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ram Health Column

메디람 건강칼럼

레보도파 웨어링오프 약효 떨어지는 이유?
2026. 09. 16

닥터 구의 건강 칼럼 (43)
파킨슨병 약이 예전만큼 안 듣는 이유 — 뇌 속 '도파민 공장'의 비밀

레보도파 웨어링오프 약효 떨어지는 이유?
파킨슨병 약이 예전만큼 안 듣는 이유 — 뇌 속 '도파민 공장'의 비밀


지난 시간에는 살아남은 5%의 레보도파가 LAT1이라는 운반체를 통해 혈뇌장벽(BBB)을 통과하는 과정을 함께 알아봤는데요.
그런데 그 글 말미에 아직 다루지 못한 중요한 부분이 하나 있었습니다.
뇌 속으로 들어온 레보도파는 사실 아직 도파민 상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레보도파라는 물질은 도파민을 만들기 위한 원재료에 가깝지, 완성된 형태는 아닙니다.
신경세포끼리 신호를 주고받는 실제 역할은 도파민만이 수행할 수 있고, 레보도파에는 그런 능력이 없습니다.
그래서 뇌 안에서 레보도파가 도파민으로 전환되어야 비로소 환자분의 운동 회로가 다시 기능하기 시작하는 거죠.


그렇다면 이 전환은 뇌의 어느 부위에서, 무엇에 의해 이루어지는 걸까요.
이 질문에 답이 나오면 임상 현장에서 흔히 마주치는 더 큰 궁금증도 함께 풀립니다.
바로 병이 진행될수록 같은 약이 왜 점점 덜 듣게 되는가 하는 의문이죠.
다소 예상 밖일 수 있지만, 전환이 이뤄지는 위치 자체가 이 임상적 변화를 이해하는 실마리가 됩니다.





전환을 맡은 효소 — 다시 만나는 탈탄산효소


레보도파를 도파민으로 바꿔주는 효소는 이미 앞선 글들에서 한 번 등장했습니다.
바로 탈탄산효소(AADC)인데요.
다만 같은 효소라도 이번에는 완전히 다른 맥락에서 다시 마주하게 됩니다.


앞서(#41) 소개해드릴 때는 이 효소를 '95% 손실의 주요 원인'으로 설명해드렸습니다.
간, 신장, 혈관 벽 등 몸 여러 곳에 널리 분포한 탈탄산효소가 레보도파를 뇌에 도달하기도 전에 미리 도파민으로 만들어버려서,
약물이 낭비되고 부작용까지 생기는 문제였죠.


이번 글에서는 같은 효소를 완전히 반대되는 입장에서 다시 살펴봅니다.
뇌 안에 자리한 탈탄산효소는 더 이상 방해 요소가 아니라, 약물을 정확하게 도파민으로 완성해주는 조력자가 됩니다.


동일한 분자라도 어디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적이 되기도 하고 아군이 되기도 하는 셈이에요.
이렇게 상반되는 성질이야말로 현재 레보도파 처방 원칙 전반의 근본 토대라 할 수 있습니다.
(이 특성이 실제 치료에 어떻게 활용되는지는 보조약을 다루는 다음 글에서 자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뇌 속 AADC의 위치 — 도파민 신경세포 내부에

뇌 안 탈탄산효소가 정확히 어디에 분포하는지가 핵심 포인트인데요.
이 효소는 흑색질에 위치한 도파민 신경세포 안에 다량으로 존재합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해당 세포의 세포질 안에서, 레보도파가 유입되면 즉시 반응할 태세를 갖추고 대기하고 있죠.


BBB를 통과한 레보도파가 뇌 조직 안을 떠돌다가 흑색질 도파민 신경세포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세포 내부의 탈탄산효소가 곧바로 활동을 개시합니다.
레보도파 분자에서 카르복실기 부분을 제거하면서 도파민으로 변환시키는 작업이죠.


