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구의 임상 인사이트 (6)
루이소체는 어떻게, 누구에 의해 처음 발견됐을까?
# 루이소체는 누가 처음 찾아냈을까 — 1912년, 베를린의 현미경 이야기파킨슨병의 역사 200년을 돌아보면, 특별히 중요한 네 개의 시점이 있습니다.
1817년, 1872년, 1912년, 그리고 1997년입니다.
처음 두 시점 — 런던의 제임스 파킨슨과 파리의 장 마르탱 샤르코 — 은 환자에게서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을 정리한 시기였습니다.
반면 1912년은, 사람들이 처음으로 환자의 '뇌 속'을 실제로 들여다보게 된 해입니다.
오늘 소개할 이야기는 이 네 시점 중 세 번째, 1912년에 관한 것입니다.
독일의 한 신경학자가 현미경으로 뇌 조직을 관찰하다가 작고 동그란 덩어리를 발견하는데요,
이 구조물이 훗날 '루이소체(Lewy body)'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됩니다. 그 발견의 순간을 함께 따라가 보겠습니다.
## 신경병리학이 막 자라나던 시절, 1912년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사이, 의학에는 새로운 분야 하나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습니다.
신경세포를 현미경으로 자세히 관찰하는 학문, '신경병리학'입니다.
신경세포를 또렷하게 물들이는 염색 기술들이 새로 개발되면서,
여러 신경 질환에서 실제로 뇌 조직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를 체계적으로 살펴보는 연구가 활발해지던 때였습니다.
이 흐름의 중심에 알로이스 알츠하이머(1864~1915)라는 학자가 있었습니다.
1906년, 그는 한 환자의 뇌를 살펴보던 중 신경세포 안팎에서 비정상적인 단백질 덩어리를 발견했고,
이것이 나중에 '알츠하이머병'이라는 이름으로 남게 됩니다.
알츠하이머가 만들어낸 연구 분위기 속에서, 여러 젊은 독일 신경학자들이 훈련을 받으며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이들 가운데 한 명이 바로 프리드리히 루이였습니다.
## 프리드리히 루이라는 사람프리드리히 하인리히 루이(1885~1950)는 베를린 출신의 독일 신경학자입니다.
그는 알츠하이머가 이끌던 연구 환경에서 배움을 얻었고, 1910년대 초부터 베를린에서 여러 신경 질환이 뇌 조직에 남기는 흔적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특히 관심을 둔 질병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1817년 제임스 파킨슨이,
그리고 1872년 장 마르탱 샤르코가 겉으로 나타나는 증상을 자세히 기록했던 그 질환, '파킨슨병'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파킨슨병은 오로지 환자의 움직임을 관찰해서 정의되는 병이었습니다.
환자의 뇌 안에서 실제로 무슨 변화가 일어나는지는, 100년이 다 되도록 아무도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1912년, 현미경 속에서 마주한 것1912년, 루이는 파킨슨병으로 세상을 떠난 환자들의 뇌 조직을 현미경으로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때까지 어떤 신경 질환에서도 보고된 적 없는 낯선 구조물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것은 신경세포 안쪽에 자리 잡은 둥근 모양의 덩어리였습니다.
생김새가 무척 독특했는데요, 가운데는 진하게 물들고 바깥으로 갈수록 색이 옅어지는, 마치 동심원 같은 모양이었습니다.
흔히 "달걀 프라이의 노른자처럼 중심이 진하고 테두리가 흐릿한 모습"으로 표현되곤 합니다.
크기도 상당히 커서, 신경세포의 핵을 옆으로 밀어낼 정도였습니다.
더 흥미로운 점은 이 구조물이 나타나는 위치였습니다.
아무 곳에나 무작위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주로 뇌줄기(뇌간)에 속한 특정 신경세포들에서 반복적으로, 일관되게 관찰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이 변화는 마구잡이식 손상이 아니라 특정 신경세포만을 골라 나타나는 병적인 현상이었던 것입니다.
