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구의 건강 칼럼 (18)
파킨슨병 전조증상 후각 상실, 운동증상보다 10년 먼저 온다?
운동 증상보다 한참 전에 — 두 번째 신호, 후각 상실지난 글에서는 첫 번째 전구 증상인 변비에 대해 다뤘습니다.
운동 증상이 나타나기 무려 10~20년 전부터 일부 환자에게서 관찰될 수 있는, 가장 흔하면서도 가장 이른 시기에 나타나는 신호였습니다.
이번 글에서 다룰 두 번째 전구 증상은 후각 상실입니다.
냄새를 예전만큼 잘 맡지 못하게 되는 변화로, 변비와 함께 파킨슨병 운동 증상이 나타나기 전 가장 널리 알려진 전구 증상으로 손꼽힙니다.후각 저하 역시 매우 흔한 증상이다 — 균형 잡힌 시각이 다시 한번 필요한 이유변비와 마찬가지로, 후각 저하 또한 상당히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후각이 무뎌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의 하나입니다.
60대 이상 인구 가운데 약 25~30%가 의학적으로 측정 가능한 수준의 후각 저하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70대를 넘어서면 이 비율은 더욱 높아집니다.
다시 말해 나이가 들면서 후각이 떨어진 사람은 매우 많고, 이들 대부분은 단순히 자연스러운 노화 과정을 겪고 있을 뿐 파킨슨병과는 무관합니다.
이 외에도 후각 저하를 일으키는 흔한 원인은 다양합니다.
만성 부비동염, 알레르기성 비염, 두부 외상, 특정 약물의 부작용, 그리고 최근 크게 주목받았던 코로나19 후유증까지.
이 모두가 후각을 떨어뜨릴 수 있는 잘 알려진 원인들입니다.
다만 일부 환자에게서는, 나이가 들며 서서히 진행되는 후각 저하가 운동 증상이 나타나기 훨씬 이전에 나타나는
의학적 신호일 수 있다는 사실이 지난 20여 년간의 연구를 통해 밝혀지고 있습니다.
핵심 연구 — 후각 검사로 미래의 파킨슨병을 미리 알 수 있을까이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연구로 꼽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2008년 학술지 Annals of Neurology에 실린 코호트 분석입니다.
이 연구는 앞선 글에서 소개했던 호놀룰루-아시아 노화 연구의 데이터를 다시 활용했습니다.
다만 변비 연구와는 달리, 이번에는 후각 검사 점수와 향후 파킨슨병 발생 위험 사이의 관계를 살펴본 것이었습니다.
연구진이 활용한 도구는 UPSIT(University of Pennsylvania Smell Identification Test)라는 표준화된 후각 검사였습니다.
커피, 박하, 라일락처럼 친숙한 40가지 냄새가 작은 종이 스크래치 형태로 담겨 있어,
이를 긁어 냄새를 맡은 뒤 네 가지 보기 중 정답을 고르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연구진은 약 2천여 명에 이르는 노인 남성을 대상으로 이 검사를 시행한 후,
평균 8년에 걸쳐 새롭게 파킨슨병 진단을 받는 사람이 누구인지 추적 관찰했습니다.
결과는 뚜렷했습니다.
후각 검사 점수가 가장 낮았던 사분위 그룹(후각이 가장 둔했던 이들)은,
점수가 가장 높았던 사분위 그룹(후각이 가장 예민했던 이들)에 비해 향후 파킨슨병 발생률이 약 5배나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후 여러 대규모 후속 연구에서도 이와 유사한 결과가 반복적으로 확인되었으며,
오늘날 후각 검사는 파킨슨병의 전구 증상을 평가하는 가장 표준적인 검사법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왜 후각이 이렇게 일찍부터 영향을 받는 걸까이러한 연관성은 앞선 글들에서 소개한 이중 타격 가설로 자연스럽게 설명이 가능합니다.
후각 신경은 우리 뇌가 외부 환경과 직접 맞닿아 있는 몇 안 되는 통로 중 하나입니다.
만약 변성된 알파-시뉴클린이 후각 신경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고, 그것이 후각 망울(코에서 뇌로 들어가는 첫 관문)까지 이르게 된다면,
환자가 가장 먼저 알아차릴 수 있는 변화가 바로 "냄새를 예전처럼 못 맡는다"는 감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브라크가 제시한 6단계 병리 진행 모델에서도 후각 망울은 1단계, 즉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부위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흑색질의 도파민 신경세포 손상이 본격화되는 3단계보다 두 단계나 앞서는 셈입니다.
