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구의 임상 인사이트 (11)
알파-시뉴클린의 신경독성 메커니즘: 미토콘드리아 부전부터 시냅스 기능 저하까지
알파-시뉴클린이 신경세포에 미치는 영향 — 손상의 네 가지 경로이전 내용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알파-시뉴클린의 변형 과정은 단계별로 진행됩니다.
제대로 접혀야 할 단백질이 뭉쳐지면서 작은 응집체를 거쳐 점점 커지다가 결국 루이소체라 불리는 거대한 구조물로 변모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이 변형된 단백질이 신경세포 내부에 존재하는 것만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이 변형 물질이 신경세포의 정상적인 작동을 어떻게 방해하는지에 있습니다.
이 방해 작용은 여러 경로로 동시에 일어납니다.
최근 20년간의 신경과학 연구들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변형된 알파-시뉴클린은 신경세포 내에서 네 가지 서로 다른 손상 메커니즘을 통해 작용합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들이 독립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며, 서로를 더욱 악화시키는 연쇄작용을 만든다는 점입니다.
① 세포의 에너지 공급 체계가 약해진다 —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
신경세포 내부에는 수천 개의 작은 소기관이 존재합니다.
이것이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인데, 이곳에서 세포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만들어냅니다.
특히 신경세포는 다른 일반 세포들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요구합니다. 신경신호를 주고받는 활동 자체가 매우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신경세포에서 미토콘드리아의 건강한 작동은 매우 중요합니다.
변형된 알파-시뉴클린은 이 미토콘드리아를 직접 공격합니다.
과학적 연구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이 단백질은 미토콘드리아의 외부 막에 붙어 안으로 침투하며,
에너지 생산에 필수적인 부품 중 하나인 호흡 사슬 복합체 I (respiratory chain complex I)을 차단합니다.
결과적으로 신경세포가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게 되고,
신호 전달이나 손상된 부분의 수리, 세포 정소 같은 기본적인 기능들이 점차 약화됩니다.

② 세포 내부에서 손상이 누적된다 — 산화 스트레스의 증가
미토콘드리아가 손상을 입으면 연쇄적인 문제가 발생합니다.
정상적인 미토콘드리아도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활성산소(reactive oxygen species)라는 부산물을 소량으로 배출합니다.
건강한 상태에서는 이 양이 적고, 신경세포의 자체 방어 기전이 충분히 중화시킵니다.
그러나 손상된 미토콘드리아는 정상치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활성산소를 방출하게 됩니다.
활성산소는 매우 반응성이 높은 화학물질로, 만나는 거의 모든 물질 — 단백질, 세포 막, 유전자 물질 등 — 에 미세한 손상을 입힙니다.
세포 내부가 서서히 부식되어 가는 상황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한 곳의 산화 손상이 증가하면 그것이 다시 미토콘드리아를 더욱 약화시키고,
그로 인해 더 많은 활성산소가 발생하는 — 악순환의 작은 고리가 형성됩니다.

③ 신경세포의 세정 체계가 과부하 상태에 빠진다 — 청소 기능 마비
신경세포에는 손상되었거나 비정상적으로 형성된 단백질을 처리하는 두 가지 청소 메커니즘이 있습니다.
첫 번째: 작은 단백질 조각들을 분해하는 경로 (학술 용어로 '유비퀴틴-프로테아솜 시스템', UPS)
두 번째: 큰 단백질 덩어리나 손상된 소기관을 통째로 제거하는 경로 (학술 용어로 '오토파지', autophagy)
평상시에는 이 두 경로가 제 역할을 충실히 합니다.
그런데 변형된 알파-시뉴클린은 이 체계에 이중의 타격을 가합니다.
첫째, 응집된 단백질이 너무 크고 견고해서 정상적인 분해 과정을 거치지 못합니다.
둘째, 이 덩어리가 청소 체계의 핵심 요소들을 방해하여 시스템 자체의 효율을 떨어뜨립니다.
그 결과 변형된 알파-시뉴클린뿐만 아니라 다른 손상 단백질들도 처리되지 못한 채 신경세포 안에 점점 쌓여갑니다.
마치 쓰레기 수거가 제대로 되지 않는 사무실처럼 — 신경세포 내부의 작업 환경이 점점 혼란스러워지고 막혀가는 것입니다.
④ 신경세포 간의 통신 품질이 저하된다 — 시냅스 기능 쇠퇴
위의 세 가지 손상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될 때, 신경세포에서 가장 먼저 그 피해를 입는 지점이 있습니다.
그곳이 바로 시냅스 — 다른 신경세포와 신호를 송수신하는 연결 부위입니다.
이전에 설명했듯이, 정상적인 알파-시뉴클린은 시냅스에서 보조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이 단백질이 변형되어 본래의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면, 시냅스의 신호 전달 효율 자체가 감소합니다.
동시에 에너지 부족, 산화 손상, 단백질 축적이라는 세 가지 문제가 합쳐지면서, 시냅스가 신경세포의 다른 부분들보다 훨씬 빨리 기능 저하를 경험하게 됩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 이러한 시냅스의 기능 손상이 신경세포의 완전한 사멸보다 훨씬 먼저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즉, 신경세포가 완전히 죽어가기 이전에 이미 그 세포가 다른 신경세포들과 주고받던 신호의 양과 질이 저하되기 시작합니다.
네 가지 손상이 만드는 악순환이 네 가지 손상은 별개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서로를 촉발하고 악화시키는 연쇄고리를 형성합니다.
미토콘드리아 약화 → 에너지 생산 감소 + 활성산소 급증
↓
활성산소 증가 → 단백질 손상·세포막 손상 → 청소 시스템에 가해지는 부담 급증
↓
청소 시스템 기능 저하 → 손상 단백질의 쌓임 → 시냅스와 에너지 시스템에 추가 부담
↓
시냅스 약화 → 신경세포의 본래 기능 수행 능력 저하
이러한 악순환이 한 신경세포 내에서 수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면, 그 신경세포는 원래의 기능을 유지할 수 없는 지점에 도달하게 됩니다.
어떤 시점부터 세포의 생존 능력이 현격히 약해지다가, 결국 소멸의 경로로 들어서게 되는 것입니다.
이 과정은 갑자기 발생하는 급성 손상이 아니라 장시간에 걸친 점진적 약화입니다.
따라서 파킨슨병의 운동 관련 증상이 처음으로 관찰되기 훨씬 전부터, 환자의 뇌 내에서는 이미 수년간 이러한 손상이 조용히 축적되어 있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무리하며지금까지 개별 신경세포 내에서 이러한 손상이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러나 파킨슨병이 가진 또 다른 특징이 있습니다 — 손상이 한 신경세포에만 머무르지 않고, 인접한 신경세포로 전파되는 양상을 보인다는 점입니다.
이 전파 메커니즘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는 다음 글에서 다루게 될 것입니다.참고자료학술 2차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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