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ram Health Column

메디람 건강칼럼

파킨슨병 원인 도파민 부족, 채우면 치료될까?
-0001. 11. 30

닥터 구의 건강 칼럼 (35)
파킨슨병 치료의 역사 ① — 도파민을 직접 주입했더니 벌어진 일

파킨슨병 원인 도파민 부족, 채우면 치료될까?


앞서 살펴본 내용을 통해 우리는 하나의 명확한 사실에 도달했습니다.
파킨슨병 환자에게 나타나는 여러 운동 증상들,
즉 동작이 느려지고 근육이 굳으며 가만히 있어도 손이 떨리고 균형 잡기가 힘들어지는 현상들은 결국 하나의 원인에서 시작됩니다.
흑색질에서 만들어지는 도파민의 양이 크게 줄어든 것이 바로 그 원인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생각을 해볼 수 있습니다.
부족해진 도파민을 단순히 다시 채워 넣으면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죠.
지금 시점에서 보면 누구나 떠올릴 만한 생각이지만, 실제로 1950년대 말부터 1960년대 초반까지 의학계가 가장 먼저 시도한 방법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첫 번째 시도는 결국 크게 실패로 돌아갑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실패가 정확히 어떤 모습이었는지, 그리고 이 실패가 이후의 발견으로 어떻게 이어졌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도파민이 운동 조절에 핵심적인 물질임이 드러난 시기

이 시도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배경 설명이 먼저 필요합니다.
1950년대 후반은 도파민이라는 물질이 의학적으로 본격 주목받기 시작한 시점이었습니다.
그 이전까지 도파민은 노르에피네프린이나 에피네프린 같은 다른 신경전달물질을 합성하는 과정에서 거쳐 가는 중간 물질 정도로만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1957년 무렵, 스웨덴의 한 연구팀이 도파민이 그 자체로 뇌에서 신경전달물질로 작용하며 특히 운동 조절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규명해냅니다.
(이 발견을 이뤄낸 연구자와 이후 그가 만들어낸 변화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좀 더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이 흐름을 바탕으로 결정적인 부검 연구가 뒤따릅니다.
1960년, 오스트리아 빈의 헤르베르트 에른링거(Herbert Ehringer)와 올레 호르니키비치(Oleh Hornykiewicz)는 사망한 파킨슨병 환자들의 뇌를 살펴본 결과,
흑색질과 기저핵(특히 미상핵과 조가비핵) 부위의 도파민 함량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수치를 통해 밝혀냅니다.
이 두 연구 결과가 겹쳐지면서 의학계에는 뚜렷한 인식이 자리 잡습니다.
파킨슨병 환자의 뇌 속에는 도파민이 확실히 부족하며, 이 부족분만 채울 수 있다면 환자들의 일상생활이 다시 가능해질 수 있으리라는 기대였습니다.





가장 단순한 발상 — 혈관 속으로 도파민을 곧장 주입하다

이런 인식이 확산되자 의학계는 가장 직접적인 해법을 고려하게 됩니다.
부족한 것이 도파민이라면 환자의 혈관에 도파민을 바로 넣어주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었죠.
1960년대 초반, 여러 곳의 연구진이 실제로 이 방법을 시도합니다.
환자의 정맥으로 도파민 용액을 주입한 다음, 운동 증상에 변화가 생기는지를 관찰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기대치는 무척 높았습니다.
신경생물학적인 원인이 명확히 규명된 상태였고, 부족한 물질을 곧바로 채워 넣는 것이니 이론상으로는 당연히 효과가 있어야 했습니다.



결과는 실패 — 증상은 그대로, 부작용만 나타나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와 전혀 달랐습니다.
환자들의 파킨슨병 증상은 조금도 호전되지 않았습니다.
떨림 증상도, 근육의 경직도, 동작이 느려지는 현상도 변화가 없었습니다.
그 대신 환자들은 완전히 다른 종류의 괴로움을 겪어야 했습니다.
심한 구역감과 구토, 갑자기 빨라지는 심장 박동, 예측 불가능한 혈압의 오르내림이 나타났습니다.
도파민 주입량을 늘릴수록 이런 부작용은 더 심해졌지만, 운동 증상 자체는 여전히 그대로였습니다.
아무리 많은 양을 넣어줘도 정작 도파민이 필요한 뇌 안쪽으로는 전혀 전달되지 않는 듯한 결과였습니다.
병의 원인은 이미 명확하게 밝혀졌는데, 정작 그 원인을 해결하는 일은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1960년대 초반의 신경학자들은 사실상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셈이었습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자연스럽게 다음과 같은 궁금증이 생깁니다.
대체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정맥에 주입된 도파민은 분명 환자의 몸속을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심장을 빠르게 뛰게 하고 위장을 자극해 구역질을 유발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즉 도파민은 몸의 다른 부위에서는 분명히 작용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하지만 정작 그것이 절실히 필요한 뇌 안으로는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이 의문의 해답은 뇌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해 둔 매우 정교한 방어 체계에 있었습니다.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기관을 지키기 위해 진화가 설계한 이 '철벽 보안' 시스템의 정체와,
이 시스템이 왜 도파민조차 걸러내는지는 다음 글에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마치며

부족해진 도파민을 그대로 채워주면 되지 않을까 하는 자연스러운 발상과, 1960년대 초 의학계가 실제로 시도했던 가장 직접적인 방법,
그리고 그 실패의 과정을 함께 정리해 봤습니다.
이 실패는 단순한 실패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도파민이 왜 뇌까지 도달하지 못했는가"라는 물음이야말로, 이후 환자들의 삶을 크게 바꿔놓을 다음 발견의 출발점이 되어주었습니다.



참고자료

의사학 종합 문헌
Goetz CG. The history of Parkinson's disease: early clinical descriptions and neurological therapies. Cold Spring Harb Perspect Med. 2011;1(1):a008862.
Hornykiewicz O. Dopamine miracle: from brain homogenate to dopamine replacement. Mov Disord. 2002;17(3):501-508.
Fahn S. The history of dopamine and levodopa in the treatment of Parkinson's disease. Mov Disord. 2008;23(Suppl 3):S497-S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