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ram Health Column

메디람 건강칼럼

파킨슨병 초기증상 전에 일어나는 일은?
2026. 07. 16

닥터 구의 건강칼럼 (12)
파킨슨병이 뇌에 확산되는 메커니즘: 이식 신경세포 연구로 밝혀낸 증거

파킨슨병의 뇌 확산: 이식 신경세포에서 드러난 메커니즘


단일 세포에서 벗어나는 병변

지난 글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알파-시뉴클린 (alpha-synuclein) 응집체는 개별 신경세포 내에서 네 가지의 주요 해로운 변화를 야기합니다.
구체적으로는 미토콘드리아의 기능 악화, 산화 스트레스 (oxidative stress)의 증가, 세포 정소 기능의 부하 증가, 그리고 신경 간 신호 전달 기능의 저하가 해당됩니다.
흥미롭게도 파킨슨병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이 병변이 한 개의 신경세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질병은 뇌의 처음 손상 부위에서 시작하여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점차 다른 영역으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입니다.
결과적으로 환자의 신경학적 증상도 함께 진행되고 악화되는 경향을 띠게 됩니다.
이러한 확산이 생물학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가능한지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는 약 20년 전에 제시되었습니다.





2008년의 획기적 발견

1980년대 후반부터 일부 파킨슨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치료법이 있었습니다.
정상적인 태아 신경 조직에서 채취한 도파민 분비 신경세포를 환자의 뇌에 이식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질병으로 손상된 신경세포를 외부 공급원으로 보충하려는 시도였습니다.
이 시술은 임상 성과가 일정하지 않아 광범위하게 채택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시술을 받았던 환자들이 사망한 후, 그들의 뇌 표본은 과학적 분석을 위해 보관되었습니다.
2008년, 연구진은 이 보존된 샘플들을 조사한 결과를 Nature Medicine에 발표합니다.

그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10년 이상 경과된 후, 원래는 건강했던 이식 신경세포들 내부에서 루이소체 (Lewy bodies)가 관찰된 것입니다.
이것은 환자의 다른 신경세포들에서 나타나는 것과 동일한 병변이었습니다.
이식된 신경세포는 출발점에서 완전히 정상이었고, 루이소체를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환자의 뇌 환경에 장시간 노출되면서, 그 세포들 내에 이 병변이 형성된 것입니다.
이 관찰의 임상적 의미는 명확합니다. 손상된 세포에서 정상적인 세포로 병변이 전달될 수 있다는 가능성입니다.





세포 간 전달의 메커니즘: 씨딩 (seeding)

2008년 이후 진행된 연구들은 알파-시뉴클린이 어떤 경로를 통해 신경세포 간에 이동하는지를 밝혀내기 시작했습니다.
기본적인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신경세포 내부에서 응집된 알파-시뉴클린이 충분한 수준까지 축적됩니다.
이 변성된 단백질의 일부분이 특정한 방식으로 세포 외부로 배출됩니다.
예를 들어 세포가 분비하는 소낭을 통해 내보내지거나, 손상된 세포막을 통해 누출될 수 있습니다.
배출된 변성 알파-시뉴클린은 신경세포 간의 틈을 거쳐, 혹은 인접한 신경세포의 막을 직접 통과하여 새로운 세포로 들어갑니다.


여기서 가장 심각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유입된 변성 단백질이 새로운 세포 내 정상 알파-시뉴클린과 접촉하면, 정상 단백질의 입체 구조를 변성된 형태로 변경시키는 작용을 하게 됩니다.
이는 마치 하나의 씨앗이 동일한 식물을 자라게 하는 것처럼, 그 새로운 세포에서 동일한 응집 과정이 재시작되게 만듭니다. 학술계에서는 이 현상을 '씨딩'이라고 부릅니다.
이런 과정이 신경세포마다 반복되면, 환자 뇌의 제한된 지역에서 시작된 병변이 점진적으로 인접한 부위로 퍼져나가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프리온 유사 전파 (prion-like propagation): 명확한 이해의 필요성

