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ram Health Column

메디람 건강칼럼

파킨슨병 변비 오래되면 위험 신호일 수 있다?
2026. 07. 27

닥터 구의 건강 칼럼 (17)
만성 변비, 그냥 넘겨도 될까? 파킨슨병과의 관계

운동 증상보다 한참 전에 — 첫 번째 신호, 변비
 

앞선 글들에서는 이중 타격 가설을 따라가며, 변성된 알파-시뉴클린이 장(腸)과 코라는 신체 두 변방에서 시작되어
신경 경로를 타고 서서히 뇌의 흑색질까지 올라가는 과정을 살펴보았습니다.


이 여정에는 눈여겨볼 만한 시간의 흐름이 담겨 있습니다.
변성이 처음 시작된 곳에서 흑색질에 이르기까지 짧으면 몇 년, 길면 수십 년이라는 세월이 걸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그 오랜 기간 동안 변성이 이미 장 신경계나 후각 신경 어딘가에서 진행 중이지만 운동 증상은 아직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그 사이, 환자의 몸에서는 아무 신호도 없는 것일까요?


이 물음에 대한 답을 네 편의 글로 나누어 다루려 합니다.
이번 글의 주제는 그중에서도 가장 흔하고 가장 이른 시기에 나타날 수 있는 신호, 바로 변비입니다.





변비는 흔한 증상이라, 그 의미가 쉽게 가려진다


먼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변비는 아주 흔한 증상이라는 점입니다.


한국을 비롯한 여러 선진국에서는 성인의 약 15~20%가 만성 변비를 겪는 것으로 추정되고,
60대 이후에는 이 비율이 한층 더 올라갑니다. 다시 말해 나이가 들어 변비를 앓는 사람은 상당히 많으며,
그렇다고 이들 모두가 파킨슨병 위험군에 속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문제는 바로 이 '너무나 흔하다'는 점 때문에, 정작 일부 환자에게서는 중요한 의학적 신호가 그냥 묻혀버릴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환자 본인도, 가족도, 심지어 의료진조차 변비를 "나이 들면 으레 겪는 일"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난 20여 년간 쌓여온 역학 연구는 다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1990년대 하와이, 한 코호트 연구의 출발점

이 사실이 뚜렷하게 밝혀지기 시작한 계기는 1990년대 후반 미국 하와이에서 시작된 장기 추적 코호트 연구였습니다.
'호놀룰루-아시아 노화 연구(Honolulu-Asia Aging Study)'로 불리는 이 연구는
1965년부터 약 6,800명의 일본계 미국인 남성을 대상으로 수십 년에 걸쳐 건강 상태를 추적했습니다.


연구진은 이들에게서 다양한 건강 정보를 수집했는데, 그중에는 하루 평균 배변 횟수라는 비교적 단순한 항목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세월이 흐른 뒤, 연구진은 이들 가운데 누가 파킨슨병을 진단받았고 누가 그렇지 않았는지를 비교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는 단순했지만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하루 한 번 미만으로 배변을 보던 사람들 — 즉 의학적으로 변비 성향을 지닌 이들 — 은,
하루 한 번 이상 정상적으로 배변을 하던 사람들에 비해 파킨슨병 발생률이 약 2.7배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2001년 학술지 Neurology에 실렸고, 이후 파킨슨병의 전구 증상을 다루는 연구에서 가장 빈번하게 인용되는 논문 중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뒤이어 진행된 여러 대규모 연구들에서도 — 심한 변비가 있을 경우 이후 파킨슨병 위험이 2~4배 증가한다는 — 비슷한 결과가 반복적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왜 그런 것일까 — 장 신경계가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이유

이러한 연관성은 앞선 글에서 다룬 이중 타격 가설로 자연스럽게 설명됩니다.


변성된 알파-시뉴클린이 침투하는 경로 중 하나가 장 신경계이고, 변성이 진행되면서 이 장 신경계가 서서히 손상을 입는다면
장의 운동 자체가 평소보다 둔해지는 변화가 가장 먼저 나타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입니다.


