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ram Health Column

메디람 건강칼럼

도파민 신경세포는 왜 파킨슨병에 가장 먼저 손상될까?
2026. 07. 20

닥터 구의 건강칼럼 (13)
파킨슨병 원인 — 도파민 신경세포가 유독 취약한 이유 3가지

파킨슨병에서 도파민 신경세포만 유독 손상되는 까닭 — 선택적 취약성을 만드는 세 가지 배경


앞선 글들에서 알파-시뉴클린이라는 단백질이 파킨슨병의 분자적 핵심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접혀 뭉치면 신경세포 내부에 네 가지 방식의 손상을 남기고, 나아가 한 세포에서 다른 세포로 옮겨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하나의 물음이 생깁니다.
알파-시뉴클린은 특정 부위만이 아니라 사람의 신경세포 전반에 널리 존재하는 단백질입니다.
환자의 뇌를 보더라도 여러 영역의 신경세포가 동일한 알파-시뉴클린을 지니고 있고, 동일한 분자적 과정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유독 흑색질(substantia nigra)의 도파민 신경세포가 가장 먼저, 가장 크게 무너지는 것일까요?


이 물음에 대한 답은 단일하지 않고 세 갈래로 나뉩니다.
흑색질의 도파민 신경세포에는 다른 신경세포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세 가지 고유한 특징이 있고,
이 세 요소가 함께 작용하면서 이 세포군을 알파-시뉴클린의 독성 앞에서 가장 취약한 위치에 놓이게 만듭니다.





흑색질이란 어떤 부위인가

본격적인 설명에 앞서 '흑색질(substantia nigra)'이 어떤 곳인지부터 짚어보겠습니다.


흑색질은 중뇌(midbrain)에 속한 작은 영역으로, 뇌 전체와 비교하면 매우 좁은 범위를 차지합니다.
이곳의 신경세포들은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생산해 운동을 조절하는 뇌 회로 쪽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흑색질'이라는 명칭 자체는 라틴어에서 유래했으며 '검은 물질'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이는 이 신경세포 속에 멜라닌이라는 검은 색소가 축적되어 부검 시 주변 조직보다 어둡게 보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흑색질이 뇌의 전체 회로 안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도파민이 운동 조절에 어떻게 관여하는지는 다음 글들에서 상세히 다루겠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오직 '왜 이 부위의 신경세포가 알파-시뉴클린 독성에 유난히 약한가'라는 질문에만 초점을 맞춥니다.)


흑색질의 도파민 신경세포가 알파-시뉴클린 독성에 특히 취약한 배경에는 아래 세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 이유 — 지나치게 방대한 가지 구조

흑색질의 도파민 신경세포 하나하나는 다른 신경세포와 비교했을 때 유별나게 큰 가지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한 개의 신경세포에서 뻗어나가는 축삭(axon)의 모든 가지를 더하면 사람의 뇌 안에서 총 길이가 수 미터에 이를 수 있으며,
그 끝단마다 형성되는 시냅스의 개수는 수십만 개에 달합니다.


이와 달리 다른 부위의 신경세포는 일반적으로 훨씬 짧은 축삭에 소수의 시냅스만을 가집니다.
흑색질 도파민 신경세포를 한 사람이 수백 명의 부하 직원을 관리하는 상황에, 다른 부위의 신경세포를 한 사람이 열 명 정도를 관리하는 상황에 견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방대한 가지 구조를 유지하는 데는 상당한 비용이 듭니다. 단백질을 합성하고, 분해하고, 가지 끝까지 실어 나르고,
각 시냅스에서 신호 전달을 이어가는 모든 과정이 막대한 에너지와 자원을 요구합니다.
결과적으로 이 세포는 평상시부터 미토콘드리아·청소 시스템·시냅스
— 앞서 살펴본 네 가지 손상이 벌어지는 바로 그 영역들 — 에 다른 신경세포보다 훨씬 큰 부담을 짊어진 채 살아갑니다.


여기에 알파-시뉴클린 병리까지 겹치면, 이미 한계에 가까웠던 부담 위에 새로운 부담이 더해지는 셈입니다.
똑같은 크기의 손상이라도 이 세포에서는 훨씬 빠르게 한계선을 넘어서게 됩니다.




두 번째 이유 — 도파민이라는 물질 자체가 지닌 위험성

도파민이라는 분자는 신경전달물질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만, 화학적으로는 그다지 안정적이지 않은 물질이기도 합니다.
도파민이 만들어지고, 쓰이고, 분해되는 전 과정에서 활성산소가 자연스럽게 발생합니다.


다른 부위의 신경세포는 도파민을 거의 다루지 않으므로 이런 산화 부담에서 비교적 자유롭습니다.
반면 흑색질의 도파민 신경세포는 매일 도파민을 생산·방출·분해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그때마다 만들어지는 활성산소에 지속적으로 스스로를 노출시키고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흑색질 도파민 신경세포는 근무 환경 자체가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하기 쉬운 직장에 다니는 직원과 비슷합니다.
평소부터 산화 손상이 조금씩 쌓여 있고, 이를 처리하는 세포 내 청소 시스템 역시 그만큼 더 부지런히 움직여야 합니다.


