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구의 건강 칼럼 (59)
MAO-B 억제제는 어떻게 작용할까? 파킨슨병 약 셀레길린·라사길린의 원리와 COMT와의 차이
검수자 : 김지호 대표원장
셀레길린 라사길린 효과가 하루 넘게 가는 이유지난 글에서는 MAO-B 억제제가 약 60년 동안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살펴보았습니다.
1965년 헝가리에서 크놀이 처음 합성한 분자에서 출발해, DATATOP(1989)과 ADAGIO(2009) 연구를 둘러싼 신경 보호 논쟁을 거쳐, 2017년 두 가지 작용을 함께 지닌 사피나미드에 이르는 이야기였죠.
이 흐름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바탕이 되는 화학을 먼저 알아 두는 편이 좋습니다.
MAO-B라는 효소는 몸 안에서 무슨 일을 하고, 이름 끝의 'B'는 무엇을 가리킬까요?
지난번에 다룬 COMT와는 또 어떤 점이 다를까요?
이번 글에서는 MAO 효소가 신경계에서 일하는 방식과, MAO-B 억제제가 이 효소의 일을 멈추게 하는 원리를 차근차근 풀어 보겠습니다.
MAO는 어떤 효소일까 — 아민을 산화시켜 신호를 끝내는 효소MAO라는 약자는 Monoamine Oxidase, 우리말로 모노아민 산화효소에서 왔습니다.
이름이 어렵게 느껴지지만, 두 부분으로 나눠 보면 하는 일이 바로 보입니다.
먼저 '모노아민(monoamine)'은 아민기(-NH₂)를 하나 갖고 있는 분자를 통틀어 부르는 말입니다.
도파민,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에피네프린, 티라민처럼 뇌와 몸에서 신호를 전하는 주요 물질 상당수가 여기에 들어갑니다.
다음으로 '산화효소(oxidase)'는 분자에 산소를 결합시키는 반응을 맡는 효소를 뜻해요.
둘을 합치면, MAO는 모노아민 분자의 아민 부위를 산화시켜 더 이상 신호를 전하지 못하게 만드는 효소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MAO는 몸속 세포 대부분에 존재하는데, 정확한 위치는 세포 속 에너지 공장인 미토콘드리아의 바깥쪽 막입니다.
신경세포는 시냅스(신경세포 사이의 틈)로 도파민을 내보낸 뒤, 쓰고 남은 도파민을 다시 세포 안으로 회수합니다.
이렇게 돌아온 도파민이 미토콘드리아 바깥막의 MAO와 만나 분해되는 과정이, 우리 몸이 도파민 신호를 마무리하는 핵심 경로 가운데 하나예요.MAO-A와 MAO-B — 이름은 같아도 맡은 일이 다르다1980년대 후반, 분자생물학 연구를 통해 중요한 사실이 확인됩니다.
MAO는 하나가 아니었고, 생김새가 비슷한 이소효소(isozyme) 두 가지로 나뉘어 있었던 것이죠.
이 두 효소에 MAO-A, MAO-B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같은 계열에 속하지만 서로 다른 유전자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비슷해 보여도 분명히 구별되는 효소입니다.
가장 큰 차이는 어떤 분자를 주로 분해하느냐에 있습니다.
■ MAO-A
· 주로 분해하는 물질: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티라민
· 많이 분포하는 곳: 장, 간 등 뇌 바깥 장기
· 막았을 때: 기분이 나아지는 효과(예전 항우울제의 원리)가 있지만, 음식 속 티라민이 분해되지 않아 치즈 반응 위험이 생김
■ MAO-B
· 주로 분해하는 물질: 도파민, 페닐에틸아민
· 많이 분포하는 곳: 뇌, 그중에서도 흑색질과 기저핵
· 막았을 때: 뇌 속 도파민이 천천히 분해되어 도파민 신호가 더 오래 유지됨
이 비교에서 MAO-B 억제제 개발의 두 가지 원칙이 나왔습니다.
첫째, 사람의 뇌에서 도파민을 주로 분해하는 효소는 MAO-A가 아니라 MAO-B입니다.
사람의 뇌에서 분해되는 도파민 열 중 여덟 정도(약 80%)가 MAO-B를 거칩니다.
따라서 환자의 뇌 속 도파민을 조금이라도 오래 붙잡아 두려면, 겨냥해야 할 효소는 MAO-B입니다.
둘째, MAO-A까지 함께 막아 버리면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지난 글에서 잠깐 등장한 치즈 반응(cheese effect)이 바로 이것입니다.
오래 숙성한 치즈나 와인, 간장, 여러 발효 음식, 콩으로 만든 일부 식품에는 티라민(tyramine)이 많이 들어 있습니다.