장 신경계는 장의 움직임을 스스로 조절하는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음식물이 들어오면 어떤 속도로, 어떻게 움직일지를 자체적인 회로가 결정합니다.
이 신경계 내부에서 알파-시뉴클린이 변성되고 신경세포의 기능이 약해지면, 장의 운동이 느려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며,
그것이 겉으로 드러나는 형태가 바로 변비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알파-시뉴클린이 뇌의 흑색질에 도달하기 훨씬 이전,
어쩌면 운동 증상이 나타나기 10년에서 20년쯤 앞서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추정입니다.
운동 증상이 나타나기 전 신호들 가운데 가장 이르게 등장할 수 있는 신호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변비가 있는 사람은 파킨슨병을 걱정해야 할까

여기서 환자와 가족이 가장 궁금해할 질문이 나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그 의미를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변비를 겪는 사람 대부분은 평생 파킨슨병에 걸리지 않습니다.
변비는 흔하지만, 파킨슨병은 그렇지 않습니다.
변비 자체가 파킨슨병을 유발하는 원인은 아닙니다.
변비는 다른 근본적인 문제의 결과로 나타날 수 있는 하나의 신호일 뿐입니다.
변비만으로는 어떤 진단도 성립되지 않습니다.
변비는 하나의 단서에 불과하며, 후각 상실이나 렘수면 행동장애 등 다른 신호들과 함께 나타날 때 비로소 의학적으로 유의미한 패턴을 이룹니다.


그럼에도 짚어둘 만한 점은 있습니다.
여러 해, 혹은 수십 년에 걸쳐 점차 심해지는 변비는 환자 본인과 가족이 한 번쯤 진지하게 살펴볼 가치가 있는 변화입니다.
예전에는 정상이었던 배변 습관이 점점 힘들어지고, 식이요법이나 흔히 쓰는 약물로도 잘 나아지지 않는다면,
그 변화에 대해 의료진과 상의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이미 파킨슨병을 진단받은 환자들에게 변비는 가장 흔한 비운동 증상 중 하나입니다.
진단 시점에 이미 절반 이상의 환자가 변비를 호소한다고 보고되며,
질병이 진행됨에 따라 변비의 빈도 역시 함께 늘어나는 경향을 보입니다.
즉 진단 이전의 '신호'로서 나타나는 변비와, 진단 이후의 '동반 증상'으로 나타나는 변비는 결국 같은 분자적 메커니즘 위에서 이어져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진단 이후 변비 관리는 환자의 일상적인 삶의 질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문제이므로, 이는 별도의 주제로 따로 다룰 예정입니다.


이러한 균형 감각 — 진단 전에는 지나치게 확대해석하지 않으면서, 진단 후에는 소홀히 하지 않고 충분히 살피는 균형이야말로
변비라는 신호를 올바르게 이해하는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운동 증상이 나타나기 한참 전, 환자의 몸에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흔하게 나타날 수 있는 신호가 바로 변비입니다.
하지만 변비 하나만으로 파킨슨병을 진단할 수는 없습니다.
그 진짜 의미는 다른 전구 증상들과 함께 놓고 볼 때 비로소 뚜렷해집니다.


다음 글에서는 두 번째 전구 증상인 후각의 변화 — 냄새를 잘 맡지 못하게 되는 현상 — 을 살펴보겠습니다.



참고자료

1차 사료 / 핵심 역학 연구
Abbott RD, Petrovitch H, White LR, et al. Frequency of bowel movements and the future risk of Parkinson's disease. Neurology. 2001;57(3):456-462. (호놀룰루-아시아 노화 연구. 변비-PD 위험 연관성의 결정적 코호트 보고)

전구 PD 진단 기준 (MDS)
Berg D, Postuma RB, Adler CH, et al. MDS research criteria for prodromal Parkinson's disease. Mov Disord. 2015;30(12):1600-1611.
Heinzel S, et al. Update of the MDS research criteria for prodromal Parkinson's disease. Mov Disord. 2019;34(10):1464-1470.

학술 2차 문헌
Postuma RB, Berg D. Advances in markers of prodromal Parkinson disease. Nat Rev Neurol. 2016;12(11):622-634.

환자 교육 기관 자료
Parkinson's Foundation — Non-motor symptoms: Constip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