앞서 다룬 것처럼 알파-시뉴클린 병리는 활성산소의 양을 더욱 늘립니다.
이미 평소부터 산화 부담을 안고 있던 이 세포에서는 이렇게 추가된 산화 스트레스가 다른 부위보다 훨씬 크게 작용합니다.



세 번째 이유 — 스스로 일하는 세포가 짊어지는 칼슘 부담

세 번째 특징은 흑색질 도파민 신경세포가 작동하는 방식 그 자체에 있습니다.


대다수 신경세포는 다른 세포로부터 신호를 받아야만 비로소 활동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흑색질 도파민 신경세포는 외부의 자극이 없어도 스스로 일정한 리듬으로 활성을 이어갑니다.
이런 자발적 활동을 만들어내는 열쇠가 바로 칼슘 채널입니다.
다른 신경세포들이 주로 나트륨을 이용해 신호를 만드는 것과 달리, 흑색질 도파민 신경세포는 칼슘이 계속해서 세포 안으로 유입되도록 합니다.


문제는 세포 내 칼슘 농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세포 자체에 위험이 되기 때문에,
들어온 칼슘을 다시 밖으로 내보내거나 미토콘드리아 속에 격리해 두어야 한다는 데 있습니다.
이 작업의 상당 부분을 미토콘드리아가 떠맡습니다.
결국 흑색질 도파민 신경세포는 자발적 활성을 유지하기 위해 순간순간 미토콘드리아에 추가적인 부담을 지우고 있는 셈입니다.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의 신경학자 D. 제임스 서마이어(D. James Surmeier)와 연구진은
이러한 칼슘 부담을 흑색질 도파민 신경세포의 선택적 취약성을 설명하는 핵심 요인 가운데 하나로 정리했으며,
2017년 Nature Reviews Neuroscience에 발표된 종합 리뷰 논문에서 이를 자세히 다루었습니다.





세 가지가 겹쳐지면 — 같은병리라도 결과는 달라진다

지금까지 살펴본 세 가지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방대한 가지 구조 → 유지 비용 증가 → 청소 시스템과 미토콘드리아에 평소부터 걸리는 부담
도파민 자체가 만드는 산화 부담 → 평소부터 이어지는 산화 스트레스 노출
자발적 활성에 칼슘을 사용 → 미토콘드리아에 더해지는 추가 부담


이 세 요소는 하나의 세포군, 즉 흑색질 도파민 신경세포에 동시에 적용됩니다.
그 결과 이 세포군은 평상시부터 다른 신경세포들보다 훨씬 많은 부담을 짊어진 채 활동하고 있는 셈입니다.


여기에 알파-시뉴클린 응집까지 더해지면 — 미토콘드리아 손상, 산화 스트레스 증가, 청소 시스템 과부하, 시냅스 기능 저하라는
앞서 다룬 네 가지 손상 기전이 이 세포군에서는 다른 부위보다 훨씬 빠르고 심하게 한계를 넘어서게 됩니다.
동일한 알파-시뉴클린 병리가 뇌의 여러 부위에서 함께 진행되더라도, 부위마다 결과가 달리 나타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것이 파킨슨병이 뇌 전체를 균일하게 침범하는 질환이 아니라, 특정 세포군이 먼저 무너져 내리는 양상을 보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정리하며 — 다음으로 이어질 질문

이제까지 살펴본 글들을 통해 파킨슨병의 분자·세포 수준 실체를 하나씩 따라왔습니다.


1912년 루이가 발견한 둥근 구조물 (루이소체)
1997년 두 연구팀이 밝혀낸 그 핵심 성분 (알파-시뉴클린)
이 단백질이 지닌 정상적인 기능
잘못 접히는 과정 (미스폴딩과 베타-병풍 구조)
응집이 진행되는 네 단계 (올리고머에서 루이소체까지)
신경세포가 손상되는 네 가지 기전
한 세포에서 이웃 세포로 이어지는 전파
그리고 흑색질 도파민 신경세포가 지닌 선택적 취약성


그러나 아직 풀리지 않은 큰 질문이 하나 남아 있습니다.
이 모든 분자·세포 수준의 과정은 도대체 몸 어느 곳에서 처음 시작되는 것일까요?


오랜 기간 의학계는 파킨슨병이 뇌에서 시작되는 질환이라고 여겨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연구들은 전혀 다른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 이 질환이 뇌가 아닌 다른 곳, 어쩌면 몸의 다른 부위에서 먼저 시작되어 점차 뇌로 올라오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 가설 — '이중 타격 가설(dual-hit hypothesis)' — 그리고 운동 증상이 나타나기 훨씬 전부터
환자의 몸에 드러날 수 있는 여러 신호들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 글들에서 본격적으로 다루겠습니다.



참고자료

학술 2차 문헌
Surmeier DJ, Obeso JA, Halliday GM. Selective neuronal vulnerability in Parkinson disease. Nat Rev Neurosci. 2017;18(2):101-113.
Surmeier DJ, Guzman JN, Sanchez-Padilla J, Schumacker PT. The role of calcium and mitochondrial oxidant stress in the loss of substantia nigra pars compacta dopaminergic neurons in Parkinson's disease. Neuroscience. 2011;198:22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