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구의 건강 칼럼 (28)
도파민신경세포는 왜 죽을까요? 흑색질에서 벌어지는 일
알파 시뉴클린이 흑색질 도파민 신경세포를 손상시키는 과정 — 분자 단계에서 도파민 결핍까지앞선 글에서 도파민이 줄어들 때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변화를 짚어봤습니다.
동작을 시작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몸이 뻣뻣해지고, 가만히 있어도 손발이 떨리는 세 가지 증상은 결국 한 가지 원인으로 귀결되는데요.
흑색질에서 만들어지는 도파민의 총량 자체가 줄어든 것이 그 원인입니다.
그럼 이 도파민 결핍은 분자 차원에서 정확히 어떻게 진행되는 걸까요.
흑색질 도파민 신경세포, 즉 알파-시뉴클린이 자리 잡은 그 세포 안에서는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이 둘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를 짚어보겠습니다.
네 가지 분자 손상,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기이전에 응집된 알파-시뉴클린이 신경세포 안에서 일으키는 네 가지 손상 과정을 상세히 다뤘습니다.
세포의 에너지 공장인 미토콘드리아가 제 기능을 잃어가고, 활성산소가 쌓이면서 세포가 산화 스트레스를 받고,
손상된 단백질을 처리하는 청소 체계가 막히면서 노폐물이 누적되고, 시냅스 사이의 신호 전달 효율마저 떨어지는 것이 그 네 가지였죠.
이 손상들은 한 신경세포 안에서 동시에 발생하면서 서로를 부추기는 악순환을 만들어냅니다.
이번에 살펴볼 주제는 이 네 가지 손상이 다른 곳이 아닌 흑색질 도파민 신경세포에서 일어났을 때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가입니다.
일반 신경세포에서 발생해도 그 의미는 결코 작지 않았지만, 도파민 신경세포에서 벌어질 때는 한 가지 결정적인 차이가 생깁니다.도파민 신경세포 하나의 죽음이 갖는 무게흑색질의 도파민 신경세포 한 개 안에서 이 네 가지 손상이 여러 해에 걸쳐 쌓이면, 세포는 결국 본연의 기능을 유지하지 못하게 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세포는 점점 약해지고, 결국에는 사멸에 이르게 되죠.
일반 신경세포와 도파민 신경세포가 죽었을 때 가장 크게 갈리는 지점은, 이 세포 하나하나가 곧 도파민을 만들어내는 작은 생산 공장이라는 사실입니다.
세포 하나가 사라지면 그 공장 역시 영원히 문을 닫는 셈입니다.
그 세포가 날마다 생산해오던 도파민은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사멸한 도파민 신경세포의 수만큼 정확히, 기저핵(basal ganglia)으로 향하는 도파민의 양이 줄어드는 것이죠.
앞서 다뤘던 도파민의 역할들, 즉 동작 개시, 두 근육 사이의 협응, 불필요한 신호의 차단이 모두 그 비율만큼 함께 약해집니다.
이 지점이 바로 분자 단계의 손상이 환자의 운동 변화로 이어지는 다리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손상은 세포 하나에서 끝나지 않는다 — 주변으로의 확산여기에 더해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남아 있습니다.
알파-시뉴클린이 만드는 손상이 세포 하나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인데요.
앞서 살펴본 대로, 한 신경세포 안에서 응집된 알파-시뉴클린 일부가 세포 밖으로 방출되어 인접한 신경세포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이렇게 옮겨간 알파-시뉴클린은 새로 도착한 세포 안의 정상 단백질까지 잘못된 형태로 접히게 만들면서, 같은 손상 과정을 그 자리에서 다시 시작시킵니다.
흑색질은 도파민 신경세포들이 촘촘히 모여 있는 좁은 부위입니다.
그래서 한 세포에서 출발한 손상이 바로 옆 세포로, 또 그다음 세포로 옮겨가며 흑색질 전체로 서서히 번져 나갑니다.
공장 하나가 멈추고, 이어서 또 다른 공장이 멈추고, 이런 식으로 점점 더 많은 공장이 가동을 중단하는 일이 흑색질 안에서 수년에 걸쳐 조용히 진행되는 겁니다.
그 결과 기저핵으로 흘러 들어가던 도파민의 양은 시간이 갈수록 계속 감소하고, 마침내 환자의 몸에 실제 변화를 일으킬 만한 수준까지 도달하게 됩니다.
분자 손상에서 임상 변화로 이어지는 다리지금까지의 흐름을 한 문장으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알파-시뉴클린 응집 → 도파민 신경세포 한 개 안에서의 네 가지 손상 → 그 세포의 사멸 → 해당 세포가 만들던 도파민의 소실
→ 인접 도파민 세포로의 손상 확산 → 흑색질 전체 도파민 공급의 감소 → 기저핵 기능의 저하 → 환자에게 나타나는 운동 변화.
이 흐름은 하나의 단백질이 겪는 분자 수준의 변성이 결국 한 사람의 일상적인 움직임 하나하나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의 핵심적인 인과 사슬이라 할 수 있습니다.마치며알파-시뉴클린의 분자 손상이 흑색질 도파민 신경세포 안에서 어떤 일을 일으키는지, 그리고 그 손상이 이웃 세포로 퍼지며 도파민 공급 감소로 이어지는 과정까지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매우 흥미로운 사실 하나가 남아 있습니다.
이 손상이 흑색질에서 차근차근 진행되어 도파민 신경세포의 거의 절반이 사라질 때까지도 환자에게 운동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인데요.
환자의 뇌는 그 오랜 시간을 어떻게 버텨내는 것이며, 그 한계점이 갖는 임상적 의미는 무엇일까요.
다음 글에서 그 답을 찾아보겠습니다.
참고자료학술 2차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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