이렇게 생성된 도파민은 세포 내부의 작은 저장소인 시냅스 소포로 곧장 이동해 보관됩니다.
이후 신경세포가 신호 전달 시점을 맞으면,
소포에 담겨 있던 도파민이 시냅스 틈으로 방출되어 다음 신경세포의 수용체와 결합하면서 운동 신호가 전달되는 거예요.


도파민이 수용체와 결합한 뒤 운동 회로가 다시 가동되기까지의 자세한 과정은 다음 편에서 이어가겠습니다.
이번 글에서 기억해두셔야 할 핵심은, 이 전환 작업 자체가 도파민 신경세포 내부에서 벌어진다는 사실입니다.





전환 공장이라는 비유 —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임상적 함의

여기서 하나의 비유를 들어보면 이해가 한결 쉬워집니다.
흑색질의 도파민 신경세포 하나하나가 바로 레보도파를 도파민으로 만들어내는 작은 공장인 셈이죠.


원료에 해당하는 레보도파는 환자분이 약을 통해 외부에서 계속 공급해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원료를 완제품인 도파민으로 만들어낼 공장만큼은 반드시 환자분의 뇌 안에 이미 존재해야 합니다.
공장이 사라진 상태라면, 원료를 아무리 많이 공급해도 완제품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여기서 앞서 다뤘던 중요한 사실 하나를 다시 떠올려볼 필요가 있는데요.
환자분이 운동 증상을 처음 느끼기 시작하는 시점에는 이미 흑색질 도파민 신경세포의 약 50~70%가 소실된 상태였습니다.
이는 1991년 페른리(Fearnley)와 리스(Lees)의 부검 연구를 통해 확인된 사실이죠.


이번에는 이 사실을 반대 방향에서 바라보겠습니다.
50~70%가 소실되었다는 건, 바꿔 말하면 20~30%는 여전히 생존해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살아남은 이 20~30%의 도파민 신경세포가 바로 레보도파를 도파민으로 바꿔주는 공장 역할을 맡습니다.
공장이 얼마간이라도 가동되고 있기 때문에,
외부에서 레보도파를 공급하면 도파민이 만들어지고 환자분의 운동 증상도 호전될 수 있는 거예요.


이 한 문장이야말로 레보도파라는 약물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근본적인 신경생물학적 해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약효가 감소하는 이유

이 사실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병이 진행된 환자분에게서 같은 약의 효과가 점점 떨어지는 임상적 변화의 원인도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처음 진단받으신 시점에는 도파민 신경세포가 20~30% 정도 남아 있어서 전환 공장이 충분히 작동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파-시뉴클린의 영향이 계속 쌓이면, 남아 있던 세포들마저 차례차례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말하자면 공장이 하나씩 문을 닫아가는 상황인 거죠.


병이 많이 진행된 환자분은 남아 있는 도파민 신경세포 수 자체가 매우 적습니다.
따라서 같은 양의 레보도파를 복용하셔도, 이를 도파민으로 바꿔줄 공장이 부족해서 실제로 만들어지는 도파민 양은 줄어들게 됩니다.
그 결과 운동 증상 개선 효과가 점차 약해지고, 효과가 지속되는 시간도 짧아지는 변화가 일상에서 나타나는 거예요.


이것이 바로 환자분과 보호자분들이 자주 경험하시는 "같은 약, 같은 용량인데 예전만큼 효과가 없다"는 변화의 가장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약 자체가 약해진 것도 아니고, 환자분이 약에 내성이 생긴 것도 아니며, 복용법이 잘못된 것도 아닙니다.
단지 전환 공장의 수가 줄어든 것뿐이에요.





흥미로운 발견 — 세로토닌 신경세포의 '유사 공장'

여기에 더해, 비교적 최근 연구에서 흥미롭게 조명되고 있는 사실이 하나 더 있습니다.


뇌 안에서 탈탄산효소를 가진 세포가 도파민 신경세포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세로토닌이라는 또 다른 신경전달물질을 생산하는 신경세포(뇌간의 봉선핵 등에 분포)에도 동일한 종류의 탈탄산효소가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평상시에는 이 효소가 세로토닌의 전구물질을 세로토닌으로 바꾸는 데 쓰이죠.


