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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질렉트 복용시간은 자유롭고 셀레길린은 저녁을 피하는 이유 파킨슨병 2026. 11. 06

닥터 구의 건강 칼럼 (60)
셀레길린 라사길린 사피나미드 차이는? 파킨슨병 MAO-B 억제제 4가지 약 종류와 제형 비교
검수자 : 김지호 대표원장

아질렉트 복용시간은 자유롭고 셀레길린은 저녁을 피하는 이유


지난 두 편에서는 MAO-B 억제제가 걸어온 60년의 역사, 그리고 MAO 효소가 뇌에서 하는 일과 이 효소를 영구적으로 묶어 두는 비가역적 차단의 의미를 차례로 다뤘습니다.
이번에는 그 원리가 진료실에서 받는 약 봉투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 살펴보려 합니다.


지금 쓰이는 MAO-B 억제제는 성분으로 따지면 세 가지입니다.
여기에 셀레길린을 입에서 녹여 먹도록 만든 제형(젤라파)이 따로 있어서, 모양으로 나누면 모두 네 가지가 됩니다.
약마다 무엇이 다르고, 어떤 상황에서 어떤 약이 고려되는지 하나씩 정리해 보겠습니다.


아질렉트 복용시간은 자유롭고 셀레길린은 저녁을 피하는 이유



네 가지 약을 먼저 한눈에

자세히 들어가기 전에 전체 모습부터 보겠습니다.


■ 셀레길린 (Eldepryl 등)
· 한 번에 5mg, 하루 한두 번
· 몸에서 분해될 때 암페타민·메탐페타민 계열 물질이 아주 조금 생김
· 1989년 미국 FDA 승인


■ 젤라파 (Zelapar, 셀레길린을 입에서 녹이는 제형)
· 한 번에 1.25mg, 하루 한 번
· 위의 분해 물질이 훨씬 적게 생김
· 2006년 미국 FDA 승인


■ 라사길린 (Azilect)
· 한 번에 1mg, 하루 한 번
· 자극 성분의 분해 물질이 생기지 않음
· 2006년 미국 FDA 승인


■ 사피나미드 (Xadago)
· 한 번에 50~100mg, 하루 한 번
· 자극 성분의 분해 물질이 생기지 않음
· 2017년 미국 FDA 승인


같은 계열로 묶이지만 한 번에 먹는 양은 1mg부터 100mg까지 차이가 크고, 하루에 먹는 횟수나 몸속에서 남기는 분해 물질도 저마다 다릅니다.
이제 약 하나하나를 들여다보겠습니다.



① 셀레길린 — 가장 먼저 나온 MAO-B 억제제

셀레길린은 1965년 헝가리에서 합성되어 1989년 미국 FDA의 공식 승인을 받은, 이 계열에서 가장 역사가 긴 약입니다.
해외에서는 Eldepryl, Atapryl, Carbex 등 여러 이름으로 팔려 왔고, 우리나라에서도 꽤 오랫동안 처방되어 왔어요.


어떻게 먹나요?
한 알에 셀레길린 5mg이 들어 있습니다.
하루 총량은 보통 5~10mg으로, 아침에 5mg 한 번 먹거나 아침과 점심에 5mg씩 두 번 나눠 먹습니다.
저녁이나 자기 전에는 먹지 않는데, 그 이유는 아래에서 설명할 분해 물질의 약한 각성 작용 때문입니다.


분해되면서 각성 물질이 조금 생긴다
셀레길린은 몸속에서 분해되며 L-암페타민(L-amphetamine)과 L-메탐페타민(L-methamphetamine)이라는 두 가지 물질을 남깁니다.
이름 때문에 중독 걱정을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크게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먼저 생기는 양이 아주 적습니다.
게다가 이 물질은 L형(L-isomer)이라 불리는 구조로, 남용 문제가 되는 D형과는 거울에 비친 모양처럼 방향이 반대인 다른 분자입니다.
L형은 각성 작용이 훨씬 약하고 의존성을 만들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다만 적은 양이라도 사람에 따라 밤잠을 설치게 할 수는 있습니다.
그래서 셀레길린은 아침·점심에만 먹고 저녁에는 피하는 복용법이 기본이 되었습니다.



② 젤라파 — 입에서 녹여 먹는 셀레길린

셀레길린의 분해 물질을 줄이려고 고안된 제형이 젤라파(Zelapar)입니다.
2006년 미국 FDA가 승인한 구강 붕해정(orally disintegrating tablet, ODT), 즉 물 없이 입안에서 녹는 알약이에요.


어떻게 먹나요?
한 알에 셀레길린 1.25mg이 들어 있습니다.
혀 위에 올리면 침에 닿아 금방 녹습니다.
대개 하루 한 번 1.25mg으로 시작하고, 필요하면 2.5mg까지 늘립니다.


