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ram Health Column

메디람 건강칼럼

파킨슨병 우울증, 손 떨림보다 5~10년 먼저 옵니다
2026. 07. 29

닥터 구의 건강 칼럼 (19)
50대 이후 갑자기 시작된 우울증, 그냥 넘기면 안 되는 이유

운동 증상보다 한참 전에 — 세 번째 신호, 우울증과 불안


앞선 두 편의 글에서는 운동 증상이 나타나기 훨씬 이전부터 몸에 드러날 수 있는 두 가지 신호, 즉 변비와 후각 저하를 다루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세 번째 전구 증상인 우울증과 불안을 짚어보려 합니다.


이 신호는 앞의 두 가지와는 조금 결이 다릅니다.
신체적 변화가 아니라 기분과 감정 영역의 변화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의학적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특정 유형의 우울증은 운동 증상이 나타나기 평균 5~10년, 길게는 그보다 더 오래전부터 선행할 수 있다는 사실이 최근 10여 년간 축적된 코호트 연구들을 통해 드러나고 있습니다.



우울증도 아주 흔한 증상 —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합니다

우울증은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흔히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전체 성인의 대략 10~20% 정도가 살면서 한 번쯤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우울증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그 빈도는 더 늘어나는데, 만성 질환이나 배우자·가족의 상실, 사회적 고립처럼 우울증을 유발할 만한 요인들이 노년기에 더 흔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누군가 우울감을 느낀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곧장 파킨슨병의 전조로 받아들이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우울증을 경험하는 사람 대부분은 파킨슨병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다만 일부 우울증은 단순한 기분의 문제가 아니라,
뇌 안에서 진행되고 있는 보다 근원적인 변화가 겉으로 드러난 결과일 수 있다는 점이 지난 10여 년의 연구를 통해 점차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우울증이 왜 전구 신호가 될 수 있을까

이유는 우울증을 관장하는 뇌 회로와, 파킨슨병 변성이 초기에 도달하는 뇌 부위가 상당 부분 맞닿아 있다는 데 있습니다.


기분과 감정은 뇌의 여러 영역이 서로 협력하며 만들어내는 산물입니다. 그 핵심에는 다음과 같은 구조들이 자리합니다.


청색반점(locus coeruleus) — 뇌간에 위치한 작은 부위로, 신경전달물질인 노르에피네프린을 생성하는 중추
봉선핵(raphe nuclei) — 역시 뇌간에 위치하며, 세로토닌을 만들어내는 중추
변연계와 전대상피질 — 감정을 처리하고 동기를 조절하는 회로
기저핵의 보상 회로 — 동기부여와 즐거움 관련 신호를 조율


이들 부위가 함께 작동하면서 우리의 기분과 동기 수준이 조절됩니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알파-시뉴클린 병리가 비교적 이른 시기에 도달하는 뇌 영역 안에 청색반점과 봉선핵이 포함된다는 점입니다.
브라크가 제시한 6단계 병리 진행 모델에서 이 두 부위는 후각 망울 다음 단계인 2단계에 해당합니다.
흑색질의 도파민 신경세포 손상이 본격화되는 3단계보다 한 단계 앞선 시점입니다.


바꿔 말하면, 알파-시뉴클린이 흑색질까지 퍼져 운동 증상을 일으키기 전, 이미 청색반점과 봉선핵의 신경세포가 손상을 받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입니다.
이때 나타나는 변화 가운데 하나가 우울증이나 불안일 수 있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가설입니다.





주요 연구 — 우울증 병력과 이후 파킨슨병 발생 위험

이 가설을 지지하는 대규모 역학 연구들이 여럿 존재합니다.


영국 신경과 전문의들이 약 800만 명 규모의 1차 진료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해 2015년 Lancet Neurology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우울증 진단은 이후 파킨슨병 진단보다 평균 5년 이상 앞서 나타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우울증이 단순한 동반 질환이 아니라 시간적으로 운동 증상에 앞설 수 있음을 대규모 인구 집단에서 확인한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같은 해 발표된 스웨덴의 약 14만 명 규모 전국 단위 코호트 연구 역시 비슷한 결과를 보고했습니다.
우울증 병력이 있는 집단에서 이후 파킨슨병 발생 위험이 일반인보다 약 1.5~3배 높게 관찰되었습니다.
우울증을 처음 진단받은 시점에 가까울수록 위험비가 더욱 높았고, 시간이 흐르면서 그 수치는 점차 일반인 수준에 가까워졌습니다.
다만 우울증 진단 후 10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여전히 일반인보다 다소 높은 위험이 남아 있는 양상이었습니다.


