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ram Health Column

메디람 건강칼럼

파킨슨병 진행단계 호엔야 척도 5단계로 짚어보기
2026. 09. 01

닥터 구의 건강 칼럼 (34)
파킨슨병 경과 예측 이 세 가지가 좌우한다

증상은 얼마나 예측 가능할까 — 사람마다 다른 경과를 이해하기


최근 네 편의 글을 통해 환자의 몸이 보상 능력의 한계를 넘어선 뒤 겪게 되는 대표적인 운동 변화 네 가지를 다뤘습니다.
동작이 느려지는 현상, 몸이 굳는 뻣뻣함, 가만히 있을 때 나타나는 떨림, 그리고 균형이 무너지는 증상이었는데요.
하지만 실제 진료 현장에서 환자분과 보호자분이 가장 궁금해하시는 건 이 네 가지 증상의 정체가 아니라 따로 있습니다.


바로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는가'라는 질문이죠.
증상이 얼마나 빨리 나빠질지, 시간이 지나면 어떤 모습이 될지, 다른 환자와 견주었을 때 자신의 경과는 어떤 편인지 — 이런 궁금증들 말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질문들에 조금 더 구체적으로 답해보려 합니다.





한쪽에서 시작해 양쪽으로 번지는 경과

파킨슨병의 운동 증상이 지닌 뚜렷한 특징 하나는 몸의 한쪽에서 먼저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떨림이 한쪽 손에만 국한되거나, 걸을 때 팔 흔들림이 한쪽에서만 줄어들거나, 보폭이 한쪽 다리에서만 좁아지는 경우가 대표적이죠.
이런 변화를 처음 접하면 환자 본인이나 가족 모두 그저 몸 한쪽만의 문제로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그러나 보통 수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반대쪽 몸에도 유사한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떨림은 반대쪽 손으로도 옮겨가고, 뻣뻣함 역시 양쪽으로 퍼지며, 동작이 느려지는 증상도 몸 전체로 번져갑니다.
흥미롭게도 양쪽으로 진행된 이후에도 처음 증상이 나타난 쪽은 평생 더 두드러진 상태로 남습니다.
이렇게 끝까지 유지되는 좌우 비대칭은 파킨슨병을 다른 신경계 질환과 감별하는 유용한 임상적 단서로 꼽힙니다.
이탈리아 신경학자 잘데티(Djaldetti)와 연구진은 이 비대칭 양상이
파킨슨병에서 가장 일관되게 관찰되는 임상 특징 중 하나라는 사실을 2006년 Lancet Neurology에 발표했습니다.





진행 정도를 나누는 기준 — Hoehn-Yahr 단계

환자의 증상이 현재 어느 수준까지 왔는지를 나타내는 표준화된 척도가 존재합니다.
1967년 미국의 신경학자 호엔(Hoehn)과 야르(Yahr)가 학술지 Neurology에 제안한 다섯 단계짜리 분류 체계인데요.
구조는 간단하지만 지금까지도 임상 현장에서 가장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1단계 — 운동 증상이 몸 한쪽에만 나타나는 시기
2단계 — 양쪽에 증상이 있지만 균형은 아직 유지되는 시기
3단계 — 양쪽 증상에 더해 균형 문제까지 나타나는 시기
4단계 — 일상생활에 도움이 필요하며, 서고 걷는 것은 가능하나 보조가 필요한 시기
5단계 — 도움 없이는 서거나 걷기 힘든 시기


이 단계는 단순한 시간의 경과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환자마다 특정 단계에 머무는 기간은 크게 다르며, 치료 관리가 잘 이뤄지는 환자는 같은 단계에서 수년에서 십수 년까지도 안정적으로 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행 속도가 환자마다 다른 이유

진료실에서 보호자분들이 자주 묻는 질문 중 하나가 "다른 환자와 비교하면 우리 가족은 어떤 편인가요"인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진행 속도는 환자마다 상당히 다르며 여기에는 몇 가지 의학적으로 알려진 요인이 작용합니다.


① 떨림이 두드러지는 환자와 느림·뻣뻣함이 두드러지는 환자
임상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된 사실 중 하나는, 떨림이 두드러지는 환자(tremor-dominant)가 떨림 없이 느림과 뻣뻣함이 위주인 환자(akinetic-rigid)보다 평균적으로 진행이 느린 편이라는 점입니다.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마라스(Marras)와 동료 연구진이 2002년 Archives of Neurology에 발표한 코호트 연구가 이 차이를 수치로 뒷받침한 대표적 자료입니다.


