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구의 건강 칼럼 (41)
파킨슨병 약 두근거림·구토의 정체
검수자 : 김지호 대표원장
레보도파 부작용, 왜 생길까? 파킨슨병 약 두근거림·구토의 정체
지난 글에서는 알약으로 먹은 레보도파가 위장이라는 첫 관문을 넘어서는 과정을 짚어봤습니다.
위 배출이 지연되는 문제, 단백질과의 흡수 경쟁, 그리고 H. pylori라는 세균까지 예상보다 훨씬 세밀한 변수들이 맞물려 있다는 걸 확인했었죠.
흡수 과정을 마친 레보도파는 소장 벽을 지나 혈관 안으로 스며듭니다.
환자의 몸속을 흐르는 혈류에 실려 뇌 쪽으로 이동을 시작하는데요.
그런데 이 짧은 이동 구간에서 뜻밖의 일이 벌어집니다.
먹은 레보도파의 무려 95% 정도가 뇌에 이르기도 전에 없어져 버립니다.
고작 5% 안팎, 어떤 환자에게는 그보다 더 적은 양만이 뇌까지 다다릅니다.
그렇다면 사라진 이 95%는 대체 어디로 가는 걸까요.
그리고 이 손실이 단지 없어지는 데서 끝나지 않고, 환자에게 또 다른 짐을 지운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 95%가 흘러가는 경로를 짚어보겠습니다.
몸 곳곳에 배치된 두 가지 분해 효소레보도파가 혈관을 타고 이동하는 동안, 이를 다른 물질로 바꿔버리는 효소들이 몸 여러 곳에 넉넉히 깔려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두 효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탈탄산효소(AADC, aromatic L-amino acid decarboxylase) — DDC라는 이름으로도 불립니다.
카테콜-O-메틸전이효소(COMT, catechol-O-methyltransferase)
이 두 효소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레보도파를 변형시킵니다.
둘 다 몸 전체에 골고루 퍼져 있다는 공통점이 있죠.첫 번째 효소 — 뇌에 닿기 전 도파민으로 바뀌는 과정탈탄산효소는 이름 그대로, 레보도파의 일부 구조(카르복실기, COOH-기)를 떼어내 도파민으로 변환시키는 효소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뜻밖의 사실이 있습니다.
이 효소는 뇌 속 도파민 신경세포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사실상 몸 전체에 걸쳐 폭넓게 존재합니다.
간, 신장, 소장 벽, 혈관 벽, 심장, 말초 신경까지 어디서나 발견되죠.
이렇게 넓게 퍼져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답은 하나입니다.
도파민은 뇌에서만 쓰이는 물질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몸의 여러 기관이 제 역할을 하는 데도 극소량의 도파민이 쓰입니다.
혈관이 좁아지거나 넓어지는 조절 과정에도, 위장이 음식을 받아 다음으로 넘기는 과정에도, 신장이 소변을 만들어내는 과정에도 — 그 자리마다 도파민이 관여합니다.
평소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는 이런 작용을 위해, 각 기관은 필요한 만큼의 도파민을 그 자리에서 스스로 생산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이 변환을 맡는 탈탄산효소가 도파민이 필요한 자리마다 배치되어 있는 것입니다.
평소라면 이 체계는 문제없이 돌아갑니다.
각 기관이 딱 필요한 만큼만 도파민을 만들고, 양도 극히 적어 부작용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문제는 환자가 복용한 레보도파에 이 풍부한 효소가 어떻게 작용하느냐는 것입니다.
레보도파가 혈관을 타고 흐르는 사이, 일부는 간이나 혈관 벽을 거치며 탈탄산효소와 마주치고, 뇌에 이르기도 전에 그 자리에서 도파민으로 바뀌어 버립니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이어집니다.
뇌 밖에서 생긴 도파민의 운명 — 부작용의 정체뇌 바깥에서 만들어진 이 도파민에게는 두 가지 결과가 기다립니다.
첫째, 이 도파민은 혈뇌장벽을 넘지 못합니다.
앞서 다뤘던 그 엄격한 검문소를 똑같이 마주하게 되는 셈이죠.
결국 정작 필요한 뇌 안으로는 한 분자도 들어가지 못한 채 그 자리에서 없어집니다.
의학적으로 보면 환자가 먹은 약의 일부가 그대로 버려지는 셈입니다.
둘째, 뇌 밖에 남은 이 도파민은 몸의 다른 부위에 영향을 줍니다.
도파민은 뇌에서만 작용하는 물질이 아닙니다.
심장, 혈관, 위장에도 도파민을 받아들이는 수용체가 일부 있고, 평소에는 아주 적은 양의 도파민만이 이곳을 자극합니다.
그런데 복용한 레보도파가 뇌 밖에서 도파민으로 바뀌어 혈관을 떠돌면, 평소와는 비교할 수 없이 많은 도파민이 이 수용체들을 자극하게 됩니다.
