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ram Health Column

메디람 건강칼럼

파킨슨병 원인, 단백질이 잘못 접혀서 생긴다?
2026. 07. 13

닥터 구의 임상 인사이트 (8)
정상 단백질이 파킨슨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이유 — 단백질 접힘의 비밀

왜 정상 단백질이 병적 단백질로 바뀔까 — 단백질 접힘 이야기


이전 글에서는 알파-시뉴클린이 시냅스에서 작은 도우미 역할을 한다는 사실과,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고정된 형태 없이 유연한 구조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이 정상 단백질의 모양이 어떤 계기로 어긋나기 시작하면, 동일한 단백질이 전혀 반대되는 역할을 맡게 됩니다.


그렇다면 '모양이 어긋난다'는 표현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할까요?
또 이런 현상은 왜, 어떤 경로로 발생하는 걸까요?
이번 글에서는 단백질 하나하나의 수준에서 벌어지는 최초의 변화, 즉 미스폴딩(misfolding)을 다뤄보겠습니다.





단백질은 어떻게 형태를 갖추나 — 종이접기로 이해하기

먼저 단백질이 자신의 모양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간단히 짚어보겠습니다.


단백질이란 아미노산이라는 작은 단위들이 사슬처럼 길게 이어진 물질입니다.
처음 생성되었을 때는 아직 풀어진 긴 끈 형태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이 끈은 만들어지자마자 스스로 특정한 구조로 접혀 들어갑니다.
마치 길쭉한 종이 한 장이 학이나 배와 같이 정해진 형태로 자연스럽게 접혀가는 종이접기 과정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 단백질이 어떤 일을 하는가는 결국 그 접힌 형태에 달려 있다는 점입니다.
아미노산의 배열이 똑같더라도, 최종적으로 어떤 모양으로 접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학 모양으로 접은 종이가 장식용 소품이 되는 것과, 배 모양으로 접은 종이가 물놀이 장난감이 되는 것이 서로 다른 쓰임새를 갖는 것과 비슷합니다.
단백질 역시 정해진 형태로 제대로 접혀야만 본래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몸속 단백질들은 만들어진 직후 대체로 원래의 형태를 잘 찾아갑니다.
세포 내부에는 이런 접힘 과정을 도와주는 보조 장치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다만 이 과정이 언제나 완벽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미스폴딩 — '모양이 어긋난다'는 것의 실체

간혹 단백질이 본래 갖춰야 할 형태와는 다른 모양으로 접히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러한 현상을 미스폴딩(misfolding), 즉 '오접힘' 혹은 '구조 변성'이라 부릅니다.
학을 만들려던 종이가 중간 어느 지점에서 방향이 어긋나게 접히면, 이후의 모든 접는 동작이 함께 틀어지게 됩니다.
결국에는 학이 아닌 알아보기 힘든 형태, 혹은 전혀 의도하지 않은 결과물이 만들어집니다.


단백질도 이와 유사합니다.
어느 한 부위에서 접힘이 어긋나기 시작하면, 그 여파로 단백질 전체의 입체 구조가 원래와는 다르게 형성됩니다.
미스폴딩이 발생하는 원인은 하나로 단정할 수 없습니다.
다음과 같은 여러 요인이 각각 혹은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날 수 있습니다.

- 노화:
나이가 들면서 단백질 접힘을 돕는 보조 장치와 청소 시스템의 작동 효율이 떨어집니다.

- 산화 스트레스:
활성산소로 인한 미세한 손상이 단백질에 쌓이면서 정상적인 접힘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 유전적 요인:
태생적으로 접히기 까다로운 아미노산 배열을 갖고 태어나는 경우입니다. (이전 글에서 다룬 가족성 파킨슨병의 SNCA 유전자 돌연변이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 환경 요인:
일부 독성 물질이나 환경적 요소가 단백질이 접히는 주변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존재합니다.


알파-시뉴클린에는 한 가지 눈여겨볼 특징이 있었다는 점을 다시 떠올려볼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대로, 이 단백질은 정상 상태에서 고정된 입체 구조 없이 유연한 형태를 유지합니다.
이런 유연성은 정상적인 기능 수행에는 이점이 되지만, 동시에 잘못된 형태로 접힐 위험성 역시 함께 안고 있습니다.
알파-시뉴클린이 다른 단백질에 비해 미스폴딩에 더 취약한 배경에는 바로 이런 이유가 자리합니다.