② 증상이 발현한 연령
비교적 젊은 나이(50대 이하)에 증상이 발현한 환자는 60대 이후 발병한 환자보다 운동 증상의 진행이 평균적으로 더딘 경향을 보인다는 보고가 이어져 왔습니다.
환자와 가족 입장에서는 다소 안심이 되는 정보일 텐데요, 실제로 근거가 뒷받침되는 이야기입니다.


③ 인지 기능 변화의 동반 여부
발병 초기부터 사고력이나 기억력 영역의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환자는 전체적인 경과가 더 빠르게 진행되는 경우가 보고되기도 합니다.
다만 이 영역은 개인차가 크고 자연스러운 노화 변화와 구별하기 까다로울 때가 많아, 정기적으로 담당 의사와 함께 확인하시는 편이 가장 안전합니다.


이 세 요인을 모두 감안하더라도 특정 환자의 경과를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습니다.
결국 환자 개개인의 경과는 시간이 흐르면서 각자 고유한 모습으로 드러납니다.





같은 하루 안에서도 갈리는 컨디션

환자와 가족이 일상에서 흔히 겪지만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던 현상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같은 하루 안에서도 환자의 상태가 눈에 띄게 달라진다는 점인데요.
아침에는 잘 걷던 환자가 오후 들어 갑자기 느려지거나, 어제까지 문제없던 단추 채우기가 오늘은 어려워지거나,
손님이 방문했을 때 유독 떨림이 심해지는 경우 — 이런 하루 중 변동은 환자들 사이에서 매우 흔하게 나타납니다.


이런 변동에는 몇 가지 의학적으로 알려진 이유가 있습니다.


수면 상태 — 충분히 잔 다음 날과 그렇지 못한 다음 날의 차이가 뚜렷합니다.
스트레스와 긴장 — 사람들 앞이나 긴장되는 상황에서 떨림과 느림이 더 두드러집니다.
체온과 식사 — 컨디션이 좋은 시간과 그렇지 않은 시간이 운동 양상에 곧바로 영향을 줍니다.
약물 효과의 변동 — 치료 중인 환자라면 복용 직후의 '좋은 시간'과 다음 복용 전 '나쁜 시간'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 부분은 다음 글들에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여기서 가족분들께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환자가 어제는 해내던 일을 오늘 못 하는 건 게으름이나 꾀부림이 아닙니다.
이 변동으로 가장 답답한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환자 본인이라는 점을 기억해 주시면, 가족 관계에서 큰 차이를 만들 수 있습니다.





마치며

운동 증상이 진행되는 전체적인 흐름 — 한쪽에서 시작해 양쪽으로 번지는 비대칭, 다섯 단계로 정리된 표준 분류,
환자마다 다른 속도, 하루 안에서도 나타나는 변동 — 을 함께 짚어봤습니다.
지금까지 파킨슨병이라는 질환을 신경생물학적 변화부터 일상의 변화까지 따라와 봤는데요.
이제는 이런 변화를 마주한 환자와 가족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로 넘어갈 차례입니다.
흑색질에서 부족해진 도파민을 외부에서 채워주는 약물 치료 — 그 발견이 어떻게 시작됐고 무엇을 가능하게 했으며,
환자와 가족이 이를 어떻게 다뤄나가는지를 다음 글들에서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겠습니다.




참고자료


1차 사료 / 핵심 임상 연구
Hoehn MM, Yahr MD. Parkinsonism: onset, progression and mortality. Neurology. 1967;17(5):427-442.
Djaldetti R, Ziv I, Melamed E. The mystery of motor asymmetry in Parkinson's disease. Lancet Neurol. 2006;5(9):796-802.
Marras C, Rochon P, Lang AE. Predicting motor decline and disability in Parkinson disease: a systematic review. Arch Neurol. 2002;59(11):1724-1728.


학술 2차 문헌
Jankovic J. Parkinson's disease: clinical features and diagnosis. J Neurol Neurosurg Psychiatry. 2008;79(4):368-376.
Postuma RB, Berg D. The new diagnostic criteria for Parkinson's disease. Nat Rev Neurol. 2019;15(6):319-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