알파-시뉴클린의 이러한 확산 양식은 학술 문헌에서 자주 '프리온 유사 전파'라는 용어로 표현됩니다.
이 표현은 1980년대에 규명된 또 다른 단백질 질환군과의 유사성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광우병(BSE)이나 크로이츠펠트-야콥병 같은 프리온 질환 (prion disease)에서, 잘못 접힌 단백질이 정상 단백질의 형태를 교정하는 양식이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여기서 반드시 구별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프리온 질환 자체는 실제로 사람 간 전염이 일어나는 감염성 질환입니다.
오염된 소고기 섭취로 인한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콥병(vCJD), 또는 감염된 이식편이나 신경외과 기구를 통한 의인성(iatrogenic) 전파 등의 사례들이 보고되어 있습니다.
즉 프리온 질환은 단백질 응집 질환이면서 동시에 감염병의 특성을 가진 특수한 질환입니다.


파킨슨병은 이것과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한 사람에서 다른 사람으로 전염되지 않습니다. 음식, 공기, 신체 접촉 등을 통한 전파는 보고된 바 없습니다.
한 환자의 알파-시뉴클린이 타인의 신경 조직에 들어가 파킨슨병을 유발했다는 명확한 임상 사례도 현재까지 없습니다.
'프리온 유사'라는 표현은 단순히 한 환자의 뇌 내에서, 손상된 신경세포에서 정상 신경세포로 변성 단백질이 이동하는 분자 수준의 현상을 지칭할 뿐입니다.
일반적인 감염병이나 전염성 질환과는 전혀 다른 수준의 문제입니다. 환자나 가족분들께서는 이 표현 때문에 불필요한 우려를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병변 확산의 지도: 브라크 병기 (Braak staging)

알파-시뉴클린 병변은 뇌 전체에 무작위로 퍼지지 않으며, 특정한 경로를 따라 진행된다는 임상 관찰이 있습니다.
이를 체계화한 것이 독일 신경병리학자 하이코 브라크가 2003년 제시한 모델로, 흔히 '브라크 병기'라고 부르는 분류 체계입니다.
이 이론적 틀에 따르면, 알파-시뉴클린 병변은 뇌의 특정 영역에서 출발하여 신경 네트워크를 따라 단계적으로 상향식으로 진행됩니다.
환자가 운동 증상을 느끼기 훨씬 오래전부터 이 병변의 진행이 시작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은데,
브라크 병기 모델은 이 시간 경과와 진행 패턴을 설명하는 유용한 틀을 제공합니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이 모델이 제시하는 시작 위치와, 운동 증상 이전 단계에서 신체가 보내는 신호들입니다.
이 두 가지 주제는 다음 글들에서 구체적으로 다루어질 예정입니다.)



결론


신경세포 간 병변 전달이라는 기전은 파킨슨병이 초기 손상 부위에서 머물지 않고 계속 확대되는 이유를 설명해줍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중요한 의문이 남아 있습니다.
알파-시뉴클린 병변이 뇌의 여러 지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왜 특히 검은질(substantia nigra)의 도파민 신경세포에서만 이렇게 빠르고 심각한 손상이 나타나는 걸까요?
동일한 분자 기전이 작용하는데 뇌 부위에 따라 결과가 이렇게 달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질문이 다음 글의 핵심 주제입니다.





참고 자료

1차 사료
Li JY, Englund E, Holton JL, et al. Lewy bodies in grafted neurons in subjects with Parkinson's disease suggest host-to-graft disease propagation. Nat Med. 2008;14(5):501-503.

학술 2차 문헌
Luk KC, Kehm V, Carroll J, et al. Pathological α-synuclein transmission initiates Parkinson-like neurodegeneration in nontransgenic mice. Science. 2012;338(6109):949-953.
Desplats P, Lee HJ, Bae EJ, et al. Inclusion formation and neuronal cell death through neuron-to-neuron transmission of alpha-synuclein. Proc Natl Acad Sci USA. 2009;106(31):13010-13015.
Goedert M. α-Synuclein and neurodegeneration. Nat Rev Neurosci. 2001;2(7):492-501.
Braak H, Del Tredici K, Rüb U, de Vos RA, Jansen Steur EN, Braak E. Staging of brain pathology related to sporadic Parkinson's disease. Neurobiol Aging. 2003;24(2):197-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