베타-병풍 구조 — 잘못 접힌 알파-시뉴클린이 취하는 형태

미스폴딩된 알파-시뉴클린이 자주 갖게 되는 새로운 형태에는 전문 용어가 붙어 있습니다.
바로 베타-병풍(β-sheet) 구조라 불리는 형태입니다.


명칭은 다소 생소하지만 형태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단백질 사슬의 일부분이 마치 펼쳐진 병풍처럼 평평하고 주름진 면을 형성하는 구조입니다.
이렇게 한 번 평평한 면이 만들어지고 나면, 같은 형태를 가진 다른 단백질들이 그 위에 손쉽게 층층이 쌓일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집니다.


이 구조가 알파-시뉴클린에서 문제가 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 잘못 접힌 형태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합니다.
시냅스 소포의 회전을 돕고 신호 전달을 보조하던 본래의 역할을, 베타-병풍 구조로 바뀐 알파-시뉴클린은 더 이상 수행할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 시냅스라는 작업 현장에서 보조 인력이 빠져나가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 분자 단위에서 벌어지기 시작하는 셈입니다.


둘째, 잘못 접힌 형태 자체가 새로운 문제의 씨앗이 됩니다.
베타-병풍 구조는 안정적인 형태이면서도, 동시에 같은 형태를 가진 이웃 단백질과 매우 쉽게 들러붙는 성질을 지니고 있습니다.
즉 미스폴딩된 알파-시뉴클린은 홀로 남아있지 않고, 다른 미스폴딩된 알파-시뉴클린을 만나는 순간 곧바로 서로 엉겨 붙기 시작합니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단백질 접힘 연구자 크리스토퍼 도브슨(Christopher Dobson)은
단백질 미스폴딩과 신경퇴행성 질환의 연관성을 정리한 2003년 Nature 논문에서,
베타-병풍이 풍부한 구조로의 전환이 여러 단백질 응집 질환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핵심적인 분자 단계라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세포의 청소 시스템은 왜 이를 막아내지 못할까

우리 몸의 세포 안에는 손상되었거나 잘못 만들어진 단백질을 처리하는 청소 기능이 갖춰져 있습니다.
단백질 하나가 잘못 접혔다고 해서 그 즉시 심각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평상시에는 이 청소 시스템이 이를 감지해 분해해버립니다.


문제는 이 시스템이 처리할 수 있는 용량에 한계가 있다는 점입니다.
다음과 같은 상황이 동시에 발생하면 청소 시스템이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에 이릅니다.


- 미스폴딩된 알파-시뉴클린이 평소보다 많이 생성되는 경우 (노화, 유전자 변이, 산화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 청소 시스템 자체의 기능이 저하되는 경우 (노화나 세포 환경 악화로 인해)
- 미스폴딩된 단백질들이 이미 서로 뭉쳐 청소 시스템이 분해하기 힘든 큰 덩어리로 변한 경우


이 세 가지 상황이 겹쳐지면, 잘못 접힌 알파-시뉴클린이 세포 내부에 서서히 쌓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축적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순간,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됩니다.





마치며

미스폴딩된 알파-시뉴클린이 하나둘 쌓여가면, 이 단백질들은 더 이상 개별적으로 떠 있지 않습니다.
베타-병풍 구조가 지닌 '잘 들러붙는 성질' 때문에 서로 뭉치기 시작합니다.
작은 덩어리에서 출발해 점점 크기를 키워가며, 결국 1912년 루이가 관찰했던 그 둥근 구조물(루이소체)에 이르기까지의 과정 — 이것이 다음 글에서 다룰 주제입니다.



참고자료

학술 2차 문헌
Dobson CM. Protein folding and misfolding. Nature. 2003;426(6968):884-890.
Theillet FX, Binolfi A, Bekei B, et al. Structural disorder of monomeric α-synuclein persists in mammalian cells. Nature. 2016;530(7588):45-50.
Serpell LC, Berriman J, Jakes R, Goedert M, Crowther RA. Fiber diffraction of synthetic alpha-synuclein filaments shows amyloid-like cross-beta conformation. Proc Natl Acad Sci USA. 2000;97(9):4897-4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