평소라면 이 티라민은 장과 간에 있는 MAO-A가 분해해 버리기 때문에 몸에 거의 흡수되지 않아요.
하지만 MAO-A가 막힌 상태에서 이런 음식을 먹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분해되지 않은 티라민이 그대로 흡수되어 신경 끝에서 노르에피네프린을 한꺼번에 쏟아내게 만들고,
그 결과 몇 분 만에 혈압이 크게 치솟는 고혈압 위기라는 응급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MAO-B만 골라서 막는 약이 필요했고, 1965년 크놀이 찾아낸 셀레길린이 의학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MAO-B는 도파민을 어떤 순서로 분해할까MAO-B가 도파민을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단계별로 따라가 보겠습니다.
도파민 분자의 끝에는 아민기(-NH₂)가 붙어 있습니다.
MAO-B는 산소를 이용해 이 아민기를 떼어 내고, 그 자리에 알데하이드기(-CHO)를 남깁니다.
이후 몇 가지 효소를 더 거치면서 최종 산물로 바뀌어 몸 밖으로 나가요.
도파민 (끝에 -NH₂가 있는 상태)
↓ MAO-B와 산소가 작용
DOPAL (3,4-dihydroxyphenylacetaldehyde, 끝이 -CHO로 바뀜)
↓ 알데하이드 탈수소효소(ALDH)
DOPAC (3,4-dihydroxyphenylacetic acid)
↓ COMT가 메틸기를 붙임
HVA (homovanillic acid, 호모바닐린산)
↓ 소변으로 배출
마지막 단계의 HVA는 소변에서 잴 수 있는 도파민 대사 산물입니다.
그래서 연구에서는 도파민 시스템이 얼마나 활발한지 간접적으로 살펴보는 지표로 자주 쓰여요.
여기서 눈여겨볼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중간 단계에서 생기는 DOPAL 자체가 신경세포에 어느 정도 해로울 수 있다는 점이에요.
MAO-B가 도파민을 분해하는 동안 세포 안에 잠시 쌓이는 알데하이드가 작은 산화 스트레스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
MAO-B를 막으면 신경세포를 보호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가설의 근거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지난 글의 DATATOP·ADAGIO 논쟁과 연결되는 대목입니다).COMT와는 무엇이 다를까 — 나란히 돌아가는 두 분해 경로그렇다면 앞서 살펴본 COMT도 도파민을 분해하는 효소였는데, MAO-B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같은 도파민을 대상으로 하더라도, 두 효소가 분자를 바꾸는 화학 반응은 완전히 다릅니다.
■ COMT
· 하는 일: 분자에 메틸기(-CH₃)라는 표식을 붙임
· 결과: 3-O-메틸도파(3-OMD)가 되어 수용체가 더 이상 알아보지 못함
■ MAO-B
· 하는 일: 분자의 아민기를 산화시켜 잘라 냄
· 결과: DOPAL → DOPAC → HVA를 거쳐 배출
두 경로는 동시에 나란히 작동합니다.
한쪽 효소를 막아도 다른 쪽이 계속 도파민을 분해하죠.
그래서 COMT 억제제만 써도, MAO-B 억제제만 써도 각각 효과가 있으며, 둘을 함께 쓸 때 효과가 더해진다는 보고도 일부 있습니다.
다만 두 약을 한꺼번에 추가할지는 환자의 상태와 다른 약과의 상호작용을 따져 의료진이 신중하게 결정합니다.
작용하는 위치로 비교해 볼 수도 있습니다.
COMT는 온몸에 퍼져 있어서 주로 레보도파나 도파민이 뇌에 닿기 전 단계에서 일합니다.
MAO-B의 주 무대는 뇌 속이며, 시냅스에서 역할을 마친 도파민의 신호를 정리하는 단계를 맡아요.
즉 두 효소는 도파민 신호의 서로 다른 시점을 맡고 있는 셈입니다.
한 번 붙으면 떨어지지 않는다 — 비가역적 결합의 의미이제 MAO-B 억제제가 효소를 어떻게 막는지 살펴볼 차례입니다.
카비도파, 그리고 엔타카폰·오피카폰 같은 COMT 억제제는 효소와 가역적(reversible)으로 결합하는 약입니다.
약 분자가 효소에 붙어 작용을 막지만, 시간이 흐르면 다시 떨어져 나가고 효소는 원래대로 일을 시작해요.
그래서 약효가 얼마나 가느냐는 약이 혈액에서 얼마나 빨리 사라지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반면 셀레길린과 라사길린은 비가역적(irreversible) 결합을 합니다.
약 분자가 MAO-B의 활성 부위에 자리를 잡으면, 공유 결합(covalent bond)이라는 단단한 화학 결합으로 효소와 하나가 되어 버리죠.