이러한 병리학적 위치 때문에, 후각 저하는 운동 증상보다 평균적으로 4~6년,
환자에 따라서는 10년 이상 먼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추정입니다.
그렇다면 — 후각이 떨어졌다고 파킨슨병을 걱정해야 할까여기서 가장 먼저 짚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연구 결과들은 인상적인 수치이지만, 어디까지나 통계적인 위험 비율에 관한 이야기라는 점입니다.
실제로 어떤 한 사람의 후각이 떨어졌다고 해서, 그가 미래에 파킨슨병에 걸릴 가능성은 일반인보다 몇 배 높다고 하더라도 절대적인 수치 자체는 여전히 낮은 수준입니다.
또한 후각 저하의 원인은 파킨슨병보다 훨씬 흔한 다른 요인들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만성 부비동염, 알레르기성 비염, 두부 외상 후유증, 일부 약물의 부작용, 그리고 최근 화제였던 코로나19 후유증 등.
이런 원인들이 통계적으로는 파킨슨병보다 훨씬 자주 후각 저하를 유발합니다.
이런 이유로 후각 저하 하나만으로 어떤 진단을 내리는 일은 없습니다.
후각은 여러 단서 중 하나일 뿐이며,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증상의 경과, 다른 신호의 동반 여부, 신경학적 진찰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다만 나이가 들면서 후각이 서서히 둔해지고, 코나 부비동에 대한 일반적인 치료로도 나아지지 않으며,
다른 뚜렷한 원인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라면, 진료 시 이런 변화를 한번 이야기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단순히 노화 탓으로만 넘기지 않되, 동시에 이 신호 하나로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지도 않는 것.
이 두 가지 태도가 후각 저하라는 신호를 올바르게 이해하는 핵심입니다.진단받은 환자들에게서는 — 거의 대부분 관찰되는 후각 저하이번에는 이미 진단을 받은 환자에게서 후각이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연구마다 수치는 조금씩 다르지만, 표준화된 후각 검사를 시행할 경우
파킨슨병 환자의 약 80~90% 이상에서 객관적으로 유의미한 후각 저하가 확인됩니다.
흥미롭게도 환자 본인은 이러한 후각 저하를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오히려 평소 음식 맛이 예전과 다르게 느껴진다거나, 익숙한 향수나 꽃 냄새를 잘 구분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가족이 먼저 알아차리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처럼 진단 시점에 이미 환자의 후각 기능이 상당히 저하되어 있다는 사실은,
후각 경로에서의 알파-시뉴클린 축적이 운동 증상이 나타나기 훨씬 전부터 진행되어 왔음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됩니다.
결국 진단 전에 나타나는 이 신호와 진단 후에 동반되는 증상은,
하나의 동일한 분자 메커니즘 위에서 이어지는 연속적인 흐름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운동 증상이 나타나기 한참 전 환자의 몸에 나타날 수 있는 두 번째 신호, 후각 상실을 살펴보았습니다.
이 신호 하나만으로는 어떤 진단도 내릴 수 없지만, 다른 전구 증상들과 함께 놓고 볼 때 비로소 그 의미가 분명해지는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세 번째 전구 증상인 우울증과 불안을 다룰 예정입니다.
신체의 변화가 아니라 기분의 변화이지만, 운동 증상이 나타나기 평균 5~10년 전부터 환자에게 먼저 나타날 수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신호입니다.참고자료1차 사료 / 핵심 역학 연구
Ross GW, Petrovitch H, Abbott RD, et al. Association of olfactory dysfunction with risk for future Parkinson's disease. Ann Neurol. 2008;63(2):167-173. (호놀룰루-아시아 노화 연구. UPSIT 후각 점수 → 8년 후 PD 위험 5배 증가)
전구 PD 진단 기준 (MDS)
Berg D, Postuma RB, Adler CH, et al. MDS research criteria for prodromal Parkinson's disease. Mov Disord. 2015;30(12):1600-1611.
Heinzel S, et al. Update of the MDS research criteria for prodromal Parkinson's disease. Mov Disord. 2019;34(10):1464-1470.
학술 2차 문헌
Doty RL. Olfaction in Parkinson's disease and related disorders. Neurobiol Dis. 2012;46(3):527-552. (파킨슨병에서 후각계 침범에 대한 종합 리뷰)
Postuma RB, Berg D. Advances in markers of prodromal Parkinson disease. Nat Rev Neurol. 2016;12(11):622-634.
환자 교육 기관 자료
Parkinson's Foundation — Non-motor symptoms: Loss of Smell (Hyposm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