미국에서 진행된 대규모 교사 코호트 연구(약 12만 명 대상, 약 18년에 걸친 장기 추적)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확인되었습니다.
우울증 병력을 가진 집단의 파킨슨병 발생 위험이 약 1.8배가량 높았으며,
특히 50세 이후 새롭게 발병한 우울증이나 항우울제를 반복적으로 복용해야 했던 경우에서 위험도가 더 두드러졌습니다.


이러한 연구들은 공통적으로 하나의 그림을 가리킵니다.
오래 지속되거나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우울증은, 인구 집단 차원에서 이후 파킨슨병 위험이 유의미하게 높은 하위 집단을 시사하는 신호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떤 유형의 우울증이 파킨슨병과 더 밀접히 연관될까

모든 우울증이 동일한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닙니다.
앞서 소개한 연구들과 임상 경험을 종합하면, 파킨슨병과의 연관성이 더 크다고 보고되는 우울증에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습니다.


50세 이후 새롭게 발생한 우울증: 젊은 시절부터 이어져 온 만성 우울증보다, 중년 이후 처음 나타난 우울증이 좀 더 주목해야 할 신호로 여겨집니다.
항우울제에 반응이 좋지 않은 우울증: 통상적인 약물 치료로는 충분히 호전되지 않고 만성적으로 지속되는 경우입니다.
비전형적인 양상: 슬픔이나 우울한 기분 자체보다 무기력감, 흥미와 즐거움의 상실(anhedonia), 만성적인 피로, 동기 저하가 두드러지는 형태로 나타납니다.
이는 도파민 회로 변화와 좀 더 직접적으로 연관된 양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6개월 이상 이어지는 우울증: 일시적인 기분 저하가 아니라 만성적인 경과를 보이는 경우입니다.
그럼에도 우울증만으로는 진단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습니다.


우울증만으로는 파킨슨병을 진단할 수 없습니다.
우울증은 변비, 후각 저하, 그리고 다음 글에서 다룰 수면 중 행동 변화와 마찬가지로, 그 자체만으로는 어떠한 의학적 진단의 근거도 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50세 이후 새롭게 나타나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고 만성으로 이어지는 우울증이 있으면서,
동시에 점진적인 후각 감퇴나 만성 변비, 수면 중 행동 변화 같은 다른 전구 증상들이 함께 관찰된다면, 이러한 조합은 의학적으로 의미를 갖기 시작합니다.


특히 정신건강의학과적 치료를 받아도 통상적인 호전이 나타나지 않는 우울증이라면,
한 번쯤 신경과 전문의와의 협진을 통해 다른 가능성을 함께 살펴보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합니다.





마치며

우울증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흔한 증상이지만,
뚜렷한 원인 없이 오래 지속되거나 일반적인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우울증이라면 뇌 안에서 진행 중인 더 깊은 변화가 겉으로 드러난 결과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단독으로는 진단의 근거가 되지 않지만, 다른 전구 증상들과 함께 살펴볼 때 비로소 그 의미가 또렷해지는 신호라 할 수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네 번째이자 마지막 전구 증상인 수면 중 행동 변화, 즉 REM 수면 행동장애를 다룹니다.
네 가지 신호 가운데 향후 파킨슨병으로의 진행을 가장 강력하게 예측하는 것으로 알려진 증상입니다.



참고자료

1차 사료 / 핵심 역학 연구
Schrag A, Horsfall L, Walters K, Noyce A, Petersen I. Prediagnostic presentations of Parkinson's disease in primary care: a case-control study. Lancet Neurol. 2015;14(1):57-64. (영국 1차 진료 데이터 약 800만 명 분석. 우울증이 PD 진단 평균 5년 이상 선행)
Gustafsson H, Nordström A, Nordström P. Depression and subsequent risk of Parkinson disease: A nationwide cohort study. Neurology. 2015;84(24):2422-2429. (스웨덴 약 14만 명 전국 코호트. 우울증 병력 시 PD 위험 1.5~3배 증가)

전구 PD 진단 기준 (MDS)
Berg D, Postuma RB, Adler CH, et al. MDS research criteria for prodromal Parkinson's disease. Mov Disord. 2015;30(12):1600-1611.
Heinzel S, et al. Update of the MDS research criteria for prodromal Parkinson's disease. Mov Disord. 2019;34(10):1464-1470.

학술 2차 문헌
Postuma RB, Berg D. Advances in markers of prodromal Parkinson disease. Nat Rev Neurol. 2016;12(11):622-634.
Schapira AHV, Chaudhuri KR, Jenner P. Non-motor features of Parkinson disease. Nat Rev Neurosci. 2017;18(7):435-450.

환자 교육 기관 자료
Parkinson's Foundation — Mood disorders in Parkinson's disea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