그런데 도파민 신경세포가 상당수 소실된 진행 단계의 환자분에게서는 흥미로운 현상이 관찰됩니다.
세로토닌 신경세포가 자신의 영역으로 들어온 레보도파 일부까지 대신 변환해 도파민을 만들어내기 시작하는 거예요.
본래 담당하던 역할은 아니지만, 같은 효소를 갖고 있다 보니 그 일까지 떠맡게 되는 셈입니다.


하지만 이 '유사 공장'에는 명확한 한계가 있습니다.
도파민 신경세포는 만들어진 도파민을 시냅스 소포에 안전하게 저장했다가 신경 신호에 맞춰 정확한 양만 방출합니다.
반면 세로토닌 신경세포는 도파민을 위한 저장 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서, 생성된 도파민을 조절 없이 그대로 흘려보내 버립니다.
필요한 양보다 훨씬 많은 양이 한꺼번에 방출되거나, 정확한 타이밍과 무관하게 새어 나오는 일이 벌어지는 거죠.


이탈리아의 신경학자 만놀로 카르타(Manolo Carta)와 연구진이 2014년 Movement Disorders에 발표한 가설에 따르면,
병이 진행된 환자분이 레보도파를 오랜 기간 복용한 뒤 겪게 되는 약효 변동이나 이상운동증 중 일부가
바로 이 '유사 공장'에서 통제되지 않은 채 방출되는 도파민과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이 가설과 관련된 임상적 결과는 약물을 장기간 사용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문제를 다루는 글에서 본격적으로 이어가겠습니다.)





진료 현장에서 — 레보도파 반응성이 진단의 단서가 되는 이유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을 종합하면, 하나의 임상적 메시지로 자연스레 이어집니다.


레보도파에 반응이 좋다는 것은 그 환자분의 뇌 안에 전환 공장이 어느 정도 남아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습니다.
즉 흑색질의 도파민 신경세포가 일정 부분 보존되어 있고, 전형적인 도파민 결핍형 파킨슨병이 진행되고 있다는 하나의 단서가 되는 거예요.


그래서 신경과 전문의는 진단 과정에서 환자분이 레보도파에 어떻게 반응하시는지를 매우 중요한 임상적 근거로 활용합니다.
비전형 파킨슨증(MSA, PSP 등)이나 다른 운동장애 질환들은 대체로 레보도파에 대한 반응이 뚜렷하지 않거나 짧게만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마치며 — 도파민은 만들어졌지만, 아직 신호는 아니다

지금까지 레보도파가 거치는 4단계 여정을 함께 따라가 봤는데요.
위장에서 흡수되고, 혈관에서 95%가 소실되고, BBB를 통과한 뒤, 마침내 도파민 신경세포 안에서 도파민으로 전환되는 과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도파민이 세포 안에만 머물러 있다면 환자분의 운동 회로는 여전히 작동하지 않습니다.
이 도파민이 시냅스 공간으로 방출되어 다음 신경세포의 수용체와 결합하고,
그 신호를 통해 기저핵 운동 회로 전체가 다시 움직여야만 하는 거예요.
마지막 5단계에 해당하는 이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자세히 이어가겠습니다.



참고자료

1차 사료 / 핵심 연구
Fearnley JM, Lees AJ.Ageing and Parkinson's disease: substantia nigra regional selectivity.Brain. 1991;114(5):2283-2301.
Carta M, Tronci E.Serotonin system implication in l-DOPA-induced dyskinesia: from animal models to clinical investigations.Front Neurol. 2014;5:78.

학술 2차 문헌
Nagatsu T.The catecholamine system in health and disease — Relation to tyrosine hydroxylase and other catecholamine-synthesizing enzymes.Proc Jpn Acad Ser B Phys Biol Sci. 2007;82(10):388-415.
Politis M, Niccolini F.Serotonin in Parkinson's disease.Behav Brain Res. 2015;277:136-145.
LeWitt PA.Levodopa therapy for Parkinson's disease: Pharmacokinetics and pharmacodynamics.Mov Disord. 2015;30(1):64-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