이렇게 붙잡힌 효소는 다시 일할 수 없습니다.
환자 입장에서 이 차이는 꽤 흥미로운 결과로 이어집니다.
약이 혈액에서 이미 사라진 뒤에도 효소가 막힌 상태는 계속됩니다.
이 효과가 풀리려면 몸이 MAO-B 효소를 새로 만들어 내야 하는데, 새 효소가 충분히 채워지기까지 보통 2주(약 14일) 정도가 걸립니다.
이 성질 덕분에 셀레길린과 라사길린에는 두 가지 특징이 생깁니다.
첫째, 하루 한 번만 먹어도 효과가 오래갑니다.
약이 몸에서 금방 빠져나가더라도, 이미 결합된 효소는 계속 막혀 있기 때문에 효과가 24시간 넘게 유지돼요.
덕분에 매일 정해진 시간에 한 번만 복용하면 되는 편리함이 있습니다.
둘째, 약을 끊어도 효과가 2주가량 남아 있습니다.
복용을 멈추더라도 새 효소가 충분히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차단 효과가 이어집니다.
다른 약(특히 일부 항우울제)으로 바꾸거나 수술 일정이 잡혔을 때 의료진이 약 2주 전부터 복용을 멈추게 하는 휴약 기간(washout)이 필요한 까닭도 이 때문입니다.
한편 사피나미드는 결합 방식이 가역적인 특성과 비가역적인 특성의 중간쯤에 있고, 여기에 글루타메이트를 조절하는 작용까지 더해진 좀 더 복합적인 약입니다.
약마다의 자세한 특징은 다음 글에서 따로 정리하겠습니다.효소가 막히면 환자의 몸에서는 무엇이 달라질까MAO-B 억제제가 작용하기 시작하면 다음과 같은 변화가 나타납니다.
① 뇌 속 도파민이 더 오래 머뭅니다
쓰고 회수된 도파민을 분해하는 경로 가운데 가장 큰 몫(약 80%)을 맡은 MAO-B가 멈추므로, 같은 양의 도파민이라도 평소보다 오래 작용합니다.
② 레보도파에서 만들어진 도파민도 오래갑니다
카비도파/레보도파를 복용하는 환자라면, 약에서 만들어진 도파민이 뇌에서 신호를 더 길게 이어 갈 수 있습니다.
평균적으로 약효 시간이 30분에서 1시간 정도 늘어납니다.
③ 몸이 스스로 만드는 도파민도 천천히 분해됩니다
초기 환자의 흑색질에는 아직 살아 있는 신경세포가 남아 있어 자체적으로 도파민을 만들어 냅니다.
이렇게 자연적으로 생긴 도파민도 덜 분해되어 시냅스에 오래 남게 되죠.
이런 이유로 진단 초기 환자에게 레보도파를 시작하기 전에 MAO-B 억제제를 먼저 써 보는 치료 방식이 자리 잡았습니다.
이 부분이 임상에서 어떤 의미인지는 이어지는 두 편의 글에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마치며 — 실제로 처방되는 약은 무엇이 다를까지금까지 MAO 효소가 신경계에서 하는 일과, MAO-B 억제제가 그 일을 어떻게 멈추게 하는지 살펴보았습니다.
A형과 B형의 차이, 산화를 통한 분해 과정, COMT와 나란히 돌아가는 분해 경로, 그리고 비가역적 결합이라는 중요한 성질까지 짚어 보았어요.
하지만 실제로 어떤 약을 처방받느냐, 즉 처방된 약이 셀레길린, 라사길린, 사피나미드 가운데 무엇이냐에 따라 한 번에 먹는 양도, 생활 속 복용 모습도 달라집니다.
다음 글에서는 진료실에서 쓰이는 세 가지 MAO-B 억제제와 각 약의 특징, 제형의 차이를 하나씩 비교해 보겠습니다.참고자료1차 사료 / 핵심 약리 연구
Bach AW, Lan NC, Johnson DL, et al. cDNA cloning of human liver monoamine oxidase A and B: molecular basis of differences in enzymatic properties. Proc Natl Acad Sci U S A. 1988;85(13):4934-4938.
Knoll J. The pharmacology of (-)deprenyl. J Neural Transm Suppl. 1986;22:75-89.
학술 2차 문헌
Youdim MB, Edmondson D, Tipton KF. The therapeutic potential of monoamine oxidase inhibitors. Nat Rev Neurosci. 2006;7(4):295-309.
Riederer P, Lachenmayer L, Laux G. Clinical applications of MAO-inhibitors. Curr Med Chem. 2004;11(15):2033-2043.
Finberg JP, Rabey JM. Inhibitors of MAO-A and MAO-B in psychiatry and neurology. Front Pharmacol. 2016;7: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