녹여 먹는 방식이 왜 중요할까?
일반 알약은 삼킨 뒤 위장을 지나 간을 거쳐야 온몸으로 퍼집니다.
이 과정에서 셀레길린의 상당량이 간에서 먼저 분해되고, 그때 앞서 말한 각성 물질이 만들어져요.


입안에서 녹는 제형은 약의 일부가 입 점막을 통해 곧바로 혈액으로 들어갑니다.
간을 먼저 거치는 단계(초회 통과 효과, first-pass)를 일부 건너뛰는 셈이죠.
덕분에 같은 효과를 내는 데 필요한 양이 4분의 1(5mg → 1.25mg)로 줄고, 분해 물질도 눈에 띄게 적어집니다.


셀레길린의 효과는 살리면서 분해 물질 부담은 덜고 싶을 때, 또 알약을 삼키기 힘든 분들에게 고려되는 형태입니다.
다만 나라마다 들어와 있는 제품이 다르므로, 실제 처방 가능 여부는 담당 의료진에게 확인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아질렉트 복용시간은 자유롭고 셀레길린은 저녁을 피하는 이유



③ 라사길린 — 적은 양으로 더 강하게

라사길린은 셀레길린이 나오고 17년 뒤에 등장한 MAO-B 억제제입니다.
이스라엘의 테바 제약(Teva Pharmaceuticals)이 개발했고, 2006년 미국 FDA 승인을 받았어요.


어떻게 먹나요?
한 알에 라사길린 1mg이 들어 있고, 하루 한 번 한 알을 먹습니다.
아침, 점심, 저녁, 자기 전 언제 먹어도 괜찮습니다.


셀레길린과 구별되는 점 두 가지
첫째, MAO-B를 막는 힘이 5~10배가량 강합니다.
1mg이라는 적은 양으로도 셀레길린 5mg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강하게 효소를 막아요.


둘째, 각성 물질이 생기지 않습니다.
라사길린이 분해되면 주로 1-아미노인단(1-aminoindan)이라는 물질이 되는데, 이 물질에는 각성 작용이 없습니다.
그래서 먹는 시간에 제약이 없고 밤잠에 주는 영향도 적습니다.


하루 한 알, 시간 걱정 없이 먹을 수 있고 분해 물질 부담도 적다는 점 때문에, 라사길린은 나오자마자 처방 현장에서 빠르게 자리를 넓혔습니다.
다만 상대적으로 새로운 약이라 셀레길린보다 비용이 높은 편이며, 어떤 약을 쓸지는 환자의 상태와 보험 적용 여부 등을 살펴 의료진이 결정합니다.



④ 사피나미드 — 두 가지 작용을 함께 가진 약

사피나미드는 이 계열에서 가장 늦게 진료 현장에 들어온 약입니다.
이탈리아 밀라노의 뉴론 제약(Newron Pharmaceuticals)이 개발했습니다. 유럽(EMA)에서는 2015년, 미국 FDA에서는 2017년에 승인되었어요.


어떻게 먹나요?
알약 하나의 용량은 50mg과 100mg 두 가지입니다.
하루 한 번 50mg으로 시작해, 효과가 부족하면 100mg으로 올립니다.


두 갈래로 작용한다
사피나미드가 다른 MAO-B 억제제와 가장 다른 점은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한다는 것입니다.


① MAO-B 차단
다른 약들과 마찬가지로 도파민을 분해하는 효소를 막아, 뇌 속 도파민이 더 오래 머물게 합니다.


② 글루타메이트 분비 조절
사피나미드에만 있는 작용입니다.
뇌를 흥분시키는 쪽의 신경전달물질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글루타메이트(glutamate)이며, 평소에는 신호 전달에 꼭 필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파킨슨병이 진행되면 일부 신경 회로에서 글루타메이트가 지나치게 많이 나오고, 이것이 이상운동증(의지와 상관없이 몸이 움직이는 증상) 같은 문제에 관여한다는 가설이 있습니다.


사피나미드는 글루타메이트가 과하게 분비되는 순간에만 이를 누그러뜨려, 정상적인 신호는 그대로 두고 넘치는 부분만 줄이는 방식으로 작용합니다.
그래서 사피나미드를 더한 환자에게서 약효 시간이 늘어나는 것과 함께 이상운동증이 다소 줄었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왔습니다.


결합 방식도 다르다
지난 글에서 설명했듯 셀레길린과 라사길린은 효소에 공유 결합으로 붙어 떨어지지 않고, 새 효소가 만들어지기까지 약 2주 동안 효과가 남습니다.
반면 사피나미드는 가역적인 결합 성질을 가지고 있어, 약이 혈액에서 빠지면 효소에서 떨어지고 효소도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복용을 멈춘 뒤 효과가 남는 기간이 짧고, 다른 약으로 바꿀 때도 비교적 수월한 편입니다.


다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부 나라에서는 들어온 지 오래되지 않은 약이라, 쓰인 사례도 아직 많지 않고 보험 기준도 차츰 자리를 잡아 가고 있습니다.