같은 해인 1912년, 루이는 이 발견을 《신경학 편람》이라는 의학 백과사전의 한 장으로 정리해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그 장의 제목은 '진전 마비의 병리해부학'이었습니다.
흥미롭게도, 루이 본인은 이 구조물에 자기 이름을 붙이지 않았습니다.
'루이소체'라는 이름은 훗날 다른 신경학자들이 그의 업적을 기리는 뜻에서 붙여준 것입니다.
## 이 발견이 의학사에 남긴 의미이 발견이 중요한 이유는, 파킨슨병을 이해하는 방식을 한 단계 더 깊이 파고들게 만들었다는 데 있습니다.
1817년 제임스 파킨슨은 환자에게서 보이는 움직임의 문제를 정리했습니다.
1872년 장 마르탱 샤르코는 그 증상들을 분류하고 '파킨슨병'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환자의 뇌 속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알지 못했습니다.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1912년이 되어서야, 루이가 현미경을 통해 그 답에 다가가는 첫 단서를 발견한 것입니다.
이 사건이 갖는 의미는 단순히 새로운 관찰 하나를 더한 것 이상이었습니다.
파킨슨병이 단순히 기능적인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 뇌 조직 안에 비정상적인 물질이 쌓이는 질환이라는 사실이 의학사에서 처음으로 확인된 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겉으로 드러난 증상만 보던 시대(파킨슨과 샤르코의 시대)에서, 조직 자체를 들여다보는 시대로 넘어가는 중요한 전환점이 된 셈입니다.
영국 케임브리지의 신경학자 미셸 괴데르트와 동료 연구자들은 루이의 발견 100주년을 기념해 2013년 종합 리뷰 논문을 발표했는데,
이들은 이 발견을 신경병리학이 파킨슨병을 '뇌 조직의 질환'으로 자리매김하게 만든 결정적 사건으로 평가했습니다.
100년 동안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으로만 정의되던 질환이, 1912년의 그 현미경 관찰을 거치며 비로소 뇌 조직 속의 실체를 갖게 된 것입니다.
## 그러나, 여기서 85년의 수수께끼가 시작됩니다루이의 발견에는 여전히 큰 물음표가 남아 있었습니다.
그가 본 그 동그란 덩어리가 대체 어떤 물질로 이루어져 있는지, 그리고 환자의 뇌 안에서 왜 이런 덩어리가 만들어지는지는,
1912년의 기술 수준으로는 밝혀낼 방법이 없었습니다. 현미경은 구조물의 모양을 보여줄 수는 있었지만,
그것이 어떤 분자로 이루어졌는지까지는 알려줄 수 없었습니다.
특정 단백질 하나만을 골라내 분석하는 분자생물학 기술이, 1912년에는 아직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수수께끼가 풀리기까지는 다시 85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 답은 분자생물학이 본격적으로 발전한 1990년대 후반이 되어서야 나오게 됩니다.## 마치며1912년, 베를린의 한 현미경 아래에서 시작된 이 발견이 어떤 답을 얻게 되는지, 그리고 그 답을 찾아낸 1997년의 두 연구팀이 누구였는지는 다음 글에서 이어가겠습니다.참고자료1차 사료
- Lewy FH. Paralysis agitans. I. Pathologische Anatomie. In: Lewandowsky M, ed. Handbuch der Neurologie. Berlin: Springer; 1912:920-933.
학술 2차 문헌
- Goedert M, Spillantini MG, Del Tredici K, Braak H. 100 years of Lewy pathology. Nat Rev Neurol. 2013;9(1):13-24.
- Gibb WR, Lees AJ. The relevance of the Lewy body to the pathogenesis of idiopathic Parkinson's disease. J Neurol Neurosurg Psychiatry. 1988;51(6):745-752.
- (옵션) Holdorff B. Friedrich Heinrich Lewy and his Berlin work. Mov Disord. 2002;17(3):473-4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