그 결과는 우리에게 익숙한 증상으로 나타납니다.
심장이 갑자기 빠르게 뛰는 두근거림, 위장이 자극을 받아 생기는 구역질과 구토, 혈관이 영향을 받아 발생하는 급격한 혈압 변화가 그것입니다.
여기서 앞서 품었던 의문의 답을 다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1960년대 초 의학계가 도파민을 환자 혈관에 직접 주입했을 때, 운동 효과는 없이 극심한 구역질과 심계항진만 나타났던 일.
그리고 코지아스 이전, 1960년대 초의 레보도파 임상 시도에서도 환자들이 복용 직후 심한 구토에 시달려 "사람이 먹을 수 없는 약"이라는 평가가 굳어졌던 일 말입니다.
이 모든 현상의 신경생물학적 실체가 바로 뇌 밖에서 일어나는 레보도파→도파민 전환이었습니다.
몸속에서 만들어진 도파민이 정작 가야 할 뇌에는 못 들어가고, 가면 안 되는 심장과 위장에만 잔뜩 몰려 — 효과는 없이 부작용만 만들어낸 것입니다.
두 번째 효소 — 또 다른 경로의 분해탈탄산효소만으로도 95% 손실의 상당 부분이 설명되지만, 몸에는 레보도파를 분해하는 또 하나의 경로가 있습니다.
바로 앞서 잠깐 언급했던 COMT입니다.
COMT는 레보도파 분자에 메틸기(-CH₃)라는 작은 화학 조각을 붙여, 레보도파를 3-O-메틸도파(3-OMD)라는 별개의 물질로 바꿔놓습니다.
이 새 물질은 도파민과 달리 별다른 생리 작용을 하지 않지만, 한 가지 문제를 일으킵니다.
3-OMD는 혈뇌장벽의 아미노산 통로를 이용해 뇌로 들어가려 시도합니다.
하지만 막상 뇌에 들어가도 도파민으로 바뀌지 않아 약효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오히려 그 통로 자리를 차지해 레보도파의 통과를 막아버립니다.
즉 COMT는 레보도파를 직접 분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분해 산물이 뇌 진입까지 방해하는 이중 손실을 만들어냅니다.
COMT 역시 탈탄산효소처럼 몸 곳곳에 퍼져 있어, 복용한 레보도파에 추가적인 손실을 가져옵니다.정리하면 — 5% 미만만 살아남는다탈탄산효소와 COMT, 두 효소가 함께 작용하면서 복용한 레보도파의 95% 이상이 뇌에 닿기도 전에 다른 물질로 바뀌어 사라집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이 비율이 98%까지 올라가기도 합니다.
100mg을 삼켜도 뇌에 도달하는 양은 5mg이 채 안 된다는 뜻이에요.
이 결정적인 한계는 1960년대 임상 의학자들이 겪었던 좌절의 근본 원인이었습니다.
약효는 분명히 존재하는데, 그 효과를 내려면 아주 많은 양을 복용해야 했고, 많이 먹을수록 부작용이 심해지는 — 그야말로 막다른 골목이었던 셈이죠.
하지만 의학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 두 효소를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보조 약물들이 차례로 개발되었고, 오늘날 처방되는 거의 모든 레보도파 제제는 이런 보조 약물과 결합된 복합제 형태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어떤 약이 어떤 원리로 95%의 손실을 줄여주는지는 이어지는 글에서 본격적으로 다뤄보겠습니다.
마치며 — 마침내 혈뇌장벽(BBB, Blood-Brain Barrier) 앞에서지금까지 복용한 레보도파가 위장에서 흡수되는 과정(1단계)과 혈관에서 95%가 사라지는 과정(2단계)을 함께 살펴봤습니다.
살아남은 5% 미만의 레보도파는 이제 그동안 이야기로만 접했던 뇌의 큰 관문 앞에 마침내 다다르게 됩니다.
바로 혈뇌장벽입니다.
도파민 자체는 완전히 막아버렸던 그 검문소를, 살아남은 레보도파는 어떻게 통과하는 걸까요.
그리고 그 과정에는 또 하나의 까다로운 임상적 변수가 숨어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 그 여정을 이어가 보겠습니다.참고자료학술 2차 문헌
LeWitt PA. Levodopa therapy for Parkinson's disease: Pharmacokinetics and pharmacodynamics. Mov Disord. 2015;30(1):64-72.
Olanow CW, Stocchi F. Levodopa: A new look at an old friend. Mov Disord. 2018;33(6):859-866.
Khor SP, Hsu A. The pharmacokinetics and pharmacodynamics of levodopa in the treatment of Parkinson's disease. Curr Clin Pharmacol. 2007;2(3):234-243.
Nutt JG, Fellman JH. Pharmacokinetics of levodopa. Clin Neuropharmacol. 1984;7(1):35-49.