아질렉트 복용시간은 자유롭고 셀레길린은 저녁을 피하는 이유



네 가지 약 비교 정리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을 한데 모아 보면 이렇습니다.


■ 셀레길린
· 차단 강도: 기준
· 분해 물질: 각성 물질 극소량
· 복용 시간: 아침·점심 (저녁은 피함)
· 이런 경우 고려: 가장 오래 쓰여 온 약, 비용 부담이 적음


■ 젤라파 (녹여 먹는 셀레길린)
· 차단 강도: 기준
· 분해 물질: 적음
· 복용 시간: 비교적 자유로움
· 이런 경우 고려: 분해 물질 부담을 줄이고 싶을 때, 알약 삼키기가 어려울 때


■ 라사길린
· 차단 강도: 셀레길린보다 5~10배 강함
· 분해 물질: 각성 물질 없음
· 복용 시간: 자유로움
· 이런 경우 고려: 간편한 복용을 원할 때, 밤잠에 영향을 줄이고 싶을 때


■ 사피나미드
· 차단 강도: 강함 + 글루타메이트 조절
· 분해 물질: 각성 물질 없음
· 복용 시간: 자유로움
· 이런 경우 고려: 이상운동증이 함께 있을 때, 병이 어느 정도 진행되었을 때


네 가지 모두 MAO-B를 막는다는 같은 원리를 바탕으로 하지만, 한 번에 먹는 양, 복용 시간의 제약, 분해 물질, 이상운동증에 대한 추가 효과까지 진료에서 맡는 역할은 꽤 다릅니다.



꼭 알아 두세요 — 이름이 비슷한 다른 MAO 억제제

환자분과 가족들이 헷갈리기 쉬운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도 MAO 억제제라는 이름의 약이 처방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약들은 MAO-A와 MAO-B를 가리지 않고 막거나, MAO-A를 막는 약입니다.
1950년대부터 우울증 치료에 쓰여 온 페넬진(phenelzine, Nardil), 트라닐시프로민(tranylcypromine, Parnate) 등이 여기에 해당해요.


이들은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MAO-B 억제제와는 분명히 다른 약입니다.
티라민이 많은 음식을 먹었을 때 생기는 치즈 반응이나, 다른 약과의 상호작용 위험이 훨씬 크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다른 진료과, 특히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약을 처방받을 때는 파킨슨병 약으로 MAO-B 억제제(셀레길린, 라사길린, 사피나미드 등)를 복용 중이라는 사실을 꼭 알려 주셔야 합니다.
이름에 똑같이 MAO가 들어가도 막는 효소가 다르고 위험의 크기도 다릅니다.
약끼리의 상호작용은 다음 글에서 복용법과 부작용을 다루며 좀 더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아질렉트 복용시간은 자유롭고 셀레길린은 저녁을 피하는 이유



마치며 — 어떻게 먹고, 무엇을 조심해야 할까

이번 글에서는 실제 진료에서 쓰이는 네 가지 MAO-B 억제제를 차례로 살펴보았습니다.
약 봉투에 적힌 이름이 무엇을 뜻하는지 조금 더 분명해지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 약들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먹어야 하고, 어떤 부작용을 알아 두어야 할까요?
셀레길린을 저녁에 피하는 이유, 라사길린과 사피나미드의 자유로운 복용 시간, 치즈 반응을 일상에서 어디까지 신경 써야 하는지, 세로토닌 증후군이라는 드문 위험은 무엇인지까지, 다음 글에서 MAO-B 억제제를 실제로 복용할 때 알아야 할 내용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참고자료

1차 사료 / 핵심 임상 연구
Clarke A, Brewer F, Johnson ES, et al. A new formulation of selegiline: improved bioavailability and selectivity for MAO-B inhibition. J Neural Transm (Vienna). 2003;110(11):1241-1255.
Olanow CW, Rascol O, Hauser R, et al. A double-blind, delayed-start trial of rasagiline in Parkinson's disease. N Engl J Med. 2009;361(13):1268-1278.
Borgohain R, Szasz J, Stanzione P, et al. Randomized trial of safinamide add-on to levodopa in Parkinson's disease with motor fluctuations. Mov Disord. 2014;29(2):229-237.


제품 정보 / 가이드라인
Eldepryl (selegiline) FDA prescribing information.
Zelapar (selegiline ODT) FDA prescribing information.
Azilect (rasagiline) FDA prescribing information; Teva.
Xadago (safinamide) FDA prescribing information; Newron.


학술 2차 문헌
Riederer P, Laux G. MAO-inhibitors in Parkinson's disease. Exp Neurobiol. 2011;20(1):1-17.
Müller T. Pharmacokinetics and pharmacodynamics of levodopa/carbidopa cotherapies for Parkinson's disease. Expert Opin Drug Metab Toxicol. 2020;16(5):403-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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