지와 무관하게 발생하는 떨림, 그리고 근육이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상태.
몸통은 앞으로 쏠리려는 경향을 보이고, 걸음은 어느 순간 종종걸음으로 바뀐다. 그러나 감각 기능과 사고 능력은 온전하게 유지된다."


이 문장 안에 오늘날 신경과 교과서에 실리는 네 가지 운동 증상이 모두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문장 끝에 붙은 짧은 절 하나가 이 정의를 단순한 증상 나열과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립니다.





네 가지, 하나씩 들여다보면

① 아무것도 안 할 때 손이 움직인다
팔을 올리거나 무언가를 집으려는 것이 아닌데도 손이나 팔다리가 저절로 흔들립니다.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일어나는 움직임입니다.
파킨슨이 포착한 것은 이 떨림이 환자가 의식적으로 손을 뻗거나 동작을 취할 때 오히려 줄어든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특성은 훗날 움직이는 도중에 심해지는 다른 종류의 떨림과 구별하는 핵심 기준이 됩니다.

② 의지는 있어도 몸이 따라오지 않는다
파킨슨은 이것을 '근력 감소(lessened muscular power)'라고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이후의 임상 이해에 비추어 보면, 이는 근육의 절대적인 힘이 줄어드는 현상과는 구분됩니다.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몸이 한 박자씩 늦게 반응하고, 손의 움직임이 좁아지고 굼뜨며,
스스로는 "움직이고 싶은데 몸이 그만큼 안 된다"고 느끼는 상태에 가깝습니다.
이 현상을 현대 신경학이 어떤 개념으로 정의하는지는 별도로 다룹니다.

③ 서 있을 때도 앞으로 기운다
머리와 어깨가 앞쪽으로 쏠린 자세가 서 있을 때도, 걸을 때도 유지됩니다.
파킨슨이 강조한 것은 이 자세가 어쩌다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몸에 새로운 기본값으로 자리 잡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④ 걸음이 스스로 빨라진다
걷기 시작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런데 일단 발을 떼면 보폭이 점점 짧아지면서 속도는 반대로 올라갑니다.
파킨슨은 이를 "걷는 것이 뛰는 것으로 이행한다"고 묘사했습니다.
앞으로 기울어진 무게중심을 발이 쫓아가듯 종종걸음이 이어지는 그 모습이었습니다.

이 네 가지가 서로 전혀 다른 여섯 명에게서 반복해서 나타났습니다.
파킨슨은 그 반복 안에서 하나의 질환이 존재한다는 근거를 찾았습니다.





그가 정의 안에 끝까지 남긴 것

이제 문장의 마지막 절로 돌아옵니다.

"the senses and intellects being uninjured"
감각과 사고 능력은 손상되지 않는다.


이것은 환자에게서 무언가가 사라진다는 기록이 아닙니다.
운동이 흔들리고 굳어가는 와중에도 그 사람 안에 살아 있는 것에 대한 기록입니다.
몸의 언어는 달라지고 있지만, 그 몸을 살아가는 사람의 인식과 감각과 사유는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입니다.

2025년의 귀에는 당연한 말로 들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19세기 초 의료 현장에서는 달랐습니다.
운동 이상을 보이는 환자는 정신 기능의 이상과 함께 묶여 이해되는 일이 흔했고,
신체 변화와 인지 기능을 분리해서 평가하는 관행도 아직 체계화되지 않은 시대였습니다.

파킨슨이 이 구절을 정의 안에 고집스럽게 남긴 것은,
"이 사람들은 몸이 달라지는 동안에도 여전히 온전한 사람이다"라는 사실을 의학적 진술로 못 박은 행위였습니다.

이 진술은 오늘날에도 무게를 잃지 않습니다.
파킨슨병이 운동 기능의 변화로 먼저 드러나는 질환이며,
환자의 사고와 감정과 자아가 그 변화와 같은 속도로 함께 무너지지 않는다는 사실
— 그 인식의 첫 문장이 1817년의 이 정의 안에 있습니다.

인지나 감정 영역에서 나타날 수 있는 비운동 증상들은 별도의 글에서 따로 다룹니다.





에세이 이후 — 60년의 침묵

이 에세이는 출간 후 반세기가 훌쩍 넘도록 의학계에서 본격적인 반향을 얻지 못했습니다.
그 긴 침묵을 처음 깨뜨린 것은 파리의 한 신경학자였습니다.
그는 파킨슨의 기술에서 빠져 있던 임상 소견 하나를 추가하고, Shaking Palsy라는 명칭이 이 질환의 성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합니다.
이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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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1차 사료
•    Parkinson J. An Essay on the Shaking Palsy. London: Sherwood, Neely, and Jones; 1817. (퍼블릭 도메인)

학술 2차 문헌
•    Goetz CG. The history of Parkinson's disease: early clinical descriptions and neurological therapies. Cold Spring Harb Perspect Med. 2011;1(1):a008862.
•    Lees AJ. Unresolved issues relating to the shaking palsy on the celebration of James Parkinson's 250th birthday. Mov Disord. 2007;22(S17):S327–S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